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연설 시간 ‘야인시대’ 피하라
- 후보는 MBC, 찬조연설자는 KBS에 배치하라
- 노무현 대통령, 미디어-인터넷 그리고 ‘철새’도 도왔다
- 정몽준과의 토론,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겼다”
- 언론 과시용 ‘노트북 회의’
이는 민주당이 올해 1월초부터 2월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 직전까지 두 달 가까이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22개 선거조직 각 분과별로 자체 분석한 결과다. 민주당은 조만간 이 대선 분석보고서를 정리해 ‘제16대 대통령선거 백서’로 발간할 예정이다. ‘신동아’는 이에 앞서 문제의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민주당의 이번 보고서는 대선 승인분석과 함께 여러 측면에서 매우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SOFA 촛불집회 아줌마 투입작전’ ‘중앙선대위 이미지 업그레이드 노트북 회의(회의 참석자 중 일부는 컴맹)’ 등 지난 대선 기간에 민주당이 여론 형성을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세웠고,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렸는지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는 것. 또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미디어와 인터넷이 선거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사례들도 담겨 있다. 한편으로 이번 보고서는 유권자들이 향후 선거에서 각 정당의 전략 전술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끌려가지 않고 선거를 능동적으로 즐기며 분석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또 그렇게 해야만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각 분과별 대선 보고서 가운데 선거결과에 크게 기여했거나 특징적인 전략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 TV 연설, ‘야인시대’를 피하라
미디어선거특별본부
미디어는 사실상 대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다. 민주당은 이를 감안해 대선 기간 동안 유권자를 상대로 치밀한 미디어전략을 구사했다. 각 방송사별로 골고루 배분한 한나라당과는 달리 철저히 시청률을 기준으로 방송연설 일정을 짰다.
TV연설은 시청률이 높은 MBC와 KBS에 집중시켰고, 한편으로는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드라마 ‘야인시대’ 방영시간대를 피했다. 라디오 방송연설의 경우 청취율이 높은 MBC 단 한 곳에 집중시킨 것도 나름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또 방송시간대를 선점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미디어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압도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게 민주당 자체 평가다. 여기에는 ‘여당 프리미엄’이 일정정도 작용했을 개연성도 있다.
다음은 미디어선거특별본부 미디어기획단에서 정리한 16대 대선 분석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미디어기획단
1. 전략목표
유리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방송일정을 선거운동 초반에 집중.
후보 및 사모님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 일상사 및 인간적 면모를 알리는데 주력.
후보일정을 TV토론에 맞춰 조정.
2. 후보 및 찬조연사 방송연설 일정 조정
⑴ 방송시간 배정 원칙
① TV는 청취율(주 시청자층) 고려하여 3개사 분배.
② Radio는 시청률을 감안, 전부 MBC에 배치.
③ 선거운동 기간 후반부(16일∼18일) 집중 배치.
④ 후보는 MBC, 찬조연사는 KBS 중심 배치.
- 후보의 이미지 고려.
- 찬조연설은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하는 역할.
⑤ 한나라당 등 타 후보와의 협의를 대비한 배치.
- 당일 추첨에서 밀릴 경우를 대비한 배치.
- 차선(안)을 고려한 배치.
⑥ 방송사 관계 및 종교계를 고려해 YTN (TV), CBS, PBS, BBS(이상 Radio) 각 1회씩 배정.
⑵ TV 방송연설 일정 평가
① 기본적으로 SA급(22:00∼23:00) 배정을 기본 원칙으로 함.
② 4일∼17일 중 합동토론회(10일, 16일) 일정, SBS ‘야인시대’(9일, 10일, 16일, 17일) 일정, 군소후보합동토론회(12일) 일정을 감안하여 배정함.
③ 방송 시간대에서 한나라당에 확실한 우위를 보임.
- SA급 확보 횟수가 4회 더 많음. 한나라당의 SA급 시간대 중 2회가 동시간에 SBS ‘야인시대’(평균시청률 45% 내외) 방영일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6회 더 많다고 볼 수 있음.
