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311만호 공급?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 공수표 될 약속 많아”

대선 후보 3人 부동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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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2-01-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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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무한책임 부동산’ 세금부담 완화·월세공제 인상·금융지원 확대

    • 윤석열, ‘부동산 세제 정상화’ 종부세·재산세 통합 추진

    • 안철수, 5년간 청년안심주택 50만 호 공급

    • 李 “서민 집중 공략” 尹 “세금 완화, 거래 촉진” 安 “청년 주거 문제 해결”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주택 소유 여부를 떠나 대다수 국민의 주요 관심사다.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위해, 1주택자는 상급지 혹은 넓은 집으로 갈아타기 위해,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을 정리 혹은 늘어난 세금에 대응하기 위해 각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조목조목 살핀다.

    실패한 부동산정책, 손볼 곳 투성

    문재인 대통령조차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직접 사과했을 정도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 최근 5년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24건 내놨지만 전국의 집값은 매년 꾸준히 올랐다. 특히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전국의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14.97%로 2002년 16.43%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에 따라 주택 공시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70~80%로 전년 대비 19.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전국 주택 공시가격이 40% 가까이 오른 탓에 가구별 보유세가 2~3배가량 늘어났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복지 수급 기준 등의 행정 지표로 활용되는데 은퇴 후 지역가입자가 된 노년층 가운데 공시가 상승으로 기초연금 혜택을 잃은 것은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까지 덮쳐 생계에 어려움을 맞은 이가 적지 않다.

    수요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급 물량을 내놓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당선 직후 부동산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집값이 폭등하자 2018년 9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등 수도권 3기신도시 30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놓으며 기존 노선을 철회했다. 그러나 토지 보상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시일이 걸렸고,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아 민간 사업자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민영아파트 분양 실적은 26만6506가구에 그쳤다.

    유권자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이슈에는 집값, 세금, 공급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각 대선후보는 맞춤형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 시리즈를 발표해왔다.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공약1은 ‘공시가격 관련 제도 전면 재검토’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2021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으로 복지 수급 자격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없도록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68가지나 되는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 등의 복지제도는 공시가 상승에 따른 완충장치가 없어 부담이 크기에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유사한 ‘조정계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일부 공감하고 지난해 12월 20일 민주당과 협의회를 열어 2022년 공시가격을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李 “수요자 맞춤 4가지 유형 공공주택으로 주거 문제 해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월 13일 서울 노원구의 한 건물에서 일대 노후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부터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월 13일 서울 노원구의 한 건물에서 일대 노후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부터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는 종부세, 취득세, 월세 공제 확대, 공급 확대 등 세부적인 부동산 문제 개선 공약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12월 27일 내놓은 공약2는 ‘종부세 개선 방안’에 관한 내용으로 △이직이나 취학 등 일시적 2주택자 구제 △상속 지분으로 인한 다주택자의 일시적 1주택자 간주 △투기 목적 아닌 종중 명의 가택, 전통 보전 고택 등의 주택은 종부세 중과 제외 △1주택 장기 보유 저소득층과 노인가구 종부세 납부 연기 등 총 4가지다. 그러나 네 번째 항목을 제외하고는 특수 상황에 처해 세금을 불합리하게 납부하는 이들을 위한 핀셋 공약이어서 실질적 혜택을 입을 유권자 비율은 극히 낮다.

    이틀 뒤 발표한 공약3은 ‘취득세 부담 완화 방안’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부담 대폭 완화 △취득세율 최고구간 기준 상향으로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약속했다. 현재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50% 감면 기준은 수도권 4억 원, 지방 3억 원에 맞춰져 있다. 이 후보는 이를 수도권 6억 원, 지방 5억 원으로 올리고, 취득세 감면 대상이 되는 부부 합산 소득기준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또 취득세 최고세율 3% 부과 기준도 현행 9억 원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적용 기준인 12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생애 최초 주택 마련에 가장 적극적인 30~40대 유권자, 고가 주택이 밀집한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유권자의 표심을 잡는 데 주효한 공약으로 평가된다.

