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사실상 ‘관치’ 우리은행, 이번엔 정말 민영화되나

[금융 인사이드] 무난한 경영 권광석 행장, 거취 어떻게 되나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1-12-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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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전 금융위원장의 민영화 ‘선언’

    • 예보 소유 9.3% 매각돼 ‘완전 민영화’

    • 약점 꼽혀온 非은행 부문 강화 나설 듯

    • 정부 인사권 개입, 없어질지 관심사

    • “보수적 조직문화 바꾸려면 시간 필요”

    금융위원회는 2021년 11월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로 유진PE 등 5개사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 [우리금융그룹 제공]

    금융위원회는 2021년 11월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로 유진PE 등 5개사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은행이 16년 만에 다시 시장의 품으로, 민간은행으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 소유 은행이라는 굴레를 벗고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퀀텀 점프를 하게 되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2016년 11월 13일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

    우리은행 민영화는 5년 전 ‘선언’됐다. 당시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총 51%가량이었다. 이 중 29.7%의 지분을 7개 투자자에 팔면서 이들을 ‘과점주주’라 칭했다.

    시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전히 정부 산하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21.4%의 우리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탓이다. 여러 투자자가 모인 ‘과점주주’ 지분 29.7%보다는 적지만, 예보가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 자리에 있었다. 정부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손사래를 쳤다. 일단 정부와 우리은행이 맺고 있던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터라 이를 회수하기 위한 일종의 ‘계약’을 맺어 정부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었다. 이를 해지해 자율성을 주겠다는 의미다. 실제 얼마 뒤 계약을 해지했다. 남은 예보 보유지분의 경우 지속해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가 보유지분 나눠 판 이유

    정부가 보유지분을 한 번에 팔지 않고 나눠 판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정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주며 한 번에 지분을 넘기는 작업이 번번이 실패한 탓이다.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의 덩치가 워낙 컸고, 관심을 보인 경쟁 금융사의 경우 지나치게 대형화할 우려가 있었다. 결국 통째 매각 방침을 틀어 계열사를 쪼개 팔거나 지분을 나눠 파는 등의 방식을 택해야 했다.



    계열사 쪼개 팔기는 지난 2013년 이뤄졌다. 지방은행과 증권사 등 계열사를 분리해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경남은행은 BS금융지주,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은 NH농협금융,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지주, 우리F&I는 대신증권에 넘겼다.

    2015년에는 경영권 매각을 포기하고 이른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해 지분을 쪼개 팔기로 했다. 이듬해 7개 투자자를 과점주주로 선정하며 목표(?)를 이뤘다.

    이후에도 민영화 작업은 계속됐다. 2019년에는 예보 지분을 완전 매각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3년 안에 지분을 분할 매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최근 예보가 총 9.3%의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한 뒤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는 수식어가 나온 건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1월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로 유진PE 등 5개사를 선정했다. 정부는 같은 해 10월 희망수량경쟁입찰(분산 매각) 방식을 통해 예보 보유 지분(15.13%) 중 최대 10% 매각에 나서 총 9.3% 지분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기존 최대주주인 예보는 지분이 5.8%로 축소돼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우리사주조합(9.8%), 국민연금(9.42%)에 이어 3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공적자금관리위는 “예보가 아닌 민간 주주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1998년 옛 한일·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게 됐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회사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2001년 한빛은행(한일·상업은행)과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사를 묶어 국내 최초 금융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을 설립했다. 1998년 한일·상업은행 합병 자금을 포함해 총 12조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우리금융 설립에 투입했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이 공적자금은 대부분 회수됐다.

    정부가 손을 뗐다고 해놓고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21년 10월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21년 10월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순익 기여도 기준 80% 이상으로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 순익 비중이 각각 55% 안팎이다. 지난 2013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파이낸셜과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를 매각한 영향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는 2021년 10월 ‘자회사 경쟁력 강화 회의’에서 “그룹 4년 차인 내년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존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자”고 했다.

    일단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인수에 먼저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K증권과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의 조직문화는 그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보수적인 편이었다. 사실 우리금융은 5년 전 ‘민영화’한 이후에도 정부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018년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융 당국 수장이 공식적으로 ‘관심’을 나타낸 적도 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지분 18%를 갖고 있는 정부가 당연히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배구조와 관련해 우리(정부)도 생각이 있고 당연히 저희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가 손을 뗀다고 했지만 입김은 여전했던 셈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경영진 인사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 인사철만 되면 청와대에서는 누굴 밀고 있다느니 하는 소문이 퍼져 인사가 혼탁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일이 당연(?)했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예보가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정부가 우리금융에 관여할 명분이 더욱 줄었다”면서도 “다만 정부 영향권에서 오래 있던 탓에 만들어진 특유의 보수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임기 마무리 앞둔 권광석의 운명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인사도 관심사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수장의 거취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통상 국내 시중은행장의 임기는 기본 2년에 연임 시 1년을 더하는 식으로 정한다. 하지만 권 행장의 임기는 ‘1+1년’이었다. 2020년 행장 임기를 시작 한 뒤 1년 연임하며 2년간 자리를 지켰다. 권 행장 취임 당시 우리은행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위기 상태였다. 그는 일단 이를 무난하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3연임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반면 권 행장의 임기가 ‘완전 민영화’라는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이 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조직 안팎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새로운 인물을 우리은행장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권광석 #관치금융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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