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이준석 김재섭 천하람 김용태는 ‘먼저 온’ 보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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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05-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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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경쟁력 입증된 ‘다음 세대 선두’

    • 김재섭, 험지서 생환한 정통 보수 嫡子

    • 김용태, 보수 차세대 아이콘 된 ‘남자’

    • 천하람, 이준석 동지이자 미래 경쟁자

    [영상] 이준석, 보수 재건 과정에 역할 있다



    4월은 국민의힘에 영국 시인 T. S. 엘리엇 표현처럼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여대야소’를 향한 바람은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렸고, 300석 중 192석이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 차지가 되면서 ‘무늬만 집권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192석은 야당이 똘똘 뭉쳐 맘만 먹으면 언제든 여당 뜻과 상관없이 입법을 밀어붙일 수 있는 강력한 숫자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입법을 주도하지 못하고 번번이 야당의 입법을 ‘거부’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2022년 3·9 대선에서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키며 한국 정치 주류로 다시 등장한 보수 진영이 다시 한번 궤멸적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이다.

    보수 혁신 아이콘 넷

    그러나 여야 구분이 아닌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눠 살펴보면 수적 열세에도 보수 진영에는 알토란 같은 차세대 정치인이 이번 총선을 통해 여럿 등장했다. 국민의힘에 오랫동안 험지로 여겨지던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한 37세 김재섭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천·아·용·인 4총사 가운데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하고 22대 총선에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한 김용태 당선인도 있다.

    국민의힘 밖에는 친윤과의 갈등 끝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을 창당해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대표와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천하람 당선인이 있다. 이들 또한 보수 진영에 뿌리를 둔 차세대 정치인이다. 정치권 전체로 보면 보수 진영이 분명한 수적 열세에 놓여 있지만 22대 총선에서 ‘국민대표’ 자격을 얻은 청년 정치인 면면을 놓고 보면 인물 경쟁력은 보수 진영이 낫다고 볼 수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별 인재 영입이나 배려 차원에서 몇몇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온 것을 제외하고 한동안 세대교체라고 할 만한 움직임이 없었는데, 이번 총선에는 보수 정치권 세대교체를 상징할 만한 인물이 여럿 당선됐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험지에서 당선한 김재섭 의원, 신당 창당 후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대표 등은 독자 생존이 가능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들 젊은 정치인들이 보수 정치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길게 보면 이들이 보수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탈당하고 창당 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해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한 이준석 대표는 차세대 정치인 가운데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며 “공천권을 행사한 유력 정치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쉽게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단 야당 젊은 정치인과는 자생력과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22대 총선에 ‘선거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구 내 100여 개 아파트 단지 주민이 원하는 ‘맞춤형 공약’을 제시해 유권자 마음을 얻었고, ‘손편지’ 선거 팸플릿과 선거 막판 부모까지 유세전에 뛰어들어 감성에 호소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필 필립정치컨설팅 대표는 “단기 승부인 선거전에서는 자신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경쟁자의 약점을 부각해 전통 지지층 결집을 약화시키는 게 중요한데, 경기 화성을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가 그 같은 선거운동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선거운동 정석 보여준 이준석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뉴시스]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뉴시스]

    이준석 대표는 선거운동 개시 직후 상대 후보이던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빠 찬스’ 의혹을 제기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지역 맞춤형 공약을 담은 손편지 선거 팸플릿으로 유권자 감성을 파고들었으며,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는 “누가 당선했을 때 윤 대통령 술맛이 가장 쓰겠느냐”며 선거 기간 내내 거세게 분 ‘정권 심판’ 여론과 관련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다양한 선거운동 기법을 동원한 이 대표의 선거 캠페인은 선거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정치와 선거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는 22대 총선에 당선한 300명 국회의원 당선인 중 하나 이상의 정치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선후보를 지내고 22대 총선에 과반 거대 의석을 차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원내 제3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수준의 정치적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총선은 야당이 제기한 정권심판론과 여당이 주장한 이재명·조국 이른바 이·조 심판론이 맞붙어 극심한 네거티브로 치러졌다. 심판론 프레임 전쟁에 갇혀 유권자가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었는데, 경기 화성을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 프레임을 극복하고 ‘미래가치’를 보고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준석 대표는 2021년 35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오르며 헌정 사상 최연소 야당 대표를 맡았다. 2022년 3·9 대선 승리로 헌정 사상 최연소 여당 대표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 출마 요건인 40세 이전에 야당 대표, 여당 대표를 모두 경험한 그에게 ‘먼저 온 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윤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2027년이 되면 그는 대통령 출마 요건인 40세를 넘겨 출마 자격을 얻게 된다. 개혁신당 창당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 그가 차기 대선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의 현 지위는 야당 대표지만, 정치적 뿌리는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 두고 있어 차기 대선 국면에 범보수 진영 차기 주자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적으로 우리 당 차기 대선주자들과 경쟁하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최종적으로 협력해야 할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묘한 위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대표가 차세대 선두 정치인이라면 비례대표로 이 대표와 함께 22대 국회에 동반 입성한 천하람 당선인도 보수 진영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힌다.