    새해 둘째 날에는 ‘월세 공제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공약4가 나왔다. 기존에 월세 세액공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체 400만 월세 가구 가운데 약 12%만 혜택을 받고 있는 데다가 공제 규모가 1개월치에 그쳐 돌려받는 세금이 적다는 불만이 있어왔다. 이에 이 후보는 △최대 5년 전 월세 세액까지 공제받도록 이월공제 도입 △적어도 2개월치 세액을 공제받도록 공제율 15~17% 수준 상향 △기존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에서 5억 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의 월세화 시류를 반영한 공약으로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5년 전 월세 공제까지 받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2개월치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금액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실수요자의 관심은 공급 물량에 집중돼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8월 3일 국회에서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기본주택’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정책을 발표하며 “임기 내 250만 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을 100만 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 원가 수준의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1월 9일 이 후보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정책’이 담긴 공약5를 통해 추가로 세부 내용을 발표했는데 수요자의 주택 구입 선택지를 넓히고, 자금 마련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공공주택을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저렴하게 분양해 평생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건물 분양형’, 소유 지분을 순차 적립하는 ‘지분적립형’, 분양 전환 가격을 사전에 확정해 일정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집’, 임대 후 이사 시 주택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등 4가지로 다양화 △민간주택 분양가 인하 추진 △무주택자 및 서민·실수요자 위한 금융 지원 확대 △서민·실수요자 대출 전환 프로그램 마련 등 총 4가지다.

    이 가운데 공공주택의 종류를 세분화해 수요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누구나집’은 입주 예정자가 확정된 최초 분양가의 10%만 내고도 주택매수청구권을 가지고, 10년간 주택보증기관 보증으로 3% 이하 낮은 임대료를 내고 살다가 최초 분양가에 분양받는 주택정책이다. 기존 임대주택은 장기 임차 후 분양 시점에 이르러 현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실수요자의 불만이 컸다. 10년 전 분양가인 최초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색하는 유권자가 상당할 걸로 보인다. 그러나 집값 상승분에 대한 손실을 공공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또한 이 후보의 기본주택은 지난해 공약 발표 당시에도 재원마련 방안이 문제시된 데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실현 가능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尹 “종부세 전면 재검토, 부동산 세제 정상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며 “5년간 전국 250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며 “5년간 전국 250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뉴스1]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서민무주택자의 표심을 노린 데 반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약은 1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14일 온라인으로 ‘종부세 전면 재검토’ 공약을 발표하며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해 기존 주택의 거래를 촉진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12월 23일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을 통해 공개했다.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한 2022년 공시가격의 2020년 수준 환원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추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최장 2년간 한시적 배제해 주택 매각 촉진 △1주택자에 대한 현행 1~3% 취득세율 단일화, 혹은 세율 적용 구간 단순화로 취득세 부담 완화 △정부 출범 즉시 부동산세제 정상화 위한 TF 가동 등 총 5가지다.

    특히 종부세는 단일 물건에 대해 한 종류의 세금만 부과하는 여타의 세금과 달리 재산세와 이중과세되고 있어 지난해 12월 유주택자 1000여 명이 위헌청구를 위한 소송에 나설 정도로 국민 저항이 있는 세목이다. 윤 후보는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을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통합 이전이라도 세 부담 완화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2022년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지난해 수준인 95%로 동결 △50~200%에 이르는 세부담 증가율 상한 인하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현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 △일정 소득 이하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 연령 관계없이 종부세 매각상속 시점까지 이연 납부 허용 △차등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호수에서 가액으로 전환 등 5가지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74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하다. 공약이 세부적이고 이행 가능할지라도 적용 대상이 일부에 지나지 않아 결국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윤 후보 역시 부동산 공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29일 첫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5년 동안 전국 250만 호 이상, 수도권 130만 호 이상의 신규 주택 공급을 완료하고 1기 신도시 주택의 재건축과 3기 신도시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원가주택’에 관해서도 언급했는데 “무주택 청년가구가 원가로 주택을 구입해 5년 이상 거주 후 가격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청년원가주택’을 5년 내 30만 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년 신혼부부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시중 가격의 50~70% 수준으로 5년 이상 거주 후 가격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지분공유형 공공분양주택인 ‘역세권 첫집주택’을 임기 내 20만 호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12월 24일 서민과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부동산 공급 방안도 추가로 발표했다. △연평균 10만 호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및 30년 이상 노후 공공임대주택 복합개발 △비닐하우스, 판잣집, 고시원 등 열악한 거주환경 주거인에게 임대보증금 무이자 대출 및 이사비 바우처 지원 △주거급여 대상자 소득 기준 중위소득 50%로 확대 및 기준 임대료 현실화 등 총 3가지다. 주거 약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복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나 이 역시 재원 마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安 “용적률 상향으로 초고층 주상복합형 ‘청년 캠퍼스’ 공급”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1월 19일 국회에서 청년 내 집 마련 관련 청년 공약 3호를 발표하며 ‘도심 초고층 주상복합 청년캠퍼스’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1월 19일 국회에서 청년 내 집 마련 관련 청년 공약 3호를 발표하며 ‘도심 초고층 주상복합 청년캠퍼스’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19일 안 후보는 국회에서 청년 공약3호 ‘청년 내 집 마련의 꿈, 안철수가 이룹니다’를 발표하며 △5년간 청년을 위한 토지임대부 청년안심주택 50만 호 공급 △서울과 거점도시에 건설되는 도심 토지임대부 안심주택은 초고층 주상복합형 ‘청년 캠퍼스’ 형태로 공급 △기준금리 수준의 45년 초장기 모기지론 제공 등 총 3가지를 약속했다. 덧붙여 “향후 5년간 수도권 150만 호, 전국 250만 호 공급이 필요한데 250만 호 가운데 100만 호를 토지임대부 안심주택으로 건설하고 절반인 50만 호는 청년에게 우선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무엇보다 청년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공중도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심 토지임대부 안심주택은 초고층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구글 캠퍼스를 모티프로 저층과 지하에는 청년 창업 공간과 문화예술 및 체육 공간을 배치한 청년 캠퍼스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자산이 부족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장기 무주택자, 청년들에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 80%까지 기준금리 수준의 이자로 15년 거치 30년 상환의 45년 초장기 모기지론도 약속했다. 청년이 매력을 느낄 만한 주거 공간과 저리의 초장기 융자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공약이지만, 부지 확보부터 재원 마련까지 실행 여부가 관건이다.

