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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연구자 박종화 교수 “인간 수명 200년 시대 온다”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어차피 오래 산다. 실수해도 돌아가도 괜찮다”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게놈 연구자 박종화 교수 “인간 수명 200년 시대 온다”

  • ● 20년 후 인간 수명 200세 시대 온다
    ● 우주에서 가장 정확한 생명정보, 게놈
    ● 나는 누구인가, 게놈이 알려준다
    ● 게놈의 목소리를 들어라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 선보이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삶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듯 공허감을 겪는 우리에게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한다. <편집자 주>

[허문명 기자]

[허문명 기자]

유전체라고 하면 대부분 DNA를 떠올리지만 DNA는 유전체의 구성단위다. DNA가 갖고 있는 모든 유전 정보를 칭하는 말이 게놈(genome)이다. 게놈은 DNA보다 훨씬 포괄적인 유전자 정보다. 

게놈을 연구하는 유전체학(學)은 세포 속 많은 유전자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현되고 조절되는지 연구한다. 몸 속 다양한 조직이나 장기(臟器)가 어떻게 형성되고 상호작용 하는지 밝혀 병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미래 질병을 예측한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게놈 전문연구자다. 2008년 한국인 표준 게놈 해독을 시작으로 호랑이, 고래, 황금박쥐, 야생콩 등 다양한 동식물 게놈을 해독했다. 2015년 10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과 함께 4500년 전 아프리카인 게놈을 해독한 논문이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고, 2017년 2월에는 7700년 전 고대인 게놈을 국제연구진과 세계 최초로 해독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동아시아와 동남아 고대인 게놈 데이터 115개를 분석했는데, 한국인이 생물학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확장 이동, 혼혈을 거쳐 진화한 ‘혼합 민족’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를 이끌며 게놈 연구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극(克) 질병, 극노화 관련 게놈 사업은 물론 질병 진단 예측기기 및 시약 개발,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보 분석, 맞춤의료 사업화 인프라 제공과 함께 ‘울산 1만 명 게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를 만나 묻고 싶었던 것은 개개인의 게놈 정보를 아는 게 우리가 삶의 행복감을 느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철학적 질문을 하고 싶어서였다.

우주에서 가장 정확한 생명정보, 게놈

- 유전자 분석이라고 하면 질병 진단이나 친자확인 소송이 떠오른다. 게놈분석을 통한 과학 기술 발전은 어느 정도인가. 

“우선 분석 시간과 비용이 엄청 줄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 사람의 게놈 분석을 하려면 수십억 원이 들었고, 시간도 몇 년이 걸렸다. 지금은 100만 원대로 며칠이면 된다. 10만 원대로 떨어지는 시대가 곧 온다. 해독의 정밀도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땅에 묻힌 유골이나 뼈 화석에 아주 조금, 산산조각 난 유전자만으로도 해독이 가능하고 피 몇 방울로 사람 얼굴을 컴퓨터로 매우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다. 일종의 몽타주 같은 건데, 실물과 별 차이가 없다. 20년 전만 해도 ‘그런 게 되겠어’라고 했는데 미국 회사에서 이미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산다는 건 한 마디로 예측이다. 우주에서 가장 ‘이그젝트’(정확)한 생명정보가 게놈이다. 게놈 해석의 정밀도는 계속 올라갈 거다. 요즘 기상 예측처럼 말이다. 40년, 50년 전에 지금처럼 시간 단위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미친 사람’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 눈썹, 피부색은 물론 눈동자 색깔까지 나오나. 

“물론이다.” 

- 그런 정도의 발전 속도라면 게놈 분석으로 질환예측은 물론 성격까지 알 수 있겠다. 

“가능하다. 각종 유전병은 물론 심장은 얼마나 튼튼한지. 고혈압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게놈을 현재까지 발전된 선진 기술을 모두 적용해 분석하면 예상수명, 각종 암 위험도, 혈압상태, 성격은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는지 없는지, 자폐기가 있는지 없는지. 수학적 머리가 뛰어난지 전략적 머리가 뛰어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계량적으로 대략 몇 개 항목을 알 수 있을까. 

