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다 높은 금리에 메리트 못 느껴
국민채, 국채와 질적으로 성격 같아
외국계 투자자 자본규제에 해당돼 반발 클 것
민간 금융시장 위축, 기업 자금조달 어려워질 수도
신세돈 명예교수 “기재부가 외국 투자자 너무 의식”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4월 27일 기재부 관계자는 ‘신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통합당의 ‘국민채’도 국가 채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국채보다 높은 금리를 얹어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내부 검토했으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처지에선 국민채 금리가 2.5%로 높아 현재 1.2% 내외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국채에 비해 별다른 메리트(merit·장점)가 없다”는 게 판단의 핵심 근거다.
신세돈 “기재부, 외국 투자자·대형투자은행 의식한 듯”
국민채 계획을 입안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국채 시장에서 득을 보는 것은 외국계 투자사나 국내 대형은행·증권사다. 이들에게 조달한 자금도 대개 토목·건설 사업에 쓰였다. 부동산·주식 투기로 이어질 공산이 큰 시중 유동성을 국민채로 흡수해 그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합당의 제안 나흘 후인 3월 26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보다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명예교수는 “이후 청와대에서 별다른 피드백이 없어 통합당 측에서도 구체적 방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채안(案)이 사장(死藏)된 셈이다.
신 명예교수는 “국민채가 은행 예금 자금을 흡수하면 대형투자은행·증권사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구매자를 내국인에 국한해 외국 투자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며 “기재부가 이를 의식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명예교수의 주장에 이론(異論)도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채발행 총액 대비 외국인의 보유비율은 10% 안팎으로 높지 않다. 국채 대부분을 내국인이나 국내 은행이 매입하던 일본도 외국인 보유비율이 8% 정도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국채 금리가 높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로 투기성 자금의 유입도 막을 수 있어 국부 유출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국채 발행도 문제지만 국민채는 더 문제”
통합당은 총선 패배의 혼란 속 여당과 ‘코로나19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씨름 중이지만 국민채를 통한 재원 마련은 다시 거론하지 않고 있다. 4월 16일 정부는 국회에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9조7000억원(소득 하위 70% 지급 기준)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이후 당정 합의로 지급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돼 재난지원금 규모도 14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소요 예산 4조6000억 원 전액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통합당은 4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국채 발행 규모를 줄여야한다고 주장한다.전문가들은 정부의 국채발행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국민채에 회의적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채발행은 민간에서 유통될 자금을 국가가 끌어다 쓰는 격이다. 민간 금융시장이 위축돼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에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며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상충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채에 대해서는 “국채 발행과 질적으로 다를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은 ‘위로금’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 경기활성화 효과는 미미해 비효율적”이라면서도 “국민채는 외국 투자자를 차별하는 일종의 자본규제에 해당돼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