- 또한 한나라당은 찬조연사 방송연설 B급 7회 중 4회가 시청률이 5% 내외인 오전 시간대로 밀려났음.
- 전체적으로 한나라당 제출(안)에서 총 9회가 타 시간대로 밀려남(우리 당은 2회).
- 반면 민주당은 오전 시간대가 1회도 없으며, YTN 1회를 제외한 21회 모두 평균 시청률 10% 이상 시간대에 배정.
- 특히 투표 하루 전날인 18일 KBS, MBC SA급 시간대를 모두 민주당이 확보함.
⑶ 라디오 방송연설 일정 평가
① 타 방송사에 비해 평균 청취율이 7∼8배 높은 MBC에 22회(후보 11회, 찬조연사 11회) 중 19회 배정.
② 종교계를 감안, CBS, PBC, BBS 각 1회씩 배정.
③ KBS, MBC, SBS에 비슷하게 배정한 한나라당에 비해 청취율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임.
3. 활동평가
선거운동 기간 전에 보다 많은 횟수,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방송사측과 교섭하여 방송 출연 빈도를 높여 후보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데 성공.
특히 방송토론을 초반에 집중 배치하여 방송토론을 기피하던 이회창 후보에 비해 대국민 이슈 전달에 효과를 거둠.
또한 양자합동토론회를 주장함으로써, 이를 거부하는 상대와의 이미지 차별화를 거둠.
후보단일화 합동토론회를 짧은 기간에 성사, 후보단일화 붐 조성에 결정적 계기 마련. 후보연설 및 찬조연설 일정 조정 관련, 타 정당이 제안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한 일정 배정으로 시청률 차이에 나타나듯 월등한 우위 환경 조성.
⑤ 지역대결구도 완화와 세대간 투표성향 차이
사실 지금까지의 대통령선거는 지역에 기반을 둔 후보들간 대결로 치러졌다. 그러나 16대 대선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남출신 후보와 영남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영남출신 후보의 양강구도로 치러져 국민들은 공고한 지역정서의 벽이 허물어질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또한 민주당의 선거캠페인도 수도권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영남권을 부지런히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후보의 일정도 그렇게 조정됐다. 또한 영남권에서도 20~40대 층에서는 노무현 후보에게 호감이 있다는 여론조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들 연령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런 구도 속에 진행된 선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에 기반한 득표전략보다 연령별과 계층별로 주요 공략대상을 선정하고 거기에 맞는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까지 흑색선전 등을 통해 지역정서를 불러일으키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 양상은 지역을 넘어 계층과 연령층의 투표성향 차이를 뚜렷이 보이는 형국으로 전개되는데도 이를 간과한 한나라당의 구시대적 선거전략은 선거결과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02년 한해 동안 우리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수많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대충 열거해 보면 ‘국민경선제’ ‘노풍’ ‘월드컵 4강’ ‘붉은 악마’ ‘정풍’ ‘노사모’ ‘병풍’ ‘국무총리 국회청문회와 인준 거부’ ‘인터넷’, ‘소파(SOFA)개정’ ‘촛불시위’ 등이 될 것이다. 이 단어들은 그 자체로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고, 이번 대선에서 투표성향에 반영됐다.
국민참여경선제는 정치와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노풍, 정풍은 3김 이후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표현한 것이었다. 또한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던 거리응원과 월드컵 4강으로 우리 국민은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이는 종속적 관계가 아닌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장하는 자발적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또한 ‘병역비리’와 ‘국무총리청문회’ 등으로 인해 도덕성이 사회지도층의 주요한 덕목으로 등장했다.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젊은 네티즌들의 현실정치 참여와 지지후보를 위한 적극적 선거운동은 젊은 층의 투표불참 우려를 불식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 시민단체들이 해 왔던 공명선거감시운동, 낙선·낙천운동을 한 단계 뛰어 넘는 활동이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冬
◇ ‘큰형님’ 전략으로 신뢰감 조성
2002년 12월3일 첫 TV합동토론회에 나선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왼쪽부터)가 토론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앞두고 이뤄진 토론에서 노후보의 이미지를 ‘큰형님’으로 삼은 것은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야인시대’를 활용한 전략적 차원으로 보인다. 또 본격적인 선거기간에 돌입해 3차에 걸쳐 치러진 ‘노무현-이회창-권영길’ 3자 합동토론회에서 노후보가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갔는지, 정몽준 대표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흥미롭다.
