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가 진행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전직 성남시 주거환경과장 전모 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변경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허위로 보고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변호인 측 증인심문 중 발언권을 얻어 전 씨를 직접 심문했다. 이 대표는 “당시 정부에는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방으로 빨리 이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있었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추진하는 것이 국토부였다”며 “아무런 부담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전 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 대표는 “국토부가 세 번이나 (공문을) 보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부처의 요구를 (이유 없이) 거절하게 되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데도 부담이 없었느냐”고 재차 물었으나, 전 씨는 “(백현동 부지용도 상향은 없다는) 시장의 결정을 따랐을 뿐, (국토부) 문책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의 의무 조항을 두고 다퉜다. 이 법 43조 6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지자체에 정부 기관이 가진 일부 부지의 용도 변경을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부지가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대표가 이 사실을 몰랐으며, 설사 알았다고 해도 국토부가 여러 차례 백현동 부지용도 상향을 요청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맞섰다.전 씨가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게 된 이유도 이 특별법 때문이다. 전 씨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바꿔 달라며 2차 용도변경 신청을 한 것과 관련해 국토부에 직접 해당 부지가 특별법 의무 조항에 적용되는지를 질의한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국토부는 전 씨의 질의에 “(국토부의) 용도변경 협조 요청은 지자체가 의무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백현동 부지는 의무 조항에 포함되는 부지가 아니므로 용도변경과 관련해선 귀 시(당시, 성남시)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회신했다.
전 씨는 “국토부가 2014년 12월 9일 (성남시에) ‘해당 부지는 혁신도시법상 의무 조항 대상이 아니며,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판단해야 될 사항’이라는 내용을 회신했나”라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혁신도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성남시가 해당 의무 조항에 따라 반드시 용도변경을 해줘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전 씨는 “그렇다”고 했다.
전 씨는 “(이런 회신 내용을 당시)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으로 업무 보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 씨는 10월 13일 ‘백현동 브로커’ 김인섭 씨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국토부가 ‘용도 변경은 성남시가 임의로 판단할 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내왔고 이를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가 보고를 받더니 “별다른 말없이 수긍했다”고도 전 씨는 전했다.
“부하직원 잘 모른다는 것도 죄냐”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대표 지지자들은 법원 앞에 집결했다.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법원 입구에서 들렸다. 이들 중 일부는 “부하직원 잘 모른다는 것도 죄냐”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르는 것도 재판할 거리냐”라며 소리를 높였다.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이날 재판에서 다룬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 다른 하나는 김 전 처장과 관련이 있다. 2021년 12월 21일 김 전 처장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던 중 개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묻자 “하위 직원이었기에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답했다.
이렇듯 혐의가 두 갈래인 만큼 증인도 많다. 공판 첫 날(3월 3일)부터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재판부에 50여 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 증인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검증하다보니 재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검찰, 변호인단 양측에 “지엽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혐의와 관련된 부분만 심문해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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