    안 후보는 보유세와 거래세 문제 등을 포함한 전 국민 대상의 종합부동산 공약은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14일 국회에서 연 부동산정책 기자회견에서 “3040, 5060세대를 위한 40만 호 주택 공급 추진,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해 향후 5년간 주택 총 74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도권 핵심지의 노후 주택과 아파트는 재정비 사업이 요원한데 이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뜻을 내비쳐 실수요자의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으로 부동산 세금 완화 △무주택자 DTI(총부채상환비율), LTV 대출 제한 대폭 완화 △가입자 연령대별 쿼터제 도입해 청약제도 혁신 △계약 갱신 연장 시 임대인 세제 혜택 제공 등 임대차 3법 문제점 개선 △중앙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에 이양 등 총 5가지 규제 완화 정책도 밝혔다.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을 비롯해 부동산 청약 연령대별 쿼터제 같은 차별화된 공약은 실질적인 혜택을 기대하는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심성 공약, 실현 가능성은?

    각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비롯된 문제를 바로잡고,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공급 물량도 세 후보 모두 5년간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크게 늘어난 수량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기간 주택 공급 물량은 준공 기준 연평균 54만6000호 수준이었고, 현재 예정된 물량만 총 205만 호로 민간 공급분까지 합하면 2030년까지 연평균 56만3000호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는 1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계획에 공급물량을 추가해 전국에 총 311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울에만 김포공항 인근 8만 호, 용산공원 일부 부지 및 주변 반환부지 10만 호, 태릉·홍릉·창동 등 국공유지 2만 호, 1호선 지하화를 통한 8만 호 등 신규 공공택지 마련으로 28만 호를 추가해 총 107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국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반드시 실현시켜드리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에 공급과잉이라는 말을 하게 되더라도 공급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에 문재인 정부가 ‘집은 사는(買) 것이 아니라 사는(居) 곳’이라고 밝힌 것과는 확연히 다른 노선이어서 유권자들이 반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약 실행여부와 공급 이행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물량은 누가 되든 기존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정부 부담을 얼마나 적게 하면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 빨리 공급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야당 후보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데 반해 여당 후보는 임대주택 100만 호를 기본주택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데서 차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종부세·취득세·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공약 역시 세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발표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집값 상승에서 비롯된 세금 부담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는 동일하다. 저마다 서민·저소득층·무주택자·청년 등 주류에서 소외된 유권자들을 위한 부동산 관련 복지 공약을 제시한 것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 예산 마련 등 구체적 방안이 없는 공약이라는 비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선 공약은 집권을 위해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 특히 부동산은 장기 프로젝트인데 대부분 ‘공약부터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이라 추진 과정에서 틀어지거나 지연돼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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