    개혁신당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천하람 당선인. [뉴스1]

    개혁신당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천하람 당선인. [뉴스1]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 시절 불모지와 같은 호남 지역을 자주 찾으며 ‘동서 화합’을 위해 공을 들였다면, 대구 출신 천하람 당선인은 21대 총선에 전남 순천에 출마하며 ‘동서 화합’을 위해 직접 투신한 정치 이력을 갖고 있다.

    천하람 당선인은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실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했고, 개혁신당 창당 과정에는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의 정치적 동지로 나서 ‘의리’를 지켰다.

    개혁신당 공동 창업자인 천하람 당선인은 이준석 대표와 정치적 동지인 동시에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경쟁자가 되거나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훈 평론가는 “순천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천하람 당선자를 비례대표 2번으로 끌어올린 것은 이준석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성격이 있다”며 “앞으로 이준석과 천하람 두 사람이 손잡고 보수 혁신, 한국 정치 쇄신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당선인이 본진을 이탈해 보수 진영 장외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차세대 정치인이라면 국민의힘 후보로 22대 총선에 당선한 김재섭·김용태 두 당선인은 보수 진영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힘 내에서 보수 혁신을 주도할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힌다.

    보수 혁신 주도할 차세대 정치인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 [뉴스1]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 [뉴스1]

    총선 이후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정치인 가운데 하나가 김재섭 당선인이다. 국민의힘 불모지와도 같은 서울 도봉갑에서 생환해 왔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김 당선인은 정치 입문 이후 줄곧 국민의힘에 몸담아 개혁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총선 참패 이후 당내 역할이 주목된다.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중진보다는 30대 김재섭 당선인같이 젊은 인사를 파격적으로 당대표로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재섭 당대표론’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대통령실, 정부와 호흡을 맞춰 윤석열 정부 하반기 국정을 함께 끌고 가야 할 집권 여당 대표로 아직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여권 한 인사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김재섭 당대표를 거론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내 다수 구성원은 선명 야당처럼 독자적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보다 대통령실, 정부와 호흡을 맞춰 임기 중반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뒷받침할 동반자를 원한다”며 “그런 점에서 김재섭 카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재섭 당선인 지역구가 보수 주류 여론과 거리가 있다는 점도 당대표를 맡기에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김재섭 당선인이 지역구 여론과 동떨어진 정치 목소리를 내거나 정치적 행보를 해서는 정치적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며 “도봉갑은 김근태-인재근 부부가 6선을 기록한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라며 “이번 총선에 ‘차은우보다 이재명’이라고 말한 안귀령 후보가 아니라 김근태 정신을 이을 수 있는 유은혜 전 부총리가 만약 공천을 받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인사도 “김재섭 당선인은 정통 보수 주류의 길을 걸을 것이냐, 아니면 비주류로 보수 개혁을 요구할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그가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포천가평 김용태 당선인. [페이스북]

    경기 포천가평 김용태 당선인. [페이스북]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천·아·용·인 4인방으로 국민의힘 지도부 진출에 도전했던 네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한 김용태 당선인은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했다. 당 잔류와 총선 승리로 김 당선인은 보수 주류 편입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총선 승리 과정은 말 그대로 극적이었다. 우선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인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두 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 온 세 명의 후보를 김용태 당선인이 제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청년 신인 가점 10%’다. 더욱이 두 명으로 압축돼 치른 본경선에서도 김 당선인은 청년신인으로 가점 10%를 받은 반면, 경쟁자는 ‘정치신인 가점 7%’를 받는데 그쳐 박빙 승부 끝에 김 당선인이 본선에 진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경기도가 우리 당에는 전체적으로 험지가 많지만, 동북부 지역의 경우 서울 강남에 버금갈 만큼 우리 당 우세 지역”이라며 “김용태 당선인은 청년신인 가점 덕에 두 차례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했고 본선에서도 승리한 억세게 운 좋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22대 총선이 배출한 이준석·김재섭·김용태·천하람 등 네 명의 청년 정치인은 보수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네 명의 MZ세대 정치인이 오랫동안 한국 정치를 주도해 온 86세대를 밀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 중 한 사람이 미래의 보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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