J무역 인사팀 직원 신모(36)씨는 몇 주 전 “디스크가 심하다”며 허리 중앙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파스를 둘러붙이고 기우뚱한 자세로 진찰실에 들어섰다. 평소 비뚤어진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그런 것 같다는 나름의 진단도 곁들였다.

보통 척추뼈 이상으로 인한 요통은 엉덩이나 다리에까지 방사통을 수반한다. 하지 저림, 마비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 허리 전체가 뻐근하다면 허리를 둘러싼 근육과 인대에 문제가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옆구리 결림을 동반한 경우라든지 아랫배에까지 통증이 미치는 요통이라면 내과적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 척추이상만 의심하고 거기에만 매달린다면 심각한 내과적 이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신씨는 결국 요로결석 진단을 받고 수술로 결석을 제거했다. 이후 요통이 사라진 건 물론이다.
요통 환자들이 척추이상이나 디스크 이외의 다른 질병을 의심하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실제로 요통의 가장 많은 증상은 잘못된 자세와 직업상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해 나타나는 허리근육통, 즉 허리염좌다. 전체 요통 환자의 80% 이상이 허리염좌이며, 이때는 파스가 소염진통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십이지장궤양, 담낭염, 췌장염, 췌장암, 동맥류 등 내과적 질환에서 비롯된 요통은 파스론 효과를 보지 못할 뿐더러 질병의 근원적 치료 없이는 회복되지도 않는다. 심장근육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심장 허혈증으로 인한 요통이라든지, 배꼽 아랫배가 뻐근하면서 허리까지 두르는 통증을 유발하는 방광염 등도 마찬가지다.
통상 의료기관에서는 요통 환자의 경우 척추이상을 진단하는 것 외에도 내과적 질환을 의심해 소변검사 등을 시행한다. 이는 좀더 근원적인 질환을 발견하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요통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척추이상만 생각하고 이런 기본검사를 거부하는 것은 환자 자신의 건강을 위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