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명왕성, 태양계 행성에서 아웃!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6-10-02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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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왕성, 태양계 행성에서 아웃!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프 홀스트는 1913년 친구에게서 점성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이듬해 관현악 모음곡인 ‘행성(The Planets)’을 작곡했다. 그런데 1916년 완성된 ‘행성’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의 아홉 행성 중 ‘막내’인 명왕성이 빠져 있다.

    명왕성은 1930년에 발견됐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1846년 발견된 해왕성까지 계산해 태양계 행성이 모두 8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홀스트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최근 국제천문연맹(IAU)이 태양계 행성에서 명왕성을 제외했다.

    발단은 1930년의 명왕성 발견이었다. 명왕성은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도 크기가 작다. 하지만 명왕성 주변에서 다른 천체들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왕성은 소행성으로 ‘격하’되지 않고 태양계의 막내 행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해왕성 궤도 바깥의 ‘카이퍼 벨트’에서 상당한 크기의 천체들이 발견되면서 명왕성의 지위는 흔들렸다. 하지만 카이퍼 벨트에서 발견된 천체들은 명왕성보다 작았고, 명왕성은 불안하게나마 여전히 행성의 지위를 유지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브라운 교수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지름이 명왕성(2302km)보다 길고 달(3474km)보다 짧은 천체 2003 UB313(3000km, 일명 ‘제나’)이 명왕성보다 더 멀리서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천문학계는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제나도 행성으로 인정해야 하고, 제나를 행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명왕성도 행성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8월24일 국제천문연맹은 총회에 참석한 세계 75개국 2500여 명의 천문학자를 대상으로 명왕성의 지위를 놓고 투표를 했다. 결국 명왕성은 나머지 8개 행성에 비해 덩치나 특성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 같은 반열에 놓기 어렵다는 결론에 따라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로써 75년간 행성 대접을 받아왔던 명왕성은 하루아침에 ‘난쟁이 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됐다. 카론, 세레스, 제나도 명왕성과 같은 지위를 부여 받았다.

    한편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를 이미 출발시킨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명왕성과 카론, 제나는 모두 20세기에 미국인이 발견한 천체여서 이번 결정을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얼마 전 영국의 작곡가 콜린 매튜스는 홀스트의 ‘행성’에서 빠진 명왕성을 주제로 작곡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음악에서만큼은 명왕성을 놓고 ‘편 가르기’가 없으니 ‘비운’의 명왕성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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