1차 토론회에서 김대통령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노후보는 2차 토론회에서 김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기 시작해, 마지막 3차 토론회에서는 DJ와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정대표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2차 토론회에서 정대표를 치켜세운 후 3차 토론회에서 공조를 과시해 후보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이다.
노후보 자신의 이미지 전략도 ‘대통령답게 보이기’?‘젊은 대통령답게 보이기’?‘겸손한 국민대통령답게 말하기’로 전술적 수정을 거듭했다.
TV토론대책단
1. 단계별 전략
1) 1단계 (선대위 출범∼후보단일화/∼11.3)
본격적 운동 시작 전으로 기존 동아 조선 중앙을 중심으로 언론에서 왜곡됐던 노후보에 대한 ‘불안하다’ ‘과격하다’ ‘지나치게 급진적이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
‘대통령감’ 노무현 알리기에 집중.
2) 2단계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 기간/11.3∼11.26)
對昌 경쟁력 및 유일 후보론 부각.
3) 3단계 (본격 선거운동 기간/11.27∼12.16)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전체 선거 캠페인 구도를 보다 명확히 전달하는 데 초점.
노무현이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를 이미지와 메시지를 통해 전달.
2. 활동내용
1) 후보단일화를 위한 합동토론회
①전략기조
정몽준을 이기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정몽준의 지지자를 흡수해 본선의 자산을 축적하는 게 제1목표.
‘큰형님’ 전략-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메시지.
이회창에 대한 연대 공격.
②평가
전투에서는 졌으나, 전쟁에서는 이긴 대표적 토론.
- 기존 지지층을 중심으로, 鄭의 공격적 토론형태와 대비되는 盧의 부드러운 토론 진행 이미지에 대해 ‘답답하다’ ‘안타깝다’는 반응이었으나, 국민들에게는 ‘불안감’ ‘과격성’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포용력’과 ‘안정감’을 갖춘 이미지로 전환시킴.
- 토론 직후는 정몽준, 1일 이후는 노후보가 더 잘했다는 여론조사.
2) 1차 합동토론회(노무현-이회창-권영길)
①전략 기조
‘대통령답게’ 보이기-안정감, 신뢰감.
정몽준 지지층 흡수 및 40~50대 부동층 확보.
②평가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정감과 여유로움을 보여줌으로써 주부층, 부동층에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임.
다만 안정적 이미지와 함께 내용적 차별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기대에는 다소 미흡하였음.
또한 구체적 수치, 예화, 유머 사용이 전혀 없어 이회창에 비해 젊은 후보의 강점을 보여주지 못함.
3) 2차 합동토론회
① 전략 기조
‘젊은’ 대통령답게 보이기.
이념논쟁 피하기, 정몽준 치켜주기.
DJ 정권의 잘못은 가차없이 비판하기.
② 주요 메시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안정적 경제발전.
“가정 경제의 주름살을 펴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對이회창 관련 메시지 - 이회창은 재벌에게 빚진 후보, IMF환란 주범, 親 재벌, 다시 환란으로, 냉전적 사고로 경제까지 망칠 후보.
③ 평가
적절한 예시를 통한 우회적 표현 신뢰성, 식견 부각 효과.
예) 파이낸셜 타임스 ‘昌 집권하면 IMF 다시온다’, 무디스 신용평가를 통한 예시 등.
權후보와의 차별적 표현을 통한 비현실적 이념·정책 부각 적절.
예) 대우GM과 삼성르노 매각, 일본·독일의 노동자 경영참여 문제 등.
대안을 제시한 명확한 정책 제시 적절.
4) 3차 합동토론회
①전략 기조 및 메시지
‘겸손한, 국민의 대통령’답게 말하기.
수도권 불안감 해소(행정수도 건설).
