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월드컵에서 제3의 관전 포인트는 이 지구촌 축제가 3D TV의 안방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지 여부다. 사상 최초로 3D로 중계되는 이번 월드컵이 ‘3D TV 확산’에 기여하기를 업계는 학수고대하고 있다.
LG전자가 출시한 풀 LED 3D TV.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는 한국이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하는지, 어떤 나라가 19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거머쥐는지에만 있지 않다. 제3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이번 월드컵이 3D TV 안방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지 여부다.
남아공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3D로 중계된다. 총 64개 경기 중 25개 경기가 3D로도 영상이 송출된다. 우리나라 경기는 6월17일 아르헨티나전과 6월22일 나이지리아전이 3D 중계가 예정돼 있다.
아르헨티나전, 나이지리아전 3D로도 중계
TV 제조사, 방송사, 영화사 등 3D 관련 업계에서 이번 월드컵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월드컵 3D 중계가 성공리에 이뤄져야 3D가 푸시(Push)가 아닌 풀(Pull)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3D는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TV 제조업체들은 기존 TV와 기능이 차별화된 고가 제품으로 3D TV를 개발했고, 영화사 등 콘텐츠 제조사들은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3D를 선호했다. 방송·통신사들은 3D 영상 서비스로 수신료 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3D란 ‘아바타’와 같은 극히 일부의 영화를 3D 설비를 갖춘 소수의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제한된 서비스였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월드컵 3D 중계를 통해 소비자가 3D를 ‘영화관 밖에서도 일상적으로 즐길 만한 기술’로 체험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영화관 밖에서도 3D를 즐기려면 3D TV가 있어야 한다. 3D TV란 기존 2차원의 모노 영상에 깊이(depth) 정보를 부가해 시청각적 입체감을 주는 TV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3D TV 강자는 한국이다. 삼성전자가 앞서는 가운데 LG전자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삼성전자는 5월 말 현재 국내시장에서 2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을 비롯해 5월 중순까지 전세계에 27만대 이상의 3D TV를 팔았다. 5월 말 현재 국내에서 약 5000대를 판매한 LG전자는 조만간 미국 및 유럽시장에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채비다. 특히 LG전자는 영국 최대의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와 1만5000대의 3D TV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방송사는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 중계를 중심으로 3D 전용 스포츠 채널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3D LED TV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현재 46, 55인치를 주력으로 하여 LCD, LED, PDP 등 총 9종류의 3D TV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제품에는 ‘3D 전환 기능’이 있다. 기존의 2D 영상을 3D로 전환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LG전자는 ‘인피니아(INFINA)’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3D TV를 출시했다. 지난 3월말 1200개 LED 소자를 화면 전체에 촘촘하게 배치한 풀(Full) LED 3D TV(47, 55인치)를 출시한데, 이어 향후 42, 60, 72, 150인치 등 다양한 사이즈로 제품 라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의 3D TV에는 3D 변환 기능이 채택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3D 변환 기능은 완전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소비자에게 3D 영상 품질에 대한 실망감을 줄 수 있어 채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 내내 ‘3D 마케팅’ 후끈
이미 3D TV를 마련한 가정이라면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집에서 3D로 즐길 수 있다. SBS는 미국 ESPN이 3D로 제작하는 25개 경기를 지상파 66번을 통해 생중계한다. 다만 이 채널은 서울과 경기 일부 등 수도권 지역으로 송출이 제한된다. 위성채널 스카이라이프도 월드컵 3D 중계방송을 내보낸다. 스카이라이프의 3D 중계방송은 전국에서 시청 할 수 있다.
3D TV가 없어도 월드컵 3D 중계를 체험할 기회는 있다. LG전자는 6월12일부터 직영점, 백화점, 양판점 등 전국 1000여 개 매장에서 축구경기 장면을 3D로 관람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3D로 제공되는 영상은 나이키 광고 캠페인으로 유명 축구선수들의 골인, 결정적 태클, 빠른 풋워크 장면을 담은 총 3분 길이의 작품이다.
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기아차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 경기가 열리는 6월17일 전국 16개 현대차 전시장에 3D TV를 설치하고 총 1600명을 초청해 3D 중계를 체험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스카이라이프도 스카이라이프 3D 방송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연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3D TV가 확산되려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3D 콘텐츠가 다양하게 공급돼야 한다. 아직은 이런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사실. 그러나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월 스카이라이프는 24시간 3D 전문채널인 ‘스카이3D’를 오픈해 3D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을 시험 방송하고 있다. KT도 최근 쿡(QOOK)TV에 ‘3D 주문형비디오(VOD) 전용관’을 개설했다. 케이블TV CJ헬로비전도 10월부터 실시간 3D 방송을 시험 송출할 예정이다.
심지어 성인물도 3D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의 한 성인물 제작업체는 “조만간 두 편의 3D 성인영상물을 선보이겠다”며 홍보에 나선 상태. 한 업계 관계자는 “3S, 즉 스크린, 스포츠, 섹스 콘텐츠를 만족시켜야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대중화하는 법인데, 조만간 3D TV는 이 3S를 모두 충족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만큼이나 가격도 3D 확산의 걸림돌이다. 3D TV가 수백만원대의 고가 제품이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3D TV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LED타입 46인치 제품이 2월 셋째주 420만원에서 5월 넷째주 255만원으로 떨어졌고, PDP타입 63인치는 3월 셋째주 출시 당시 513만원이었는데 5월 넷째주 385만원으로 하락했다.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현재 동일 인치 2D TV 대비 3D TV의 가격 프리미엄은 10~40% 수준”이라며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연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대중이 3D TV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인가. 3D 업계는 ‘3D 스포츠 중계가 정말 환상적이더라’는 입소문이 돌기를 기원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에겐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보다 더 큰 염원이 3D 중계방송 성공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