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 출마…수도권 총선 이끌 장수 필요
- 차기 대통령, 마음 젊고 흠결 없어야
- 박 시장은 한 가지 가치에 몰두한 시민단체 연합군
- 박 대통령 ‘배신의 정치’ 발언 이해된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마음이 젊고 도덕적 흠이 없어야 한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에 대해 “이해한다”고 했다. 차기 대선과 현직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색과 결을 드러낸 것으로 비친다. ‘돌아온 오세훈’이 앞으로 정치권과 선거판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눈길이 쏠린다.
2011년 서울시장이던 그는 서울시의회의 100% 무상급식 조례에 반대하며 이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투표율이 요건에 못 미쳐 개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책임을 지고 시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1년 넘게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4·29 재·보선 때는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서울 관악을)의 당선을 도왔다. 요즘은 전국 여러 곳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연다. 고려대 공과대학 석좌교수로 있는 그를 고려대에서 만났다.
백팩 메고 8시 등교
▼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무엇을 보고 느꼈습니까.
“영국에서 8, 9개월 있었습니다.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부터 창조경제가 시작됐죠. 대표적 사례인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제효과가 삼성전자 반도체의 그것보다 더 커요. 영국에서 돌아와 중국어 중급시험에 합격한 뒤 중국 상하이 푸단대 어학당에서 4, 5개월 보냈어요. 백팩 메고 8시 등교, 3시 하교. 학생들과 똑같이 생활했죠.”
▼ 페루와 르완다, 좀 먼 나라도 다녀오셨네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장기자문단의 일원으로 두 나라를 찾았어요. 서울의 발전상에 감명받은 리마(페루 수도) 부시장이 저를 원했어요. 6개월간 시 행정 자문에 응하면서 보람이 컸어요. 르완다에서도 도시경제 자문에 조언했습니다. 20여 년 전 다수 종족이 80만 가까운 소수 종족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현 대통령은 소수 종족 출신이고 종족 간 화합을 이뤄냈어요. 공무원이 청렴하고 사업하기 좋은 모범국가가 됐죠.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배웠고 그 내용을 책으로 냈어요. 우리나라의 사정이 함께 투영된, 우리나라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긴 견문록이죠.”
▼ 청년실업 같은 현안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공대에 몸담으면서 느낀 게 많아요. 노·사·정 합의로 젊은 층 일자리에 물꼬가 트인 것처럼 뉴스가 나오는데, 저는 밝게 전망하지 않아요. 청년실업은 이제 서곡인지 몰라요. 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10년 내 성인 7명 중 1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무인 자동차, 핀테크, 3D프린팅, 인공지능 컴퓨터 같은 게 상용화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청년들에게 ‘힘들지?’라고 위로만 할 게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려 준비하도록 해야 해요. 그래서 제가 ‘미래 신기술과 우리 일자리’라는 주제로 12주짜리 세미나를 여는 거죠.”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을 것”
오 전 시장은 자신의 9년 공직 경력을 ‘공공재’라고 말한다. 2004년 정치개혁의 획기적 전기로 평가되는 ‘오세훈법’을 주도했고 의원직 불출마를 선언했다.
▼ ‘자기희생’ 같은 걸 느낄 수도 있겠네요.
“우리 정치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열패감 때문에 의원을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바꿀 기회가 제게 왔어요.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그만두는 마당이니 사심 없이 바꿔보라’고 했고 저는 전권을 요구했죠. 그 법 때문에 정치 풍토가 많이 달라졌죠.”
▼ 너무 심하다고, 조금 완화하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늘 작용과 반작용은 있는 거니까. 그러나 정말로 바꾸자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을걸요? 지난 10년 동안 지구당 강화하자, 돈도 더 쓰게 해주자…여러 논리가 개발됐어요. 저는 걱정 안 해요. 바꿔봐야 미세조정 수준이지 골간을 어쩌진 못할 겁니다.”
▼ 국리민복은 정치의 목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민은 잘 먹고 잘사는 문제를 넘어 정치 지도자에게 사욕과 당략에 물들지 않는 바른 성품과 정의감을 기대합니다.
“그렇죠. 서로 믿고 존중하는 사회라면 굳이 그런 덕목이 필요하겠어요? 지금 만인이 만인을 불신하죠. 가진 자는 가진 자대로 늘 갈증을 느끼고, 그것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은 늘 박탈감을 갖고. 너무 가파른 세월을 살아와서 마음속에 허전함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숭고한 가치에 대한 갈망도 커져왔던 거죠. 이제 같이 보듬어가는, 공존의 가치가 녹아 있는 성장이 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걸 추구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단계에 온 것 같아요.”