정몽준 대표와의 공조, 대세론 확산 및 새정치 메시지 강화.
DJ와의 차별화.
②평가
16대 대선 대미를 장식하는 토론회.
토론 전체에 걸쳐 안정감 있고 여유로운 진행으로 이회창과 대비, 확연한 우위 선점.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관한 수도권의 불안 해소에는 미흡했음.
SOFA불평등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민주당측으로서는 대선 전 최대의 ‘호재’였다. 보수적이며 친미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얼마만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역할을 맡은 분과가 여성본부 산하 여성연대다. 40∼50대 여성유권자, ‘아줌마’들을 타깃으로 꾸려진 이 조직이 세운 전략은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다단계 마케팅 원리를 응용한 ‘1+4 피라미드식’ 회원확보 전략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촛불집회에 참석, 은연중 ‘애도=노후보 지지=투표’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전략에서 그 치밀함이 엿보인다.
여성본부 - (여성연대)
1. 활동목표
노무현 후보의 전략적 취약 지지계층인 40∼50대 여성유권자를 주 표적 대상으로 전국 12개지부 131개지회 회원들이 활동하여 4050 여성 10만표를 확보함.
2. 2단계 주요 활동내용(11/28~12/19)
1)1+4표 모으기운동 (2002.11.28∼12.19)
다단계 마케팅 원리 응용.
최초 나를 중심으로 주위사람 4명에게 소개.
일종의 보상계획 필요(격려와 신뢰).
보상심리의 극대화 유지(선거승리 후 감사장 수여).
한 단위 (1+4) 조직의 탄탄한 결합력 유지(리더의 역할 중요).
2) 구전홍보 활동 (2002.12.9∼12.18)
지하철, 재래시장, 대형할인마트, 백화점 주변, 은행 및 증권회사 객장, 대형 사우나, 찜질방의 특성을 분석하고 홍보요원 배치하여 활동.
투표율 제고 캠페인 전개(꼭 투표장에 가도록 권고).
3) 故 효순·미선 추모집회 참석 (2002.12.14)
① 목적
새정치여성연대 회원 중 여중생을 자식으로 둔 40대 회원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추모집회 참석을 통해 슬픔을 함께하고자 함.
② 주요 추진전략
당사 앞에 “故효순·미선 어머니의 슬픔을 함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설치.
범국민적인 故효순·미선 추모 평화대행진에 어머니 회원들이 동참. 각 지부별로 동시참여 유도.
3. 활동평가
기존 조직선거의 최대 문제점인 돈 선거를 타파.
새로운 형태의 조직선거 전략인 다단계 마케팅 원리를 응용한 1+4표 모으기 전략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최소비용으로 약 4만4000여 표를 모았다. 이것은 조직선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하자 하자 운동’ ‘나와라 운동’
이번 대선은 인터넷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000만명에 육박한 인터넷 이용자수만큼 그 영향력은 대단했다. 민주당 선대위도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전략에 가장 중점을 뒀다. 특히 국민참여운동본부 내 인터넷사업국과는 별도로 인터넷선거특별본부까지 두고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사업국은 인터넷의 ‘빠른 전파력’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풍 대폭발의 날’ ‘하자 하자 운동’ ‘올리자 운동’ ‘나와라 운동’ 등 사이버 세대를 대상으로 각종 캠페인을 벌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이는 부수적으로 한나라당을 민주당에 비해 기성세대 중심의 구시대적 정당으로 인식시키는 연상효과까지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국민참여운동본부 (인터넷사업국)
1. 활동 평가
캠페인운동 전개
- 각 시기별로 적절한 캠페인 주제를 선정하여 운동을 전개했다는 평가.
- 후원금 모금운동 : ‘10월25일 노풍 대폭발의 날’을 만들기 위한 회원의 제안문을 ‘포커스’란에 그대로 게재하여 후원금 모금에 기여.
- ‘하자! 하자!! 하자!!!’ 운동 : 말보다는 행동으로 옮길 것을 주장하는 코너로서, 회원 모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게재. 예를 들어 고향집에 전화하기, 집 전화 휴대전화로 착신하기, ‘보고 듣고 결정합시다’, 정동영식 건배 ‘됐나? 됐다!’ 등의 행동요령이 게재됨.
