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호

[추적] KAI 군용헬기 수리온 국산화 결국 좌절된 까닭

軍, 신형 헬기 개발 착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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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1-06-2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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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리온 15년째 국산화 중…진척도는 58%

    • 국산화 대상이던 동력전달장치, 슬그머니 빠져

    • 기술이전 진척도 33%에 불과…결국 국산화 실패

    • KAI와 방사청 동력전달장치 전량 수입으로 방향 틀어

    • 차세대 헬기에서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가능

    • 수리온 UH-60 대체 방안 사실상 폐기

    • KAI “수리온 전면 국산화 대상 아냐”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2006년부터 15년째 국산화를 시도했으나 국산화율은 아직 58%에 머물고 있다. [KAI 제공]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2006년부터 15년째 국산화를 시도했으나 국산화율은 아직 58%에 머물고 있다. [KAI 제공]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H-1)’이 순수 국내 기술로 하늘을 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2006년 개발을 시작해 15년간 부품 국산화 연구·개발을 해왔지만 현재 수리온의 국산화 진척도는 58%에 불과하다.

    수리온은 군의 노후화된 기동헬기(UH-60)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다. 수리온의 개발 및 양산을 맡은 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AI는 해외 항공기업과의 기술제휴 등을 통해 헬기의 핵심 부품을 차츰 국산화할 계획이었다. 최종 목표는 엔진을 제외한 전 부품의 국산화로 개발 및 양산에 드는 기간은 17년(2006~2023년), 국비 총 9조921억 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었다.

    당초 KAI는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기어박스) △로터블레이드(회전 날개) △전자제어시스템 등 3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동력전달장치 국산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동력전달장치 국산화에 들어간 예산만 154억 원. 이 금액이 전부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현재 수리온의 엔진과 기어박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계약부터 이상했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사업

    수리온 설계 원형인 기동헬기 ‘에어버스헬리콥터스(AH)’의 AS532 쿠거. [동아DB]

    수리온 설계 원형인 기동헬기 ‘에어버스헬리콥터스(AH)’의 AS532 쿠거. [동아DB]

    수리온 개발 초기에는 KAI가 동력전달장치 국산화를 총괄했다. 2007년 11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KAI가 제출한 ‘동력전달장치(기어박스·구동축) 국산화 계획서’(이하 국산화 계획서)에 대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계획서에 따르면 KAI는 2008~2012년까지 4년간 점진적으로 동력전달장치를 국산화할 예정이었다.

    KAI는 기술이전을 통해 동력전달장치를 국내 생산할 계획이었다. KAI는 2007년 7월 SNT중공업(이하 SNT)을 개발업체로 선정했다. SNT는 K77장갑차와 K9 자주포 등 육상 동력전달장치 양산 경험이 있는 회사다. 국산화 계획서가 방사청을 통과한 2007년 12월 SNT는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이하 AH)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AH는 수리온 설계의 원형 격인 ‘AS532 쿠거’ 헬기의 개발사다.



    하지만 동력전달장치 국산화는 시작부터 난관을 겪었다. 기술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 통상 기술이전 계약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에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술이 없던 회사는 기술개발에 성공해 다른 회사에 새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납품한다.

    SNT와 AH의 계약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였다. AH가 SNT에 기어박스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SNT는 이를 이용해 기어박스 관련 부품을 만드는 등 기술을 배우는 단계까지는 동일하다. 그러나 SNT가 만든 부품은 KAI로 가기 전에 AH에 납품된다. 즉 SNT는 KAI가 아닌 AH에 부품을 납품하고, AH가 이를 다시 KAI에 넘기는 방식이다. 방위산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 군용헬기 개발 사업을 시행하다 보니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업계에서 보기 힘든 방식의 계약이었다. 당시에도 납품 방식이 이상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450개 중 80개만 국산화, 그나마도 도입은 불가능

    전례를 찾기 힘든 납품 과정이 중간에 더해진 것은 검수 때문이었다. 기술이전이 제대로 됐는지 AH가 SNT의 생산부품을 한 번 확인한 후 KAI에 납품하겠다는 취지였다.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AH가 SNT에 기술을 제대로 넘기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14년 11월 감사원은 수리온 국산화 사업에 대한 조사를 단행했다. 수리온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사업이 마감 시효인 2012년 6월을 넘기며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 조사 결과 동력전달장치를 구성하는 부품 450개 중 AH가 SNT에 기술이전을 확약한 부품은 134개(33%)에 불과했다.

    남은 부품은 2010년 6월까지 SNT와 AH가 양산 계획을 수립해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술이전에 성공한 부품은 134개 부품 중 80여 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완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리온 동력전달장치에 사용할 수 없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헬기의 동력전달장치는 정밀한 부품들이 촘촘히 연결된 장치다. 기술이전을 통해 부품 몇 종의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기술협력 없이는 부분 국산화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계약상의 문제도 있었다. 기술지원의 구체적 내용과 계획, 기술지원료 등에 대한 내용이 MOA(합의각서·양자 간 합의한 내용이 명시된 문서)에 적혀 있지 않았다. 2007년 12억 원으로 계획돼 있던 양 사 간의 기술지원료는 사업 마감이 임박한 2012년에는 87억 원까지 올랐다.