▼ 지도자가 도덕성이나 공신력을 갖춰야….
“그런 가치를 국민에게 설파하고 정신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본인이 일단 그런 덕목을 체화해야 하겠죠. 도덕성과 신뢰는 정말 이 시대 사람들이 갈망하는 지도자의 덕목이 됐습니다. 아마 다음 대통령에게도….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는 솔선수범 이상 좋은 게 없죠. 지도자는 모든 것을 입보다 솔선수범으로 보여줘야 하니까.”
▼ 차기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그런 것이다?
“다음 지도자는 고속성장 과정에서 혜택을 본 분들에게 ‘이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고 호소해야 해요. 그러려면 지도자 자신이 살아온 이력에 흠이 없고 자기 삶에 자부심이 있어야겠죠. 그래야 듣는 사람이 기꺼이 믿고 자기 것을 내놓겠죠.”
▼ 차기 대통령이 젊은 대통령이면 더 낫다고 봅니까.
“‘젊어서 가능, 나이 들어 불가능’ 이렇게 이야기하면 연세 있는 분들이 동의하겠어요? 물리적 나이로 구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마음이 젊어야 하고, 생각이 젊어야 하고, 세계적 트렌드를 알아야 하죠.”
▼ 일전에 “어울려서 하는 진짜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계파정치’와는 다른 건가요.
“제가 30대 후반에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 ‘오죽 못났으면 패거리 지어 정치하나’라는 모자란 생각을 했어요. 이후 경험이 쌓이면서 세상을 바꾸는 건 사람들의 힘이라고 생각했죠. 무조건 사람 모으는 건 계파정치죠. 어울려서 하는 정치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입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폭발적 에너지로 정치를 하고 싶다는 뜻이죠. 소통이 화두인데, 리더는 자판기가 아닙니다. 대중이 원한다고 다 들어줄 순 없죠. 대중보다 반 보 앞서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잘 설득하면 소통할 수 있다고 봐요.”
“저한테 물어본 적 없으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 전 시장의 정책을 자주 뒤엎었다. ‘오세훈 지우기’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 재임 중 조성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유튜브를 보니 외국인들이 ‘우주선 같다’며 좋아하는 것 같아요. 디자인 서울, 서울 대기 질 개선, 외국인 관광객 증대, 마이스(MICE, 회의·인센티브 관광·컨벤션·전시회) 계획 같은 일을 해놓은 것으로 아는데….
“제가 시내버스 9000대의 경유 엔진을 매연 안 나오는 CNG 엔진으로 바꿨죠. 이후 서울 공기가 맑아졌어요. 제주도 공기 수준에 가까워요. 지금 가끔씩 뿌연 건 거의 다 중국에서 온 겁니다. 취임 때 서울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 관광객이 1위였죠. 저는 중국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예견했어요. 그래서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 어떻게요?
“제가 말했습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경복궁이나 전통문화 보러 서울에 오겠나. 아니다.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한강이나 남산이 관광자원이다. 쇼핑하는 게 즐거워야 하고, 거리를 걷는 게 즐거워야 한다. DDP나 세빛둥둥섬 같은 것도 필요하다….’ 이게 적중했어요. 요즘 DDP에서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가 론칭쇼를 해요. 홍콩, 상하이, 도쿄에서 하는 걸 서울이 DDP로 빼앗아온 거죠. 어제 세빛둥둥섬엘 갔더니 중국 관광객들로 미어터져요. 9월 초의 맑은 공기, 한강과 녹지, 인공섬, LED 조명, 낙하분수…이런 게 중국인들에게 이국적으로 받아들여져요. 외국인은 서울을 드라마와 건축물로 이미지화합니다. 드라마 보고 서울에 왔는데 볼 만한 게 없다, 이러면 실망하겠죠. 그래서 서울을 소비하는 관광객들에게 DDP와 세빛둥둥섬 같은 감성 인프라를 제공해야 해요.”
▼ 박원순 시장과 그 주변에선 이를 ‘토건사업’ ‘전시행정’으로 비판해왔죠.