- ‘올리자! 운동’ :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었던 11월초,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운동이었음. ‘노후보 대역전의 주간’ ‘노후보 대추격의 주간’으로 선포하여, 여론조사시 ‘노후보 답하기 운동’ 등을 전개, 3자구도에서 2위 정몽준 후보와의 격차를 없애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음.
- ‘나와라! 운동’ : 법정 선거운동기간 내에서만 합동토론에 응하겠다는 이회창 후보의 주장을 공박하고, 정책대안 제시 및 TV토론 능력이 앞서는 노무현 후보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으로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음.
커뮤니티 활성화
- 동네모임만들기운동 : 지역 밑바닥 현장조직의 활성화가 대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동네모임만들기운동을 전개하여, 총 39개의 동네모임이 결성됨. 향후 개혁적인 당 운영에 있어 현장조직을 활성화하는 사례로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
- 분야별 커뮤니티 만들기 : 애초 1만 동호회를 목표로 하여 출발하였으나, 226개의 커뮤니티 결성에 그침. 그러나 주식회사 노란넥타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불교인 모임, 좋은 세상 좋은 아빠 모임, 개혁과 통합을 위한 노동연대, 노무현을 사랑하는 기독인 모임 등 성공적인 커뮤니티가 생겨났음.
◇ 김민석 탈당은 유쾌한 정치반란?
지난 대선 전 민주당 386세대의 대표주자격인 김민석 의원의 탈당은 당시 노후보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노후보 당선, 민주당 승리의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된 것은 아이러니다.
인터넷선거특별본부의 분석보고서를 보면 김의원의 탈당은 ‘유쾌한 정치반란’의 기폭제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00만∼300만원에 불과하던 인터넷 후원금이 이날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10월25일 노풍 대폭발 제안으로 이어졌고 ‘희망돼지’ 분양사업과 함께 민주당 선거자금의 주요한 수입원이 됐다.
인터넷선거특별본부
1. 주요 사이트 소개
1) 통합선거 사이트 (www.Knowhow.or.kr=www.Minjoo.or.kr)
3차 TV합동토론이 있었던 12월16일에 최대 방문자수 83만명을 기록하였으며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 및 투표일인 12월19일에는 86만명이 참여, 자발적 투표참여 캠페인 전개.
2) 인터넷TV (www.TVRoh.com)
10월20일 문성근씨의 개혁당 창당 연설을 12월30일 현재 162만명 이상이 봄.
인터넷 순위분석 사이트인 랭키닷컴(Rankey.com)이 제공하는 인터넷TV 방송국 분야에서 상업사이트들을 제치고 1위 차지.
3) 인터넷 Radio(www.RadioRoh.com)
인터넷 순위분석 사이트에서 1위 차지.
2. 인터넷 후원금 모금;유쾌한 정치반란
1) 배경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어서지 못하고 당 내외의 세력들이 노후보를 흔들어대던 상황에서 김민석 전 의원이 10월16일 탈당하고 국민통합21에 입당하자 노하우 홈페이지에 마련된 인터넷 후원시스템(신용카드, 휴대전화결제, 온라인결제 등)을 통해 평소 하루 100만∼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던 후원금이 폭주하기 시작함.
2) 유쾌한 정치반란 시작
네티즌들의 10월25일 집중후원하자는 ‘노풍 대폭발 제안’으로 10월25일 하루 동안 인터넷을 통해서만 4억에 가까운 돈이 모금되었으며, 그후 네티즌들이 1만∼3만원씩을 보내면서 이에 얽힌 솔직한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고 이에 감동한 다른 네티즌들의 참여가 일파만파로 확산됨.
10월25일 샐러리맨 월급날 맞아 8656건 3억여 원 기록, 총 누적액 10억원 돌파.
11월27일 후보등록일에는 7천여 건 11억5000여 만원 기록, 총 누적액 40억원 돌파.
12월22일 24시로 마감하여 전체 집계는 20만3764건 72억7000여 만원 기록.
