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건 재정문제였습니다. 자신이 공감하는 정책연구기관에 기부하는 문화도 없고, 기업들도 안보문제에는 관심이 적으니까요. 그래도 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에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자부합니다.”
육사 14기인 홍 소장은 준장으로 전역하자마자 평소 지론대로 사재를 털어 KRIS를 설립했고, 이후 군과 학계는 물론 언론계와 해외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연구활동을 진행해왔다. 서울대 대학원과 독일참모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대학 교수부장을 지낸 이론적 토대에 제1기갑여단장 등으로 근무하며 익힌 야전 경험이 큰 밑천이었다는 회고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6월4일에는 육사 총동창회로부터 ‘자랑스러운 육사인상’을 받기도 했다.
“‘산 사람의 훈장은 전사자들의 희생 앞에서 빛을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처럼 6·25전쟁 이후에 군에 입문한 이들은 늘 선배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것이지요. 지나간 시대에는 군의 비뚤어진 정치 개입 등으로 인해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흐려졌지만, 앞으로는 제복을 존중하는 문화가 사회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간 일궈온 기반 위에서 앞으로 자신의 후임자들이 KRIS를 영국의 IISS(국제전략연구소)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연구소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홍 소장은 미소 지어 보였다, 최선을 다한 사람의 흐뭇함이 배어 있는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