“정확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최소 수백 개에서 최다 1000개가량의 형질 항목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 1000개 중에서 어떤 것들은 연구 초기라서 정확도가 떨어진다.” 

- 예를 들면? 

“당뇨다. 당뇨는 유전자 패턴만 보고 예측하라고 하면 정확도가 낮다.” 

- 왜 그런가. 

“당뇨를 결정짓는 유전자 변이 수가 너무 많다. 최소한 1500개 정도 된다. 노화에 따른 질병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재촉하는 팩터(변수)는 워낙 많다. 담배를 피우는지, 성격이 급한지, 단 맛을 좋아하는지 이런 모든 요소가 종합돼야 예측이 가능하다. 눈동자 색깔을 결정하는 팩터는 열 몇 개 정도 된다. 그래서 금방 해독할 수 있다.”

“암 유전자는 따로 없다”

- 암 유전자는 어떻게 파악하나. 

그는 답변에 앞서 “명확한 정의부터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암 유전자라는 건 따로 없다. 유전자는 암 세포를 만들려고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재 유전자도 없고 내성적 유전자도 없다. 과학적으로는 그런 말 자체를 쓰면 안 된다. 기능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환경적 이유인지 어떤 이유로 ‘삐끗’해서 변형되는 것이다. 굳이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암 유전자라기보다 암을 일으키는 데 연관성이 큰 유전자 정도? 어쨌든 암 예측은 게놈 진단으로 거의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 여기가 망가지면 유방암, 저기가 망가지면 폐암하는 식으로 말이다. 암은 게놈이 급격하게 망가져서 생기는 ‘게놈 병’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더는 자라지 말아야할 세포가 죽지 않고 증식하다보니 필요한 영양분을 몸에서 과도하게 소비해 신체를 허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 증식 유전자를 다른 부위까지 ‘전이’시켜 또 다른 암을 만들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지금은 암 환자의 종양 세포에 대한 게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파악해 맞춤 항암제 치료를 한다. 암 세포 게놈 분석에 성공한 인류는 이제 암이 더는 불치병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앞으로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 예측은 어떻게 하나? 

“간단하게 말하면 건강한 사람들 유전자와 암에 걸린 사람들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통계적인 차이에 주목한다.” 

그는 이 대목에서 지난해 8월 자신의 연구팀이 내놓은 고래상어 게놈 해독 과정을 예로 들었다. 

“고래상어는 평균 길이가 20m, 무게는 42t에 달한다. 최장 수명은 약 100년이다.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건 몸이 커서 열 손실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됐지만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래상어의 장수 비밀을 밝히면 사람의 노화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이 질문에 집중했다. 게놈 분석 결과, 유전자 길이와 수명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입증됐다. 고래상어 표준 게놈을 84개 생물 게놈 정보와 대조했더니 ‘인트론’(Intron·유전 정보가 없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DNA 영역) 길이가 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트론의 여러 기능 중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게놈 해석으로 밝혀낸 셈이다. 이런 식으로 게놈 해석은 장수 시대를 열고 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게놈이 알려준다

박종화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 유전자와 암에 걸리 사람들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암 발생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GettyImage]

박종화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 유전자와 암에 걸리 사람들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암 발생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GettyImage]

- 게놈은 변하지 않는가. 

“노(No), 변한다. 환경과 습관에 따라 변이가 일어난다. 술과 담배는 게놈을 손상시켜 질병발생이 가능한 유전자를 발현할 확률을 ‘팍’ 높여버린다. 유전이냐 환경이냐 이 몇천 년 된 질문이 이제 과학이 돼 게놈까지 내려온 거다. 일반적으로 유전 반, 환경 반이라고 했는데 과학으로 말하면 50대 50은 아니고 엉켜 있다.” 

- 그러면 결국 ‘나란 누구인가’로 돌아가는 건데. 