◇ 컴맹 ‘목’에 ‘노트북’ 목걸이
‘정당사상 최초의 노트북 회의’. 지난 대선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장의 광경은 국민에게 무척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갔다. 회의에 참석한 본부장급 정치인들의 책상 앞에 ‘종이’ 대신 ‘노트북’이 올려져 있었던 것.
하지만 그 모습이 다분히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 잠깐 언론에 공개됐을 뿐 정작 회의가 시작되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총무본부는 대선 보고서에서 당시 회의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회의실에 노트북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인적 구성원들의 취급 미숙, 활용도 저조 등 효율성에 문제점이 나타났다. 당내 각급 회의실에 인터넷 지원시스템을 설치하고 인적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 가운데 실제 노트북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의원은 얼마나 될까.
총무본부
1. 활동평가
중앙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 정당사상 최초로 ‘노트북 회의’ ‘종이 없는 회의’를 진행, 인터넷시대에 부응하는 21세기형 회의체제를 구축하였다는 호평.
그러나 회의실에 노트북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시설 부족, 노트북을 사용하는 인적 구성원들의 취급 미숙, 활용도 저조 등 효율성에 문제점 노정.
본부장단회의의 경우 후보단일화문제, 선거전략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해당부서의 장과 부서 실무진과의 원활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못할 경우 업무수행에 차질 초래.
상당수 전체회의가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참석률 저조.
- 전체회의가 대선전략에 대한 최종 조율작업과 심층적인 토론이 미흡하였으며, 그때 그때의 사안만을 처리하거나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부분만을 취급하였음.
- 선거시기별로 회의운영방식을 변경해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했다.
- 선거일에 임박해서도 기존 회의방식을 고수하여 선거전략회의나 대책회의 등 더욱 탄력적인 회의방식으로 진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음.
2. 과 제
명실상부한 21세기형 인터넷 회의체제를 구축하려면 인적·물질적 시스템 지원 필요(당내 각급 회의실에 인터넷 지원시스템 설치, 인적 구성원에 교육 실시 등).
회의방식의 경우, 급변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회의운영방식의 원칙은 유지하되 전략회의, 대책회의 등 탄력적인 회의운영체제 도입 필요.
출석률 제고 방안 마련을 통해 실질적인 중앙선대위 회의체제 구축.
◇ 씨씨코리아(Clean Clear Corea) 프로젝트
조순형(趙舜衡) 위원장, 신기남(辛基南) 본부장, 천정배(千正培) 총괄간사로 구성된 정치개혁추진위원회는 대선전략의 뼈대를 잡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내 친위부대 성격이 짙어 대선보다는 이후 당 개혁을 염두에 둔 조직으로 알려졌다.
“대선의 정치사적 의의 속에서 ‘낡은 정치 청산’을 모토로 정치개혁 이슈와 프로그램을 생산 실천함으로써 한국정치의 대개조를 주도하는 새 정치 프로그램의 총괄기구로 출범한다”는 출범 배경에서도 대선 이후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개혁추진위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지금부터 더욱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정치대개조 프로젝트:씨씨코리아(Clean Clear Corea)
1. 씨씨코리아의 기본 방향“3Old에서 3New로”
(1) New Stage : 새로운 시대의 도래
강요된 통일성과 이를 통한 국민적 에너지의 동원을 지상의 가치로 추구했던 ‘산업화 시대’, 민주적 가치를 위해 개인적 희생이 요구되던 ‘민주화 시대’는 역사적으로 종료됐다.
이제 다양성과 역동성, 자발성과 창의성이 집중과 분산의 선순환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끌어가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했고, 분단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실현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 New Stream : 새로운 주도세력의 결집
지연, 학연, 혈연을 앞세워 능력과 무관하게 차별을 강요하고, ‘사회적 불공정성’을 심화시켜온 ‘시류영합적 舊주류’의 도덕적 타락과 무능에 대해 국민은 이미 심판을 내렸다.
