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호

청와대 vs 언론, 그 치열한 ‘전쟁’ 뒷이야기

“‘낙뢰’라는 말도 있는데 왜 ‘벼락’이라고 쓰나”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8-21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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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은 한겨레신문 사옥 방문에 이어 오마이뉴스 창간기념식에도 참석하려고 했었다. 청남대 삼겹살 파티 땐 언론사 사주에 대한 원색적 발언이 나왔다. 언론이 “청와대에 벼락 떨어졌다”고 보도하자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낙뇌라고 써주면 안 되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청와대와 언론 간 첨예한 대립관계의 뒷이야기들을 모았다.
    청와대 vs 언론, 그 치열한 ‘전쟁’ 뒷이야기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 수가 크게 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8월2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한마디로 자존심과 인내심. 안 죽는다. 정부, 무너지지 않는다. 대통령, 하야하지 않는다. 장관이 언론에 부당하게 맞아서 그만두는 일은 없다”고 발언했다. 뒤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200여 곳 신문시장 전면 조사 계획 수립 △언론의 지배구조 개선방안 착수 △대통령의 4개 신문에 대한 20억원 민사소송 제기 △기자들의 대면취재 제한방안 마련 △인터넷 국정신문 발간 등 청와대의 공세적 언론정책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언론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왜 언론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일까.

    참여정부의 언론관은 과거 정부와 확실히 다르다. 그 요체는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다. 청와대가 과거처럼 언론의 눈치를 보거나 협조를 요청하지 않는 대신 언론은 사회 공기(公器)로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와 언론 관계는 다소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다. 취재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런저런 뒷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중에는 대통령 표현대로 ‘술자리’나 ‘밥자리’에서 일어난 일도 많다.

    사소해 보이는 이면의 사건들이 의외로 사안을 총괄적으로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청남대 파티에서 언론사주 맹비난



    2003년 4월17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 반환을 앞두고 여야 대표를 청남대에 초청했다. 오후에 골프를 함께 친 뒤 ‘삼겹살 파티’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은 골프에는 불참하는 대신 삼겹살 파티에만 참석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하는 박 대표권한대행은 처음엔 골프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참모들이 말렸다. “청와대의 청남대 기획이 좀 이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은 한 참모의 말. “대통령이 같은 날 골프와 삼겹살 파티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이벤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한번에 한 가지 메시지’만을 국민들에게 주어야지 저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골프행사 후 노대통령, 박대표권한대행,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다른 테이블엔 일부 수석비서관들, 대변인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여야 의원들이 앉았다. 이날의 메뉴인 삼겹살이 나왔다. 냉장육이 아닌 꽁꽁 언 냉동육이었다. 캔 맥주, 팩 소주가 등장했다. 한 참석자는 “격의 없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대통령 공식 행사인데…”라고 말했다.

    청와대 수석 등 여야 고위 관계자들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돌았다. 그러나 술에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통합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과 언론사 사주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그러자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런 사람들을 왜 만나요”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외에도 전하기 어려운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고 말했다.

    삼겹살 파티는 사적인 자리가 아닌 대통령 공식행사이므로, 함께 온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도록 돼 있었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과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이 모두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손님’ 격인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브리핑을 했다. 박대변인은 민감한 얘기들은 모두 뺐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최근 재계 인사에게 이끌려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자택을 우연히 방문했다. 재계 인사는 방명예회장에게 그를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소개했다. 방명예회장은 별다른 말 없이 사발에 소주를 부어 먼저 마신 뒤 이들에게 잔을 돌렸다고 한다. 세 사람이 모두 한 잔씩 마신 뒤 방명예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청와대에 가게 됐으니 나라를 새롭게, 잘 이끌겠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측근은 기자에게 “나는 솔직히 청와대와 신문이 소모적인 감정 싸움을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조선일보’를 공격했다. 지금도 노대통령은 ‘부당한 언론’에 맞서 싸우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측근 그룹에선 언론과의 화해를 권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해 경선에서 노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한 측근은 당시 노후보에게 “메이저 신문들과 화해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다음날 명계남씨 등 노사모 쪽에서 조선일보를 맹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과의 화해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올해 3월1일을 앞두고 청와대에 “3·1절 경축사에 언론과의 화해를 언급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좋겠다”는 외부 보고서가 전달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무시됐다. 그 이후로 ‘언론 유화책’을 건의하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청와대와 내각의 핵심 측근들은 대통령을 설득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언론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요한 사실은, 청와대와 언론의 극한적 대립은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었으며 추후에 이에 동조한 대통령 측근들에 의해 확대되고 제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새디스트’(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가학적 테러리스트’(조광한 청와대 부대변인), ‘쓰레기통 뒤지는 사람’(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됐다. 한 청와대 출입 기자는 “이 정도면 기자를 거의 ‘정신병리환자’ 수준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 홈페이지 보며 가판기사 검색

