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인터뷰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

“시청률 하락, 적자 전환, 좌파 성향 인사 출연료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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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07-24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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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부담되는 뉴스’ 빼고 ‘야당 때리는 기사’ 키워”

    • “친(親)문재인, 친(親)김정은, 친(親)노조, 반(反)대기업, 반(反)보수”

    • “민노총 중심 노영방송”

    • “윤도한 발언에 사내 게시판 ‘언론자유 침해’ 주장 잇따라”

    • “KBS가 전리품인 듯… ‘국민 수신료’ 생각해야”

    • “국민의 눈·귀 열기 위해 싸워”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KBS는 양승동 사장 취임 후 시청률 저하와 재정 악화를 겪어왔다. 최근엔 ‘청와대 외압설’과 전 보도국장 해임으로 내부에서 거친 파열음이 나온다. KBS 사내 게시판에는 권력과 KBS 수뇌부를 개탄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KBS공영노조에 이어 KBS1노조도 ‘외압설 당사자’인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을 방송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청와대 외압설이 소송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성창경 KBS공영노조 위원장은 7월 3일과 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정권교체 후 2년간 KBS의 편파성 보도와 수뇌부의 경영능력 부실을 감내해온 직원들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국민의 눈과 귀를 열어주기 위한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KBS판 적폐청산위원회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 활동에 소송으로 맞서 1심에서 승소했고 이 판결을 바탕으로 양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양 사장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다음은 성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진미위의 징계 권고에 따라 7월 2일 정지환 전 보도국장이 해임되는 등 4명이 중징계를, 13명이 주의처분을 받았다. 

    “진미위는 박근혜-이명박 정부 9년 동안 제작·송출된 프로그램을 심판할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설치된 ‘적폐청산’ 기구다. 일부 KBS 이사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반대했지만 양승동 사장은 표결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세월호 진상조사위원, 군 적폐청산 위원 등 ‘적폐청산 전문가’들이 진미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보수 정부 시절 KBS에서 일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기구’ 성격이었다.”

    “보수우파 DNA 말리려는 시도”

    -왜 그렇게 생각하나. 

    “과거 KBS 사내 기자협회의 좌편향성을 비판한 성명을 낸 기자(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 130여 명을 조사했고 △세월호 참사 보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 관련 보도 △이명박 전 대통령 주례 연설 방송 같은, 이른바 진보 인사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해온 프로그램을 주로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이후 편파 보도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는다. 목적은 뻔한 거 아닌가. 진미위 운영 규정에는 조사에 불응하거나 조사 내용을 외부에 알려도 처벌한다고 돼 있다. 그러니 ‘계엄사령부가 설치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말이 사내·외에 나돌았다. KBS 주류 교체를 위해 반대 세력을 조사해 처벌함으로써 보수 우파의 DNA를 말리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가 법적으로 싸우면서 많은 직원을 보호할 수 있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9월 ‘진미위’의 징계는 새로운 징벌 조항인 만큼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 과반 동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고 KBS 인사규정상 징계시효가 2년이므로 2년 이전의 활동을 처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조사에 불응하면 징계를 받는다거나 조사 내용 누설로 처벌받는다는 조항도 불법이라고 했다. 항소심은 5월 14일 진미위가 조사 대상자에 대한 징계요구권한은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항소심에 불복한 성 위원장은 재항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라고 있다. 이후 KBS 인사위는 진미위 안을 심의해 7월 2일 정지환 전 국장 등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것이다. 

    “진미위는 ‘KBS 기자협회 정상화모임’이 2016년 3월 기자협회의 좌편향 활동을 우려해 성명을 낸 걸 ‘사내 질서 문란’이라고 한다. 나는 당시 울산에서 근무했는데 성명서 내용에 공감해 전화로 이름을 올렸다. 임의로 가입 탈퇴하는 기자협회는 성역인가. 회사가 왜 임의조직의 내부 논쟁에 끼어들어 편을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한차례 불법성이 확정됐고, 확정 판결도 나지 않은 기구(진미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를 강행한 거다. 진미위의 징계 절차 무효 소송도 진행 중이다.”

    “보도본부 수뇌부 반성 촉구” <사내게시판>

    ‘진미위’ 활동과 KBS 수뇌부를 비판한 성명서. [홍중식 기자]

    ‘진미위’ 활동과 KBS 수뇌부를 비판한 성명서. [홍중식 기자]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징계를 의결했을까. 

    “최근 KBS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까. 기수별 개인별 성명이 계속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KBS TV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이하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과 관련한 문제 때문인가. 

    “그렇다. 진미위 활동이 종료된 데다가 비판 기사에 대한 청와대의 노골적인 외압 언사가 불을 지폈다. 6월 21일 윤도한 수석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의 발언 이후 프로그램 재방송이 결방됐고, 제작진은 반발했다. 현재 이를 비판하는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과거 세월호 사건 당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을 너무 강하게 나무라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것과 뭐가 다른가.” 