盧風의 주역(정치적 차원), 붉은 악마(사회 문화적 차원), IT BT 등 지식기반 경제주체의 급성장(경제적 차원)에서 보듯 新가치, 新문화를 지향하는 新주체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민참여정치 패러다임’이 이미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문화 형성을 위해 정치세력을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3) New Politics : 새로운 정치 실현
돈과 공천권을 무기로 한 보스정치·계파정치·정략과 정쟁정치 등 3金식 낡은 정치는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
새로운 정치는 개방과 참여를 통해 진성(眞性) 당원과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이다. 새로운 정치는 脫권위주의 정치, 脫지역주의 정치, 돈 안 드는 투명한 정치, 국민참여와 정당민주화를 지향한다.
2. 활동 평가
정치개혁이 선거 제1의 화두로 대두되면서 정치개혁추진위원회는 후보의 개혁의지를 대변하고, 나아가 구체적인 개혁프로그램을 생산해내는 단위로 기능했다.
선거 기간 내내 정치개혁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후보를 대신하여 강도 높은 논평과 성명을 발표하였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정치개혁을 모토로 영남권 순회유세를 진행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속성상 전체 위원들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고, 위원들이 대부분 여타의 기구에 중복 소속되어 있어 본부장, 간사 등 몇몇 위원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된 한계가 있었다.
또한 사업영역의 특수성 때문에 선거전략과 관련해 선대위의 다른 기구들과 일부 마찰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선거대책기구의 구성에 있어 향후 골간 조직과 위원회 간의 위상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실질적으로 자체 활동을 충실히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집행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 이해찬 기획본부장이 분석한 16대 대선 승패 요인(요약)
16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한마디로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자 하는 ‘국민참여’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는 2002년 초 ‘국민참여경선제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여기에 월드컵의 경험과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냉전적 사고의 극복 등은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는 국민적 열망을 담아냈고, 그 열망이 이번 대선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16대 대선의 특징과 승패의 요인
①‘국민참여경선’을 통한 대통령후보의 선출
16대 대선은 2002년 초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선출단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 정치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국민참여경선은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 거의 200만명의 국민이 참여를 신청하고 전국 16개 시도에 걸쳐 실시된 당내의 예비경선은 전국민의 눈과 귀를 주말마다 붙들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주말연속극’이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을 배제한 채 기존의 당원, 대의원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통령후보 선출이 아니라 국민참여를 통한 대통령후보 선출은 후보의 정통성을 높이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도 부응하는 것이었다. 결국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후보의 지지율이 부침(浮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라는 명분과 정통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② 소위 ‘철새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심판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이념이나 소신도 버리고, 국민의 선택도 무시하고, 유력한 후보를 찾아 당적을 옮기는 소위 ‘철새정치’는 구태정치의 표본으로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런 양태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왔다. 몇몇 정치인들의 탈당 이후 오히려 국민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늘어나고,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일부의 예상과 다른 정국이 전개됐다. 정치인의 무소신과 무원칙한 당적(黨籍)이동은 국민들의 선택에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정치인과 세력에 국민적 비난을 불러일으켜 부정적인 영향만 준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충남 논산, 서울 강북구 등의 지역별 투표결과를 봐도 민주적 경선결과에 불복하거나 당적을 옮긴 정치인들의 지역에서 당선자가 오히려 예상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결국 무원칙한 정치인이 합류한 상대후보의 패배로 ‘철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③ 후보단일화 성공
선거 직전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후보단일화의 과정과 성공은 이번 대선의 승패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선과정에서 한때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던 후보였지만, 이후 새로운 후보의 출현과 당내의 후보 흔들기 등으로 3자구도가 형성되면서 지지율은 한때 15%대까지 하락했다. 이런 과정에서 10월 중순 이후 후보간 지지율로 보아 선거판세가 1강 2중 구도를 형성했고, 이에 수구세력의 집권을 반대하는 국민들과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후보단일화의 요구에 직면했다. 그리고 당시 여론조사에서 누구든 단일후보가 되면 단일후보가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당선자는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수용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게 되고 선거과정을 단일화국면으로 전환시키며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발하게 된다.