“맞다. 모든 게 나에 대한 거다. 내가 게놈 연구를 한 것도 ‘후 엠 아이(Who am I)’ ‘노우 미(Know me)!’ 나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내가 ‘인간은 게놈 기본권이 있다’고 말해 온 거다. 누구나 당연히 자기 자신을 알 권리가 있고, 그래서 게놈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 잘 알려졌다시피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게놈 검사 결과 유방암 확률이 높다고 나와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우리는 이런 일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생명윤리법에 따라 유방암, 골다공증, 비만, 폐암, 강직성척추염, 치매관련 유전자 검사는 금지됐다. 나는 이 규제를 풀어 미국처럼 누구나 게놈분석을 원하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전정보를 알면 일찍부터 예방할 수 있다. 과학철학자로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게놈은 인간이 수십억 년간 쌓아 올린 정체성이다. 몸에 있는 수십 개 조에 달하는 모든 세포를 만든 기본 설계도이자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정밀지도이자 설명서다.” 

- 게놈분석을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나. 

“유령까지도 보인다.” 

- 유령? 

“농담이다(웃음). 하지만 각자의 게놈에는 개개인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더 나아가 지구 45억 년의 이야기와 우리 부모, 조상님들의 지혜와 역사, 자식과 후손에 남길 모든 인생과 영혼이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유령이라고 말한 거다. 내 게놈을 미리 파악한다면 나를 더 잘 알 수 있고, 그러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꼭 이야기하고 싶은 건 게놈 구조가 매우 아름답다는 거다.” 

- 아름답다? 미적으로? 

“예술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매우 아름답다. 노숙자나 대통령이나 다 똑같다. 문제는 태어날 때 이렇게 아름다운 결정체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은 굉장히 ‘어글리(ugly)’, 즉 추해진다. 주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 보면 정신 상태가 ‘어글리’한 것 아닌가. 과학자로서 쉽게 가치판단을 할 수 없지만, 이런 사람들의 게놈은 지속적으로 찌그러져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게놈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건가. 

“당연하다. 스트레스도 변이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이걸 ‘게놈에 딱지가 앉는다’고 표현한다. 술, 담배는 게놈에 딱지를 앉힌다. 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병에 걸려도 딱지가 앉는다. 한마디로 유전자가 녹스는 거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봐도 저 사람은 참 곱게 늙어간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게놈이 있다. 자살도 예측 가능할 수 있다. 매일 자살한다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계속 받은 사람들은 게놈이 변한다. 문제는 이걸 읽어내느냐 하는 건데,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 굉장히 올라와 있다. 

어떻든 게놈 하나로 우리는 이 우주에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니 타인들도 당연히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와 동등한, 하나의 크리스털 같은 아름다운 결정체를 가진 파트너로 같이 가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더 나아가 동식물도 모두 아름다운 게놈 구성체를 가진 생명체들이다. 정보를 처리하는 유기체적인 종류가 다를 뿐이다. 극단적으로 내려가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완전한 결정체다.” 

그는 다시 암세포를 언급했다. 

“암은 이렇게 아름다운 구조와 조화로운 에너지 밸런스에 변이가 생기면서 잘못된 신호가 계속 돌아가 자기 혼자 과부하가 걸린 거다. 따라서 우리가 죽는다는 건 이 조화가 깨지고 찌그러지고 무너지는 거다.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아름답다고 하는데 죽음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법칙 같은 것은 없다

-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건 절대 진리 아닌가. 

“게놈을 통해 놀랄만한 수명 연장 시대가 곧 온다. 20년만 지나면 100세를 넘어 200세 시대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그의 말은 때로 너무 확신에 넘쳐 단정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 200세 시대? 한편으론 반갑지 않을 거 같다. 대충 평균수명 정도에 병들지 않고 편안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런지는 짐작 가지 않나. 

“일종의 세뇌당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 진짜 느끼는 것을, 정직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오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독립적이면서도 이게 남의 생각인지 내 생각인지를 분별하는 ‘크리티컬(critical·비판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 같은 사상가들과 현자들도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했다. 그게 게놈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건가.
 
“맞다. 게놈을 알면 남과 비교한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지 알게 된다. 각 개체가 완전한 결정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제일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 같은 게 있다고 믿는 거다. 출세하는 법, 사회에서 의미를 갖고 사는 법 등을 통해 성찰도 하고 피드백을 찾고 하는 건 좋다. 문제는 그렇게 안 하면 ‘루저(실패자)’가 된다는 식으로 당위가 되면 좋지 않다는 거다.” 