“초창기에 그러셨죠. 의미를 전혀 모르셨죠. 알 수 있나요? 저한테 물어본 적이 없으니까. 시민단체들은 DDP가 역사유적을 허문다고, 세빛섬이 한강을 망친다고 비난했죠. 이들은 인공적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 자체를 죄악시합니다. 오직 한 가지 가치에 몰두해요. 박 시장은 이런 시민단체들의 연합군으로 당선됐고요. 그러니 극단적 정책을 쓰는 거죠.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걸 오 시장이 했어? 그러니 나는 이걸 다 백지화해야겠어.’ 이런 생각이 강했겠죠. 재선 시장이 된 뒤론 박 시장도 회귀했죠, 유턴했죠. 몇몇 분은 박 시장에게 ‘아무것도 안 한 시장이 되겠다고 하더니 왜 오 시장이 가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느냐’라고 비판해요.”
▼ 박 시장은 마이스를 숙원사업으로 추진 중인데요.
“제가 서울시의 6대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하던 사업이죠. 제 재임 시절에 서울이 이미 세계 마이스 5위였어요. 제조업 없는 서울시는 관광과 마이스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박 시장이 새삼스럽게 마이스를 강조하는 것도 똑같은 이유죠. 그분은 처음엔 그 가치를 몰랐어요. 그러니 마이스 공간으로 만든 DDP와 세빛섬을 적대시한 것 아닙니까. 아마 몇 년 일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듯해요.”
“시장이 허락만 하면 되는데…”
오 전 시장은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터에 40층 랜드마크 빌딩, 대공연장, 행복타운, 상업시설, 문화시설을 들이는 계획을 추진했다. 박 시장은 2014년 이를 백지화하면서 도시농업체험장 등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이 땅에 박 시장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수십 개 진보단체를 수의계약으로 입주시켰다”고 지적했다.
▼ 국립보건원 터 활용을 놓고도 박 시장은 이른바 ‘오세훈안’을 백지화했는데요.
“박 시장이 그 공간에 대한 관(觀)이 뚜렷하지 않을 때 용도를 결정한 거예요. 전임 시장이 결정해놓은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시 공무원 수만 명의 중지를 모은 결정이었어요. 그런데 전임 시장의 결정이라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비판한다는 이유로 백지화해요.”
▼ 어느 안이 은평 주민에게 더 유리할까요.
“저는 거기를 관광객이 모여들고 호텔이 집적되고 컨벤션이 집중되는 고급 도시로 만들려 했어요. 박 시장은 강북 발전을 고민하는 시장이라면서 이미 세워둔 중점발전 계획을 없애고 그런 기능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용도로 바꿨어요. 은평 지역 시민들에겐 청천벽력이죠. 이제야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좌절할 수밖에 없죠.”
오세훈 전 시장이 고려대 연구실에서 자신의 저서를 펴들고 있다. 책장 위는 그와 가족을 묘사한 그림들.
“서울의 가장 큰 자산이 한강 같은 자연이죠. 평균 강폭이 1km인 아름다운 이 강을 잘 보존하면서 관광자원으로도 이용해야죠. 환경단체가 한강르네상스를 비난하자 박 시장이 그 분위기를 너무 탔어요. 그러다 중앙정부가 여의도 한강변 등을 관광지로 좀 쓰자고 하니까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해요. 인천 앞바다에서 여의도로 배가 다니게 뱃길이 돼 있고, 제가 양화대교도 손봤어요. 박 시장은 허락만 하면 되는데 안 해요. 환경단체와 서울시는 밤섬이 훼손돼 안 된다고 하는데, 배가 다닌다고 섬이 망가지나요? 기술력과 예산으로 보완할 수 있어요.”
▼ 수자원공사는 여객선의 사업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사업성은 갈수록 높아지죠. 서울에 1000만이 넘는 중국 관광객이 들어오잖아요. 지금은 하늘길밖에 없으니 물길도 만들어주자는 거죠. 상하이, 칭다오, 웨이하이에서 배를 타고 서해와 아라뱃길을 지나 여의도 선착장까지 와서 입경(入境) 절차를 밟도록 해줘야 해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오갈 테니 그 수혜는 계산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걸 결사반대하니 답답한 노릇이죠.”