지난 1987년 양김의 단일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상당수 국민이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11월 한 달간 모든 언론매체는 연일 후보단일화를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마침내 후보 등록 직전 50대 두 후보의 선택과 결단으로 단일화에 성공하고,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의 실현’이라는 슬로건은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게 됐다.
④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과 낡은 정치의 한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종래의 선거와 달리 PMI를 바탕으로 한 포지티브 선거캠페인을 실행했다. 전국 227개 지구당 가운데 50여 개 이상의 지구당이 사고지구당일 정도로 조직력이 취약하고, 선거를 위한 후원회가 불가능할 정도로 중앙당의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선거를 해야 했던 민주당의 선거대책본부는 정책, 미디어, 인터넷에 선거운동의 역점을 두었다. 정책(Policy)에 있어 쟁점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미디어(Media)선거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또한 인터넷(Internet)의 특성을 살린 쌍방향 선거운동, 선전, 자발적 동원 방식을 선거운동의 핵심적인 방식으로 이용함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거전을 이끌었다.
서울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시위 행렬.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정책대결로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도 정책선거가 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선거과정에서 양 진영간 큰 쟁점으로 부상한 정책은 ‘햇볕정책’을 둘러싼 대북정책과 행정수도건설 공약일 것이다. 햇볕정책을 계승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노무현 후보의 주장과 미국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지지하며 햇볕정책에 의한 대북인도적 지원을 ‘퍼주기식’이라는 이회창 후보의 주장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었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이들 양자의 주장에 대해 노무현 후보의 주장에 공감하는 쪽이 많았다. 실제 강원도 양구, 인제, 경기도 연천 등 군사분계선과 접경지역 투표결과도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반영한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 늘 민주당의 열세지역이었던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노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한 것도 결국 햇볕정책의 평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또한 선거막판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행정수도건설 공약도 국민들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한나라당이 마지막 쟁점으로 삼으며 ‘서울 공동화’ ‘집값 폭락’ 등을 주장했지만, 수도권의 극히 일부지역에서 동요했을 뿐 오히려 충청권에서는 행정수도건설에 대한 기대심리가 발동, 압도적으로 노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던 두 가지 정책적 차이, 정책대결에서 정책발표의 주도권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결과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 또한 한나라당의 잇따른 폭로정치가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고, 네거티브 선거전에 치중한 나머지 정책과 비전의 제시에 실패한 점은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정착되는 계기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디어 선거의 승리
항간에 화제가 됐던 민주당 측의 ‘눈물’편 TV광고나, ‘자갈치아지매’ 찬조연설의 효과는 선거 초반 승기를 잡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정책을 중심으로 한 포지티브 캠페인과 맞추어 기획되고 방영된 TV광고와 찬조연설은 상대적으로 진부하고 차별성 없는 한나라당의 광고와 대비되어 노무현 당선자의 정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미디어선거는 연령층으로 보아 20~40대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하고 제작한 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실제로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눈물’편의 광고는 수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인기 있는 광고였다. 다만, 향후 선거에서는 이번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전이 지나치게 이미지화·감성화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정책을 제대로 알리는 도구로써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선거와 네티즌의 자발적 참여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인터넷 상용인구가 3000만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건에서 민주당이 기획한 PMI선거는 철저히 인터넷세대, ‘네티즌’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의 정책과 TV광고, 찬조연설 등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인터넷 공간에 계속 남아 있으며 네티즌들에게 회자됐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의 주요 지지기반인 20~40대 연령층에 집중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선거참여는 주로 후보홈페이지(www. knowhow.or.kr), 노사모홈페이지, 새로운 매체로 떠오른 대안언론 홈페이지 등과 그 게시판들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후보홈페이지와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일방적인 선전뿐만 아니라 쌍방향의 특성을 살린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었다. 일부 민주당 정치인의 후보 흔들기와 탈당 직후 인터넷상에서 바로 자발적 선거비용모금운동이 펼쳐져 70여억원이 돈이 인터넷으로 모금되는 획기적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투표직전 후보단일화 무산이 알려지자 인터넷을 이용한 전화 걸기 독려운동도 이번 선거 승인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정치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