    지난 6월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간부들과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오마이뉴스’에 제공해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오른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B출입기자는 노대통령이 참석한 모 지방행사 사진을 제공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정식으로 공문을 제출해야 하며 몇 단계 결재라인을 거쳐야 하므로 며칠이 걸린다”고 답변했다.

    반면 청와대는 오마이뉴스엔 즉석에서 사진을 줬다는 것. 담당자도 같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청와대는 언론사 요청이 있으면 즉시 사진을 제공하는 것이 관례였다. B기자는 “언론사는 속보성이 생명인데 며칠 뒤 사진을 주겠다고 해서 난감했다. 다 같은 언론사인데, 청와대는 왜 우리에게만 깐깐하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월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자금공개 특별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전날, 기자회견 때 질문할 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있었다. 한 언론사 C기자가 순번이 아님에도 질문자로 선정됐다는 타사 기자들의 항의가 나온 것이다. 한 출입기자는 “청와대의 실세로 통하는 D비서관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C기자를 질문자로 밀어넣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상대적으로 많이 쓴 일부 출입기자들은 과거 정권의 ‘긴장 속 협력관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청와대와 이들 기자 사이의 ‘긴장’과 ‘적대감’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고, ‘협력’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메이저 신문사 기자는 “청와대에 벼락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대다수 언론이 이 기사를 받았다. 이 기자는 “무엇인가 타는 냄새를 맡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부자 제보가 아닌 그야말로 ‘기자의 동물적 후각’이 발동해 취재의 단서를 잡았다는 점을 이 기자는 강조했다. 이 기자는 “기사가 난 뒤엔 취재원 보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푸념했다. 보도 후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낙뢰’라는 표현도 있는데 왜 굳이 ‘벼락’이라고 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의 가판신문 구독금지 지시 이후 청와대는 오후에 배달되는 다음날자 가판신문을 안 본다. 대신 매일 오후 각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를 면밀히 검토한다. 신문사들은 가판 나오는 시점과 비슷하게 인터넷 사이트에도 같은 기사를 올리기 때문에 가판신문 보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다. 대통령은 “가판 신문 보고 기사 빼달라고 안 한다”고 했지만 대신 청와대는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본 뒤 “기사가 잘못됐으니 정정해달라”는 요구를 언론사에 해온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럴 바에야 청와대는 가판신문을 다시 보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말실수 자체가 뉴스

    비서진들은 기자들과 가급적 접촉을 피하라는 것이 청와대의 주문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자들은 청와대 비서진들을 만나기 어렵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예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E비서관은 청와대를 출입하는 동향출신 F기자와 가까운 사이다. F기자가 같은 고향출신 벤처사업가 G회장을 E비서관에게 소개시켜준 이후 이 세 사람은 외부에서 함께 만났다.