    실패했지만 양산 계약상 국산화 내용은 없어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KAI의 관리 소홀 문제도 지적했다. KAI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방위사업청에 국산화 지연 사유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 감사원의 보고서에는 KAI의 귀책사유로 “개발 주관기관으로서 (동력전달장치의) 국산화 추진이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최종적으로 체계개발기간 내에 국산화가 실패했지만 방사청에 그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사업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한편 KAI는 2020년 12월 “AH가 당초 계약과 달리 기술이전에 소홀했다”며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중재 신청을 했다. 중재 금액은 15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KAI는 “AH가 기술이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150억 원대 위약금을 부과했지만 이견이 있어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KAI는 더는 동력전달장치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16년 수리온 3차 양산계획부터는 아예 동력전달장치 국산화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KAI 측에 동력전달장치 기술이전 및 국산화에 대해 질의하자 “수리온은 1차 양산 계약(2010년 12월 31일~2012년 6월 30일)부터 4차 양산 계약((2020년 12월 28일~2024년 12월 31일)까지 동력전달장치를 해외 구매로 확보하는 계약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실패 이후 동력전달장치의 국산화 시도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KAI 관계자는 “‘국산화’라는 말은 헬기를 이루는 모든 부품을 국내 생산한다는 뜻이 아니다. 양산 단계의 경제성을 고려해 국산화보다 수입이 유리한 부품은 국산화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엔진이다. 국내에서 헬기용 엔진을 개발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편이 경제적이고 관리도 편하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방사청의 생각은 달랐다. 방사청 관계자는 “전면 국산화가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수리온 개발 당시 경제성, 사업 일정, 기술이전 승인 여부 등을 고려해 동력전달장치와 엔진은 해외에서 도입해 장착했다. 그 외에 부품은 최대한 국산화했다”고 설명했다. “수리온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계획이 있느냐”는 ‘신동아’의 질문에는 “(방사청은)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국방 산업의 발전도 중요하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동력전달장치) 국산화가 목표”라 밝혔다.

    수리온, 중형차에 대형차 엔진 얹은 격

    방사청 등 국방부 유관 기관들은 동력전달장치 국산화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2020년 12월 15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및 성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의 동력전달장치는 수리온의 엔진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수리온은 GE사의 T700-701K 엔진을 사용한다. 이는 수리온보다는 조금 더 큰 UH-60에 쓰이던 엔진이다. 수리온은 현재 군이 쓰는 UH-60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개발 과정에서 UH-60에 비해 크기가 작은 헬기인 AS532쿠거를 원형으로 설계됐다.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는 AS532쿠거에서 쓰이는 것과 같다. 대형 자동차 엔진에 중형자동차 동력전달장치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수리온의 엔진은 출력을 제한하고 있다. 원래 엔진의 출력은 2만2000lb(파운드)지만 수리온은 1만9200lb로 제한해 사용하고 있다.

    군의 기동헬기 UH-60. 2030년부터 UH-60의 수명주기가 도래해 이를 대체하려고 수리온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동아DB]

    군의 기동헬기 UH-60. 2030년부터 UH-60의 수명주기가 도래해 이를 대체하려고 수리온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동아DB]

    UH-60, 수리온이 아니라 차세대 헬기로 대체

    군용헬기 정비 편의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동력전달장치 국산화는 필요하다. 2020년 12월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현재 군이 운용 중인 헬기는 수리온을 포함해 680여 대. 이 중 수입산 헬기는 모두 1년에 몇 달씩 해외로 휴가를 간다. 동체를 부품 단위로 해체한 뒤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산 헬기인 수리온도 함께 해외로 정비를 받으러 나간다. 동력전달장치를 국내에서 해체·재조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예 수리온이 아닌 차세대 헬기 개발을 추진하며 동력전달장치를 국산화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기계연구원(KIMM)과 육군항공학교는 3월 31일 차세대 고기동헬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협약의 내용은 일반 헬기의 항속인 최대 시속 250㎞보다 빠른 최대 시속 400㎞로 나는 헬기를 개발하며 이 헬기에 들어가는 동력전달장치도 국산화하겠다는 것. 이근호 KIMM 스마트산업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3년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해왔다. 올해부터 (차세대 헬기 동력전달장치)의 설계에 돌입할 예정”이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수리온이 아니라 지금 개발에 돌입한 차세대 헬기가 UH-60을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UH-60 기본기(총 103대)는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하겠다고 의결했기 때문. 수리온에 대해서는 양산 완료 후 성능 개량을 추진한다고 의결했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익명을 요구한 군 출신의 관계자는 “수리온으로 UH-60을 대체하겠다는 방안이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리온 #국산화 #신동아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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