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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하는 순간 누구도 미국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의 가공할 감시정찰자산 해부③ : 글로벌 감청망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온라인’하는 순간 누구도 미국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않다

에셜론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받는 영국의 멘위드 힐 미군기지. [위키피디아]

에셜론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받는 영국의 멘위드 힐 미군기지. [위키피디아]

미국의 감시정찰 능력이 무서운 것은 인공위성이나 정찰기와 같이 상대가 그 존재를 알아채고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 외에도 일반적인 인지 수준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감시정찰 수단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위성은 일정한 공전 주기에 따라 움직이고 그 궤도의 움직임은 어렵지 않게 추적이 가능하기에 자신들의 머리 위로 날아올 시각에 맞춰 활동을 중지하거나 위장망을 이용해 시설을 감추는 등의 대응이 가능하다. 정찰기 역시 레이더에 잡히기에 접근하는 것을 멀리서 확인하고 관련 움직임을 중단하거나 숨길 수 있다. 

그러나 감시 대상 국가가 포착할 수 없는 은밀한 감시수단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미국 정보기관은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부터 이러한 감시수단을 고안하고 발전시켜 왔으며, 현재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감시정찰 자산을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이다. 

냉전이 절정이던 1960년대 미국이 일본과 서독 등 주요 우방국에 설치한 울렌웨버(Wullenweber) 시스템이나 AN/FLR-12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들은 거대한 코끼리 우리, 혹은 거대한 천체 관측소처럼 생겼는데, 여기에 설치된 안테나들은 저주파는 물론 초단파(VHF)나 극초단파(UHF)를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데이터를 분석한다. 

현재 NSA(국가안전보장국) 등 미국 정보기관이 사용하는 전파 수집 시스템의 구체적인 제식 명칭과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970년대 미국이 일본에 넘긴 AN/FLR-12의 발전형인 J/FLR-4 감청 시스템의 경우 5000㎞ 이내의 전파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파 정보 수집 기지는 일반적인 통신시설로 위장해 한국은 물론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세계 주요 우방국 대부분에 설치돼 적성국뿐 아니라 동맹국의 활동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이 굳이 정찰기를 띄우지 않아도 북한군 전연군단의 평시 활동과 이상징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것은 이러한 무선 통신 감청 시스템 덕분이다. 


미국의 전방위적 감청을 폭로한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AP=뉴시스]

미국의 전방위적 감청을 폭로한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AP=뉴시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미국은 거대한 덩치 때문에 그 존재가 드러나는 대규모 통신소 대신, 소형 안테나를 이용해 정보 수집 대상의 지근거리에서 감청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21세기 초부터 급속도로 확산된 인터넷 통신 내역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감청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일명 ‘스테이트룸 작전(Operation Stateroom)’이다.

이 작전은 2013년 NS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스노든이 폭로한 것은 이 작전 내용의 극히 일부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미국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은 주요 국가들의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 건물은 물론, 미국 정보기관이 만든 위장회사가 입주한 건물 등에 소형 감청용 안테나와 감청 시스템을 구축해 근거리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장거리 통신 감청 시스템이 수행한 것처럼 무선 통신을 감청하는 것은 물론, 지근거리의 건물 내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까지도 감청했다.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이 베이징에서 이러한 기지들을 광범위하게 가동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중국은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베이징 전역을 이 잡듯이 수색하기도 했다. 

무선 감청과 더불어 스테이트룸의 또 다른 핵심 활동은 전 세계의 데이터 네트워크 장악이었다. 미국은 세계 20개 주요 지점에 핵심 기지를 설치하고 대륙간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오가는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소 5만개 이상의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대상 국가의 온라인 정보 이동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했다. 

이러한 네트워크 감시 기술은 21세기 들어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그 능력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미국 NSA는 이른바 컴퓨터 네트워크 작전(CNO·Computer Network Operations)이라는 명칭으로 전 세계 20개국의 핵심기지, 80개 지역의 특수수집부(Special Collection Service), 52개 지역 기지를 두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수행해 왔다. 이른바 애셜론(ECHELON) 프로젝트는 NSA가 주도한 글로벌 감시정찰 활동의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의 정보수집 범위와 능력은 그야말로 가공할 수준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2013년 스노든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 그 누구도 미국이 구축한 글로벌 감시 네트워크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은 더욱 은밀하게, 더욱 정교하게 감시정찰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온라인’하는 순간 그 누구도 미국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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