    G회장의 벤처기업은 2003년 5월 정보통신연구진흥원으로부터 정보화촉진기금 사업자로 선정돼 2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다. 7월엔 경찰청이 발주한 17억원 규모의 서울 일대 경찰용 장비 납품자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또한 국방부의 전자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F기자는 “E비서관, G회장과 함께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 차원의 만남이어서 문제될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삼계탕집에서 재벌총수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경제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장소가 삼계탕집인 것에 대해 노대통령의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얼마 뒤 대통령 핵심 측근의 2차 술자리에 이 삼계탕집 주인이 동석했다. 술값은 삼계탕집 주인이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최근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과 관련, “검찰이 간덩어리가 부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발언 당시 정황은 다음과 같다. 유수석은 몇 가지 얘기를 한 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오프(비보도 약속)를 지켜주면 말할 게 있다”고 했다. 기자들이 “무슨 말인지 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유수석은 ‘간덩어리’ 언급을 했다. 유수석의 말은 즉각 기사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체 맥락은 안 보고 자극적인 표현만 골라서 제목 뽑고 기사화한다고 언론을 비판한다. 노대통령은 지난 7월 공무원과의 토론회를 거론하며 “1시간 동안 열나게 강의했는데 ‘개XX’ 같은 인용이 더 크게 보도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의 관점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로 공개석상에서 민감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언론이 자의적으로 대통령 발언을 정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활동이 직접 매스컴에 노출되는 빈도도 훨씬 많아졌기 때문에 이전의 대통령 때처럼 언론이 알아서 걸러주는 일은 거의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가 스스로 “언론에 아쉬운 소리 않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와중에 말실수가 잦다 보니 말실수 자체가 뉴스의 한 영역이 되어버린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개XX’ 발언이 나온 토론회의 경우 공동취재를 맡은 한 기자는 대통령의 연설내용을 현장에서 노트북에 옮겨 적어놓고 보니 노대통령의 발언은 A4 용지로 무려 8장 분량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기사로 재구성하자 원고지 한 장 정도의 분량밖에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면 막상 기사로 쓸 말이나 메시지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언론의 특성상 자연히 ‘뉴스의 화제성’을 고려해 ‘개XX’ 발언을 위로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언론관련 부서간 엇박자도 나왔다. 대통령은 8월19일 지방언론들과 연쇄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의 기획이었다. 그러나 대변인은 발표 때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해당 언론사의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본사 편집국장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대변인과 출입기자들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 말 따로 현실 따로”

    오마이뉴스 한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동아’‘조선’‘중앙’이라는 특정 매체와 그에 소속된 기자뿐 아니라 소속 매체에 상관없이 기자 일반과 청와대의 관계가 취임 초보다 소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적어도 사주나 매체가 아닌 언론 전체, 일선 기자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전략적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일선 기자들과 등져선 청와대가 추진하는 신문개혁, 언론개혁도 어렵다는 논리였다.

    공평성, 투명성, 언론과의 거리유지를 지향하는 청와대 언론개혁 방향과 실제 벌어지는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괴리가 더 벌어지면 ‘가식적’이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가끔 말실수를 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 등 손에 꼽을 정도에 그쳤다. 당시엔 청와대 출입 기자의 수가 많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발언 중 뺄 것은 빼주기도 했다고 한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그것을 정·언 유착이라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풀이한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의장은 비서실장 재임 때 출입기자들과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다음은 박의장이 기자에게 한 말.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고 난 뒤 기자들과 일절 밖에서 만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몇 달 뒤 기자들이 찾아와서 ‘박선배, 정말 이럴 거유’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 못 이기는 척 이끌려서 밖에서 간단히 소주 한잔을 했다. 언론과는 공정하고 당당하게 대하면서 일정 정도의 인간적 신뢰를 쌓으면 된다. 그러면 언론도 국익을 고려해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 청와대가 기자들과 싸우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뒤 한겨레 사옥을 찾은 데 이어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문화일보와 단독인터뷰를 했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대통령 인터뷰 신청을 했지만 극소수 언론에만 기회를 줬다. “그 기준이 뭐냐”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소위 코드가 맞는 언론사를 대통령이 배려해준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공평하고 투명한 취재시스템 구축’ 구호는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와 청와대의 관계는 특히 주목거리다.

