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하이텍·새빗켐·코스모화학·고려아연 눈여겨보라
2023 유망 업종은 로봇·반도체·연예기획사·전기차
글로벌 팬덤·공연 재개, 연예기획사 투자가치 높여
전업 주식투자자 박찬일 씨는 “업종 분석으로 특정 시기에 성장하는 업종을 선택한다면 성장의 과실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20대든 50대든 주식투자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재무제표를 들여다봐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한눈에 파악이 가능한 기업 분석과 포트폴리오 관리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 나도 2014년 직장을 그만두고 주식투자에 전념하기로 결심했을 때, 재무제표에 나오는 숫자에 막막함을 느꼈다. 난감해하는 분들을 보면서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해 기업 분석, 종목 선별, 가치 평가까지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관리 툴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결과물이 엑셀 파일 ‘밸류 툴(valuetool)’인가.
“그렇다. 밸류 툴이란 이름은 내가 붙인 것이다. 상장기업 업종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 어느덧 매일의 루틴이 됐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의 호응 덕에 2019년, 2021년에 이어 2023년 판을 펴내게 됐다. ‘2023 상장기업 업종 지도’(에프앤미디어)는 세 번째 결과물이다.”
업종-섹터-소분류 체계 투자 지도 만들어
무엇을 업종 지도 분류 체계의 기준으로 삼나.“업종 지도는 ‘업종-섹터-소분류’ 체계로 크게 분류한다. 25개 업종을 세분한 것이 섹터이고, 섹터를 다시 세분한 것이 소분류다. 업종은 25개로 기존과 동일하게 분류하고, 섹터와 소분류는 각 업종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수정했다. 섹터는 2021년 130여 개에서 2023년 91개로 압축했다. 섹터는 각 업종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생태계는 업종마다 제각각이지만 공급사슬과 독립된 사업 분야로 구분한다. 또 이 책에서는 업종 분류 기준으로 ‘매출액’을 적용했다. 매출액은 기업의 영업활동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항목이다. 기업은 대부분 두 개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는데, 이 경우 매출액이 가장 높은 사업 부문을 업종으로 선택했다. 간혹 특정 테마로 분류된 기업을 보면, 당장 매출액이 없거나 전체 매출액 대비 미미한 수준인데도 앞으로의 성장성에 주목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은 매출액 기준에 합당하지 않기에 업종에 포함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에게 업종 지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주식시장은 기업을 투자자에게 드러내는 공개 시장이다. 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기업의 가치를 알린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산업 혹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투자자는 여러 지표로 기업을 비교해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나쁜 기업을 걸러내고 좋은 기업을 발굴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업종 분류는 기업의 면모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 가령 화학 업종 분류에서는 A기업이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업이구나’ 하는 사실만 알려줄 뿐, 업종 내에서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공급사슬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같은 추가 정보가 없다. 이와 달리 업종 지도는 A기업을 ‘화학 업종-NCC 섹터-에틸렌 제품’의 순서로 분류하고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화학업종 전반의 공급사슬을 파악하고 각 단계의 제품군과 해당 기업은 물론 경쟁 기업까지 확인할 수 있다.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할 기업을 정하는 것이다. 업종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리면 투자 대상을 좁힐 수 있어서 기업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크게 절약된다.”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특히 유망한 업종을 꼽는다면.
“로봇, 반도체, 연예기획사, 전기차 네 업종을 꼽겠다.”