“전임자 일 무턱대고 無化”
오 전 시장에게 내년 총선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물어봤다. 그는 서울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있다. 공무원연금 등 복지 지출에 의한 국가재정 고갈 논란이 일면서 그가 시장을 포기하면서까지 부르짖은 ‘복지 포퓰리즘 반대’가 선견지명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 내년 총선 때 종로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기본 원칙은 당이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다는 겁니다. 야당 분열, 오래 안 갑니다. 연말 되면 정리될 거고요. 지금은 새누리당이 누구를 꽂아도 이길 것 같죠? 천만에요. 그렇다면 긴장해야 하는데. 장수가 있어야 합니다. 권역별로, 서울·경기 이끌 장수, 충청 이끌 장수가 필요해요. 서울·경기는 누가 어떤 얼굴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습니까. 종로가 옛날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약화됐지만 선거방송 하면 어디가 제일 먼저 나오죠?”
▼ 종로.
“그런 상징성이 있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당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종로일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 서울·경기의 장수로서 상징성 있는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총선을 이끌어보겠다?
“어쨌든 당에 필요한 인물이 돼야 하지 않겠어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선 과반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니면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이죠. 어디에서 이겨야 과반이 됩니까.”
▼ 의석 수가 많은 수도권.
“정해진 거죠. 서울·경기에서 승리하려면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와 총력을 기울여야 해요. 그 총력전의 와중에 오세훈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그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거죠.”
▼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박원순 시장의 시정 공과(功過)같은 것을 이슈화할 건가요.
“제 입으로 박 시장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필요한 정책적 이야기는 좀 해야 되겠죠.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안 할 수 있겠어요.”
▼ 복지 포퓰리즘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고 그 일로 결국 물러났는데요. 신념은 변함없더라도 시장직과 연계한 방법론에선 후회하지 않습니까.
“후회합니다. 후임 시장이 들어와….”
▼ 박원순 시장이 오세훈 정책을 없애고 격하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나요.
“아, 그러니까 후임 시장이 누가 들어오든, 박원순 시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참 안타까운 것이, 수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투자한 사업이 틀린 겁니까. 아니잖아요. 박원순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고요. 전임자가 한 일을 무턱대고 무화(無化)하는 것, 정말 국민이 엄중한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심판해야 합니다. 도덕적으로, 실용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요.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정말 우리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지도하셔야 합니다.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의 몸부림’
오 전 시장은 의원 시절 소장파로 알려졌지만, 이후론 친이명박계로도, 친박근혜계로도 분류되진 않는다.
▼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봅니까.
“박 대통령이 애국심이 투철하고 신뢰와 원칙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은, 그분을 좋아하는 분이건 싫어하는 분이건 동의할 겁니다. 다만 그런 애국심을 정책으로 요령 좋게 녹여내는가 하는 점에 대해선 여러 설(說)이 있을 수 있죠. 대통령도 사람이다보니 실수할 수도 있고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고 비판을 들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분이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이잖아요. 기운이 펄펄 나서 일할 수 있게 국민이, 여야가 도우면 좋겠어요. 요즘 국정이 탄력을 받고 지지율도 상승해 다행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좋은 기운을 잘 모아 좀 늦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기술적으로, 정책적으로 성공시켜나가길 바랍니다.”
▼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대통령의 이런 말을 이해하는지….
“끝까지 장악력과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한 5년 단임제 대통령의 몸부림이겠죠. 그런 언어가 다소 투박하고 거부감이 드는 의사소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책을 추진할 힘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대통령의 간절한 염원 같은 게 배어 있다고 본다면 꼭 비판받을 일인가 싶어요. 개인에 대한 감정표출로 낮춰서 폄하하니까 그런데, 저분이 왜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시장 재임 시절 권영진 대구시장이 서울시 부시장으로 도운 것으로 압니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데요. 대구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습니까.
“대구에 평소 관심과 애정이 많았어요. 권 시장 취임 후 그게 훨씬 높아졌죠. 대구를 위해 고민을 많이 해요. 제 파트너이던 그분이 성공해야 저도 보람이 있으니까요. 현실은, 대구는 위기의 도시입니다. 사람을 끌어 모으는 도시가 발전하는 도시인데, 젊은이가 대구에서 지속적으로 나갑니다. 대구는 이런 추세를 돌려놔야 해요. 서비스, 문화, 관광, 창조산업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요. 어떤 막연한 이미지가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감수성과 세련미를 느낄 수 있게 하면 되죠. 건축가, 디자이너, 음악가, 미술가, 공연예술인, 스포츠 종사자, 매스컴 종사자, 회계사, 컨설턴트, 교육자 같은 분들이 정착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면 대구는 발전합니다. 안 그래도 대구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연 일정이 잡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