그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게놈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김연아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이기는 게 고통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겠나. 적성에도 안 맞는데, ‘이게 아닌데 해야 돼’라고 할 때 그걸 꾹꾹 누르고 하면 그게 고통인 거다.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공부가 재미없으면 10시간씩 앉아서 자판을 칠 수 있겠나. 원하는 것을 하고 그 과정이 힘들다고 말해주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못하면 낙오자’라고 하는 건 협박이나 다름없다.” 

- 누구나 인생에 한번은 각성의 시간이 오는 것 같다. 기존에 생각하던 거를 부정해야 되는…. 

“맞다. 그게 인생이다. 부처님도 자기 부정을 통해 ‘팍’하고 뒤집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부모가 어릴 때 잘 가르쳐줘도 자기 부정을 안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는 못한다. 그래서 모든 종교가 깨닫는 것, 각성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과학의 급속한 발전이 그런 걸 알게 해 주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거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이 무척 행복하다.” 

-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이 종교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그는 서울대 수의대를 한학기만에 자퇴하고 영국 애버딘(Aberdeen)대 동물학과에 입학해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케임브리지대 박사, 미국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 케임브리지대 MRC센터 교수를 지낸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를 거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장, 테라젠이텍스 사장·연구소장을 역임하고 현재 UNIST에 자리를 잡았다.

노화는 질병이다

박종화 교수는 보드판에
직접 써가며 기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허문명 기자]

박종화 교수는 보드판에 직접 써가며 기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허문명 기자]

- 이력이 굉장히 다채롭다. 

“영국에서 교수로 있는데 KAIST에서 ‘오퍼’가 왔다. 마침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2002년 12월)됐는데, 뭔가 한국에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귀국했다. KAIST에서 연구에 한계를 느낄 즈음 생명연 국가센터장 제의가 왔다. 공공기관에 간다고 하니 다들 놀랐다. 처음엔 이상했는데 나중엔 이해가 갔다(웃음). 공공기관에서는 연구 외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 다시 미국으로 갈까 했는데 UNSIT에서 제안이 온 거다. 현재 매우 만족한다.” 

- 게놈이 말하는 대로 살아온 건가(웃음). 

“남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한국 사회의 현실과는 잘 맞지 않았다. 선생님이 정직해야 된다고 가르치고 도덕 교과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는데 현실은 달랐다. 내 부모는 나를 단 한 번도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서울대를 자퇴했을 때에도 ‘왜’라고 묻지 않았다. ‘공부하라’는 말도 안 했다. 나는 산과 들로 쏘다녔다. 그러면서 삶의 본질, 우주의 본질이 궁금했다. 그걸 다 알려면 적어도 500년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노화 극복 연구를 먼저 하자고 생각한 게 여기까지 왔다.” 

- ‘특이점’을 말한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이 되면 인간이 노화를 멈춘다고 했는데.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병도 미리 알고 암도 정복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다.” 

- 살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오래 산다’는 생각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줬나. 

“물론이다. 내가 맨날 말하는 게 ‘괜찮다. 괜찮다’다. 200년 살 건데 뭘 걱정하는가. 시험 한번 떨어졌다고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계속 시도해도 괜찮다 괜찮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괜찮다. 오래 산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직업도 서 너 개 갖는 게 당연하다.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싶은 거 있으면 배우시라. 나이 생각하지 마시고.” 

- 돈이 있어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번 사는 인생이라고 죽음을 먼저 생각하면 ‘막가파’가 될 수도 있다(웃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노화다. 그러니까 노화는 나쁜 거다. 노화는 치료대상이지 자연적으로 받아들여야 될 것이 아닌 세상이 왔다.” 

죽음과 노화는 단지 과학적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문·사회학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박 교수 이야기는 때로는 도발적이어서 더 깊은 지점에서 나눠야 할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시간과 지면 제약으로 다 담지 못했다. 하지만 20년 뒤 인간 수명의 급격한 연장과 노화를 더디게 만들기 위한 과학적 혁신이 눈부실 것이라는 대목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어차피 오래 산다면 조급할 필요 없다, 다 괜찮다 괜찮다’고 말하는 대목이 오래 귓전에 남았다. 




신동아 2021년 4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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