개화 단계 로봇 산업 들여다봐야
호텔 로비에서 활약하는 맞춤 컨시어지 서비스 안내 로봇인 ‘LG 클로이 가이드봇’. [롯데호텔]
“삼성전자, LG전자, 두산로보틱스가 국내 3대 제조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9년 웨어러블 로봇을 시작으로 건강관리 로봇, 가사도우미 로봇을 공개하며 로봇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기업 규모와 자금, 인프라, 인적 자원으로 볼 때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리라고 기대한다. 국내 최대 대기업이 로봇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발생하는 낙수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LG전자는 2018년 가이드 로봇 ‘클로이’를 선보인 뒤 물류, 요리, 청소가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출시하며 국내 서비스 로봇의 1인자로 우뚝 섰다. LG전자의 가전 사업과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로봇 제조 능력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일하는 로봇) 시장에서 세계 5위, 국내 1위 업체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지 않지만 상장사 두산이 이 회사 지분 90.91%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협동 로봇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은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협동 로봇을 처음 출시하고 경기 수원시에 연간 최대 1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협동 로봇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진출했다.
다만 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반해 로봇 제조와 판매에 따른 수익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건비 상승과 사고 위험, 비대면 서비스 증가 등으로 인간이 아닌 로봇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로봇 시장이 커지며 낙수효과를 보는 수혜 기업이 하나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대비하는 자세로 로봇 산업을 대한다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
연예기획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글로벌 팬덤 형성, 여성 아이돌의 수익 증대, 현지인 아티스트 배출 등 구조적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 연예기획사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변모시키고 있다. 사진은 인기 걸 그룹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 산업 등 반도체가 필요한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에서 언급한 산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동화를 기본으로 하며 반도체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반면 반도체 공급은 제한적이다. 시장은 더 많은 데이터를 담고,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며, 더 낮은 전력으로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는 반도체를 원한다. 이러한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선 초미세화 공정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제조 공정상의 소재와 장비가 더 많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 기술의 난도가 상승함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매년 수십조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반도체는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다.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어떤 점에서 유망한가.
“요즘 아이돌은 TV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돌의 음악과 일상생활이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영상매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이게 돈이 된다. 국내에서 생소하거나 뚜렷한 히트곡이 없는 아이돌의 음반도 몇십만 장이 판매된다.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형성된 글로벌 팬덤이 소비하는 것이다. 내가 보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아이돌은 활동을 계속하는 셈이다. 연예기획사들은 K팝 부흥에 맞춰 신인 아이돌 라인업을 늘린다. 데뷔에 성공한 아이돌이 전보다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며 연예기획사의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 아이돌의 수익 증대, 현지인 아티스트 배출, 굿즈(goods·상품) 판매, 공연, 스트리밍 등 구조적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 연예기획사를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많은 아이돌이 오프라인 공연을 연기해야 했고, 그 결과 오프라인 공연 매출이 급감하지 않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었는데도 앨범 판매와 온라인 콘서트 개최로 오히려 수익이 늘었다는 점이다. 4대 연예기획사 매출액 중 음반 판매량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을 기점으로 수익이 이전보다 증가했다. 음반 판매량 성장세가 지속되고 여기에 굿즈와 공연 매출이 더해진다. 2022년을 기점으로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아 많은 아이돌 그룹이 전 세계에서 공연을 재개했다. 오프라인 공연은 물론 온라인 공연도 병행한다. 고정비가 적은 온라인 공연으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폐배터리·리사이클링 섹터 눈여겨볼 때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 전기차 관련 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비해 생산성을 늘리며 지배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선 전기차 산업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안전성, 차량 가격 등은 소비자가 차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주요 사항이다. 이들 문제를 극복하는 열쇠는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에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와 이곳에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배터리 수명은 10년 정도다. 2025년부터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이슈와 배터리 소재 가격 급등세를 고려할 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성일하이텍과 새빗켐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폐배터리에서 이들 소재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기업이 전기차 섹터에 등장한 것이다. 소재 추출 기술을 확보한 코스모화학과 고려아연도 리사이클링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배터리 주요 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대보마그네틱도 시장의 수요 증가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박씨는 인터뷰 내내 “업종마다 경제 순환 주기가 다르고 성장성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채널이나 주식 리딩방 등에서 주워들은 말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 흐름을 살피며 특정 시기에 성장하는 업종을 선택하면 과실을 맛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