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핀란드 공예명가 ‘이딸라’ “백두산 영감 받아 작품 제작”

‘동아백년 파랑새’ 디자인한 투이야 알토세탤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4-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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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공공아트 프로젝트 ‘한국의 새’

    •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 협업

    • 300개 한정 제작, 동아미디어센터 등 전시

    • ‘한국의 색’ ‘한국의 상(床)’ ‘한국의 향’ 등도 눈길

    [이딸라 제공]

    [이딸라 제공]

    동아일보가 4월 1일 창간 100주년을 맞아 유리 오브제 ‘한국의 새: 동아백년 파랑새’를 선보였다. 파랑새는 행복과 희망, ‘더 나은 미래’를 상징한다. 과거 동아일보가 운행한 취재용 경비행기와 요트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에 동아일보와 함께 새로운 100년의 희망을 파랑새로 형상화한 파트너는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다. 1881년 작은 유리 공방에서 출발한 이딸라는 현재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디자인 기업이다. 특히 오이바 토이카(Oiva Toikka·1931∼2019)가 주도한 유리 공예 시리즈 ‘버드 바이 토이카(Bird by Toikka)’로 유명하다. 다양한 새 모습을 형상화한 ‘버드 바이 토이카’ 작품들은 이딸라 유리 장인들이 가열한 유리를 일일이 입으로 불어 만든다. 저마다 다른 모양과 개성을 갖고 있어 수집품으로 인기가 높다. 

    이딸라는 동아백년 파랑새도 같은 방법으로 제작했다. 한국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투명한 푸른빛 유리에 장인들이 직접 숨을 불어넣어 새 모양을 빚어냈다. 이 작품을 디자인한 ‘이딸라&아라비아 디자인센터’ 투이야 알토세탤래 센터장을 e메일로 만났다.

    장인이 일일이 입으로 불어 만든 유리 새

    -동아백년 파랑새의 디자인 콘셉트를 소개한다면. 

    “파랑새 몸체는 맑은 파란색, 날개와 꼬리는 진한 파란색이며, 머리는 투명하다. 이 색채는 동아일보가 보내준 백두산 천지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동아일보는 100주년을 기념하며 파란색을 통해 희망과 행복의 이미지를 전달하길 바랐다. 동아일보에서 보내준 자료와 상세한 요청 사항을 바탕으로 이를 형상화하려 애썼다.” 

    -제작 과정에서 특히 역점을 둔 부분은. 

    “투명한 푸른 몸통과 파랗게 채색한 날개 및 꼬리 부분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각각의 새 작품은 장인 3명이 협력해 만들었다. 이들이 교대로 작업하기 때문에 새 한 마리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열정이 들어갔다. 단 300개를 한정 제작한 작품 몸통 밑에는 ‘동아백년’이라는 한글 각인과 일련번호를 새겨 넣었다. 



    과거 동아일보가 운행한 취재용 헬리콥터와 요트 이름이 파랑새였다고 들었다. 동아일보 100년의 유산을 기념하고 밝은 내일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파랑새를 고른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동아백년 파랑새는 제작 방식이나 모양이 ‘버드 바이 토이카’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핀란드인으로서 나는 언제나 ‘버드 바이 토이카’의 아름다움과 상상력을 동경해 왔다. 2003년 이딸라에서 일하게 된 뒤 오이바 토이카와 유리 장인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지켜본 일도 있다. 토이카가 새로운 새(bird) 디자인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유리 장인들이 그것을 구현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얻기까지 몇 번이고 수정을 거듭했다. 서로 말이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러운 작업 환경에서도 상대를 존중하며 그들만의 ‘글래스 언어(language of glass)’로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딸라의 유리 새는 장인들이 유리를 입으로 불어 완성하므로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동아백년 파랑새도 마찬가지다. ”

    자유, 꿈, 밝은 미래

    ‘한국의 상(床)’과 어우러진 ‘한국의 새 : 동아백년 파랑새’.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한국의 상(床)’과 어우러진 ‘한국의 새 : 동아백년 파랑새’.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이딸라는 협업을 진행할 때 상대의 철학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서로 가치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만 협업을 시작한다. 

    동아일보는 오랜 역사를 이어온 한국 대표 언론 매체라고 들었다. 이딸라 또한 1881년 설립 이래로 장인 정신에 가치를 두고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추구해 온 핀란드 대표 브랜드다. 둘 다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진보적인 디자인과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다. 

    일전에 다니엘 뷔렌 디자인으로 장식된 동아일보 사옥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당연히 디자인 회사 건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언론사 사옥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동아일보의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동아백년 파랑새를 만들면서 동아일보의 역사와 유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우리가 아름다운 새(bird) 작품으로 동아일보 100주년을 축하하게 돼 기쁘다.” 

    -이딸라는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서울에 한 주 동안 머문 적이 있다. 당시 느낀 생동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잊을 수 없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도시다웠다. 또 서울 사람들은 친절해 다가가기 어렵지 않으면서 한편으론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한국은 현대적인 마천루와 전통문화 공간을 동시에 가진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에 방문했을 때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한국 가옥과 가구에 담긴 장인 정신을 봤다. 또 핀란드와 한국 전통의 유사한 점도 발견했다. 두 나라는 나무를 많이 사용하고, 자연을 존중하며, 디자인에서 겸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국은 전통적으로 건축을 할 때 자연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남겨놓는다는데, 그것은 핀란드 문화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 향후 양국 디자이너와 회사들 간 교류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동아백년 파랑새를 보게 될 한국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작품에 투영된 장인 정신과 예술성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하며 파랑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파란색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색이다. 선명한 하늘과 빛나는 호수뿐 아니라 자유, 꿈, 밝은 미래를 상징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파랑새가 밝은 미래와 행복의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동아백년 파랑새는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일민미술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의 색, 한국의 상, 한국의 향

    한편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새’ 외에도 다양한 공공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미술가 다니엘 뷔렌과 협업해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을 8가지 색상 줄무늬로 장식한 ‘한국의 색’을 선보였다. 이 작품 전시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1월부터는 도예가 이헌정 씨가 제작한 ‘한국의 상(床)’ 오브제를 사옥 로비에 설치했고, 3월 31일에는 ‘한국의 향: 1920℃’를 공개했다. 동아일보가 활자를 통해 국민과 함께한 100년의 기억을 향으로 표현한 제품으로, 송연묵(소나무 그을음과 아교를 섞어 만든 한국 전통의 먹)을 재현해 특허 출원한 ‘한국의 묵향’이 난다. 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회사 코스맥스가 개발에 참여했다. ‘1920℃’ 향수(50mL·오 드 퍼퓸)와 디퓨저(135mL) 용기는 한국도자기가 제작했다. 동아일보가 펼치는 다양한 공공아트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은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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