    윤도한 수석은 6월 18일 ‘시사기획 창’ 보도 사흘 뒤 “태양광 사업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KBS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는데 사흘이 지나도 아무 답변이 없다”고 발언했지만 이후 누구에게 시정 조치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 방송은 정부 추진 태양광 발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상(水上) 태양광 패널 규제 완화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2018년 10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때 문 대통령이 태양광 패널이 수면을 덮은 비율이 60%인 곳을 보고 박수를 쳤고, 차관이 ‘저기 30%도 없애버립시다’라고 발언했다는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가 그 근거였다. KBS는 7월 8일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내 게시판에는 “KBS 보도본부 수뇌부는 청와대 외압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문 발표를 막으며 제작진의 민주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KBS 보도본부 수뇌부의 반성을 촉구한다)거나 “보도본부장 말대로 윤 수석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 홍보수석이 없는 말을 지어내 언론을 겁박한 것으로 언론 자유 침해 행위”(권력의 언론 자유 침해를 개탄한다)라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윤 수석의 발언과 KBS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보도본부 수뇌부는 ‘청와대 지적에 사실관계 확인 필요하다’ ‘재방 불방 편성 요청은 정당한 업무 지시였다’면서 입장문을 발표하려는 제작진을 막았다. 권력으로부터 제작진과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할 보도본부장이 청와대와 윤 수석부터 걱정하는 꼴이다. 내부에서 동요하는 것은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2년여간 KBS가 망가지는 것을 보니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 같다.” 


    “연구동 사장”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KBS는 2년간 망가졌다?

    “가장 큰 것은 보도 방향이다. 우리가 모니터링을 해보니 KBS 보도는 ‘1. (親)문재인 2. 친(親)김정은 3. 친(親)노조 4.반(反)대기업 5. 반(反)보수’라는 특징이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비판적 뉴스는 거의 없고, 대부분 주요 뉴스로 다룬다. ‘오늘밤 김제동’은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을 인터뷰했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발언(김용옥)도 걸러지지 않고 전파를 탔다. 오리무중인 비핵화 협상 문제의 심각성은 보도하지 않고 ‘두 정상 궁합이 잘 맞다’거나 ‘김정은의 필체가 수려하다’고 보도한다. 이런 것들이 너무 눈에 띄다 보니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는 거 아니겠나.” 

    -시청률은 얼마나 하락했나. 

    “문재인 정권 들어설 즈음 KBS9 평균 시청률이 17~20%였는데, 지금은 9~11%로 내려갔다. 시청률 하락 이유는 또 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관련된 ‘드루킹 댓글’사건은 올해 설 연휴 10일간 방송되지 않았고, 투기 의혹을 받은 손혜원 의원을 KBS9 뉴스에 출연시켜 10여 분간 해명성 발언을 하게 했다. 고(故) 장자연 사건의 공익제보자로 행세한 윤지오 씨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반면 김태우 전 청와대 수사관의 정권 비리 폭로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 국채 발행 논란의 경우, 일체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정권에 부담 주는 뉴스는 빼고 야당 때리는 기사는 키우는 셈이다. 4월 4일 강원 고성 산불이 났을 때는 차량과 주택 등으로 불이 옮겨 붙고 나서야 다시 재난방송을 했다. 그러니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성 위원장은 또 “정치권이 나설 경우 ‘언론 탄압’으로 역공을 받을 우려가 있으니 방송사 구성원들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사장 퇴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민주당 문건’대로 진행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성 위원장의 설명이다. 

    “민주노총 산하 KBS본부노조가 전 정부에서 임명한 KBS 이사들의 학교나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일을 못 할 정도로 퇴진을 압박했다. 고대영 사장도 해임했다. 이후 주요 보직자 대부분이 보직을 빼앗기고 외딴곳에 배치됐다. 그 자리에 양 사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출신 수뇌부가 자리했다. 현 수뇌부는 부장 승진규정을 낮춰 특정 노조 출신들이 승진할 수 있게 했고, 과거 데스크와 마찰을 빚어 퇴사한 기자들을 특별 채용했다. 경영 능력이나 취재 능력보다는 노조 활동을 우선해 임명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중심 노영(勞營)방송’이라느니 ‘민원이 생기면 연구동 사장에게 가보라’는 말도 나온다.” 

    -연구동 사장? 

    “사장 등 경영진 집무실은 본관 6층이다. 연구동에는 민주노총 산하 본부노조가 있다. 연구동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 나도 KBS에서 32년간 기자 생활을 했는데 참 부끄럽다. 시청률이 떨어지니 광고 수주도 급락해 올 4월 말까지 670억 원 정도 적자가 났는데도 김제동 씨에게 회당 350만 원, 연봉 7억 원이 넘는 출연료를 준다. 좌파 성향의 다른 인사들도 TV와 라디오 주요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마치 KBS라는 ‘먹잇감’이 전리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출연료 ‘잔치’를 하니 참 걱정이다. KBS는 연간 6500억 원의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데….”

    “국민과 나라가 불행해져”

    -KBS의 노조 조합원 수는 어떻게 되나. 

    “1988년 처음으로 설립된 노조인 KBS1노조가 1300여 명,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KBS본부노조가 2200여 명, 보수 성향 공영노조가 100여 명 된다. 우리는 원칙과 법률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성 위원장은 “우리는 ‘국민의 눈과 귀를 열어주기 위해’ 싸운다. 보수 정권 때에도 똑같이 싸웠다. 언론의 기본은 권력 감시와 비판이다. 이게 안 되면 국민과 나라가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배수강 편집장

    배수강 편집장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평범한 이웃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남도 나와 같이, 겉도 속과 같이, 끝도 시작과 같이’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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