    방문자수 조회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오마이뉴스는 뉴스 제공 사이트 중 1위다. 하루 100만~200만명이 방문하고, 1000만회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대선 하루 전날인 2002년 12월18일 밤 오마이뉴스의 ‘정몽준씨의 선거공조 철회’ 보도다. 정씨의 공조철회는 밤늦게 발표돼 각 신문은 지면이나 인터넷에 이를 자세히 보도하지 못했다. 반면 오마이뉴스는 창사 이래 최다인 24신의 속보를 내며 공조철회와 관련된 새로운 뉴스를 밤 사이 쏟아냈다. 당시 오마이뉴스의 공조철회 보도는 2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2월22일 창사기념 단독인터뷰를 신청했다. 당시 노당선자는 “창사기념 인터뷰는 안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당선자측은 오마이뉴스에 “창사기념 인터뷰는 안 되며, 대신 노대통령이 창사기념일에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당선자측은 나중에 “다른 일정이 생겨 창사기념일 방문은 어렵게 됐다”고 다시 통보했다.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창사기념일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2월22일 오후 당선자측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이 왔다. “2월23일 노당선자와의 인터뷰 일정을 잡아놓았다”는 것이었다. 당선 이후 언론사와의 첫 인터뷰였다. 노당선자 측근들은 모두 이 인터뷰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매체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론적으로 단독 인터뷰는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청와대 쪽에서 특정매체를 자발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마이뉴스측은 청와대와 유착관계가 없으며 단독인터뷰 등을 따내기 위해 ‘작업’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엄정 중립 선언한 ‘프레시안’

    지난 3월 오마이뉴스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 영변 기습폭격을 노무현 정권에 타진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김진표 부총리는 “3월6일 오마이뉴스 취재진과의 저녁 자리에서 한 말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부총리가 특정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을 함께한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애초 오마이뉴스는 김진표 부총리에게 단독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김부총리측이 “인터뷰는 어렵고, 저녁이나 함께하자”고 역제안을 해와 저녁 자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측과 김부총리 간엔 친분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결국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는 언론사와 안면을 익혀놓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는 의도에서 김부총리가 저녁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오마이뉴스와 청와대 사이에선 일부 어색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 국정원 직원 사진의 인터넷 게재와 관련, 청와대는 오마이뉴스에 청와대 출입기자의 교체를 요구했다. 8월 중순 현재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출입기자를 정식 교체하지 않았고 해당 기자도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측은 “오마이뉴스에 공문을 보내 출입기자 교체를 요구했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만큼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메이저 신문의 상업주의를 비판하지만, 언론기업으로서 그들 역시 상업주의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라는 단어가 기사 제목에 들어가면 내용에 관계없이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조회 수를 기록한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의 논조도 독자층의 기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기사에 붙는 독자들의 댓글(리플)에 변화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이 대선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보다 직설적으로 노무현대통령과는 거리를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의 박태견 편집국장 겸 정치에디터는 “대선 때 프레시안이 노무현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라는 표현도 틀린 말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중립적인 자리로 돌아와 현정권의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국장에 따르면 프레시안은 지난 대선 때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내년 총선 때도 중립적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한다. 프레시안은 최근 노무현 정부가 인터넷 국정신문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특종 보도했는데 이 보도는 결과적으로 노정부에게 부담이 됐다는 평이다.

    소위 친노무현 계로 알려진 ‘한경대(한겨레-경향신문-대한매일)’ 중 경향신문은 최근 ‘누가 노무현 죽이기를 하나’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강준만 교수의 ‘노무현 죽이기’라는 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공격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향신문의 칼럼은 “지금 ‘노무현 문제’는 좌우 이념·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전의 ‘정권 능력’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칼럼은 청와대를 더할 나위 없이 신랄하게 비판한 셈이다.

    한 마이너 언론매체 편집국장은 최근 청와대 이해성 홍보수석비서관과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청와대브리핑’을 비판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청와대가 국민과 직접 상대하겠다며 주요 현안을 기사체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는 난이다. 이 간부는 “청와대가 공식 기록으로 보존되는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감정적으로, 자주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수석은 “내가 일일이 내용을 다 볼 수는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고 한다.

    청와대브리핑 1호(3월3일)~100호(7월23일자)에서 미디어 비판기사는 78건으로 이 가운데 동아, 조선, 중앙 등 메이저신문 비판기사는 73%(57건)를 차지했다. 방송뉴스에 대한 비판은 한 건도 없었다. 8월4일자 청와대브리핑은 12건의 신문사설(동아 4건, 조선 8건)을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기자와 청와대브리핑 담당자와의 대화내용이다.

    -청와대브리핑이 언론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게 많고, 특히 특정신문에 대해 공격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모든 언론을 한 자리에 놓고 본다.”

    -‘조선일보’의 ‘노무현-DJ 전화통화, 노의 화해시도?’ 기사까지 비판했지 않았나.

    “단순한 안부 전화였는데 의미를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다.”

    -같은 논조(노대통령의 화해시도)로 더 길게 쓴 ‘프레시안’은 왜 비판하지 않는가.

    “조선일보 기사가 가장 문제가 컸다고 봤다.”

    -사실관계가 틀린 것도 아닌 해설, 논평까지 청와대가 비판하는 것은 감정적 대응 아닌가.

    “대통령이 그런 의도로 전화한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사실관계가 맞다고 할 수 없다.”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부 홍보기구인 청와대브리핑이 “신문이 예의는커녕” “언론의 막말수준이”라는 식의 주관적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추구한다. 지금 건강한 관계다. 감정적이지 않다.”

    -청와대브리핑으로부터 실명으로 비판받은 한 기자가 “청와대브리핑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그런 요청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청와대브리핑 담당자가 진보성향의 언론비평신문 기자출신이어서 언론 일반이나 특정 신문에 비판적 기사를 많이 내보낸다는 얘기도 있다.

    “국민에게 정확하게 국정홍보를 하겠다는 청와대 방침에 따라 일하는 것이며, 과거 경력은 업무수행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지금도 메이저 신문들은 다른 매체들에 비해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견제 기능을 더 선명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계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이에 대응해 청와대가 이들 신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또한 메이저 신문들과 일부 공중파 방송 간에도 대립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일부 마이너 신문들과 인터넷 매체가 메이저 신문들을 비판하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비(非) 메이저 신문들이 노무현대통령의 절대적 지원세력이 되어준 지난 대선 때의 현상은 요즘 들어선 다소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은 한 마이너 신문사 편집국장의 말이다. “대선 이후 노무현 정권이나 한나라당 모두 ‘정치 아노미’ 현상을 겪고 있다. 언론매체 역시 특정정파를 밀어줘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싫어하는 단어는 ‘아마추어’

    결과적으로 현장 기자 개개인 차원에서 노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취임 전에 비해 늘고 있다. 또한 언론매체 차원의 언론환경도 취임 초기에 비해선 노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메이저 신문사들과 강하게 싸우면서 동시에 언론계 전체, 일반 기자들과도 대립각을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권(權)-언(言)간 건전한 긴장유지, 공평성 보장을 내건 언론개혁이 취지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이 나오면서 언론 종사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내부엔 언론들이 부당하게, 혹은 과도하게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정권출범 이후 언론정책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어왔다. 그러나 자신과 직접 관련된 언론보도를 접한 뒤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정우 실장이 네덜란드식 노사관계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자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친노동자 정책을 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실장측은 언론이 무리하게 비판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에서 노조는 임금동결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양보한다. 이것이 오히려 핵심이다. 대신 사용자는 경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부 경영참여를 허용하며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극빈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한국 현실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언론과 야당은 노조의 경영참여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진보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고 보수진영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보수성향의 메이저신문들은 “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메이저 신문들은 다음날부터 노대통령과 청와대의 ‘미시적 실수들’을 다시 도마에 올려놓았다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무리 잘해도 신문들은 하루 이상 칭찬해주지 않는다. 다음날 신문을 보면 또 우리를 ‘갈구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청와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아마추어’라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자들은 이를 잘 알면서도 이런 취지의 표현을 즐겨 쓴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불만을 토로한 8월2일 이후 청와대가 내놓은 첫 번째 조치는 오보에 대해 언론중재절차 없이 바로 민-형사상 소송으로 대응한 것이었다.

    언론중재절차 없이 곧바로 소송

    청와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언론계에선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언론중재절차는 오보로부터 취재원을 구제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법적 소송 이전에 조정단계를 둠으로써 언론취재를 위축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데 청와대는 이러한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데는 청와대와 언론 양쪽 모두에 잘못이 있다. 그러나 국가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과 국민통합의 의무가 있는 청와대가 먼저 자제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중재절차를 생략한 소송제기 방침에 대해 고실장은 “취재자유를 제약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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