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박진영
그물코에 걸려 올라온 달빛이
뱃머리에서 차랑차랑 쏟아졌다
물고기잡이가 금지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그물질을?
얼른 나는 강가 바위틈에 몸을 숨겼다
며칠 뒤 또, 그 며칠 뒤 또
야심한 밤에 그물질하는 남자를 목격했다
윗마을 청암양반이라는 사람이 틀림없었다
아 알 만한 사람이 몰래 불법어로를?
욕지거리로 따질까 하다가
신고라도 할까 하다가 참고 또 참았다
읍내 밥집에 갔다가 그 양반 얘길 들었다
청암양반은 큰 수술까지 한 아내를 더는
손쓰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논뙈기 밭뙈기도 시원찮게 넘겼단다
하도 누워 있어서
등짝이 된통 짓물렀다는 말에서
나는 그만 밥숟갈을 놓았다
잔기침 탓에 밥술 뜨는 것조차 시원치 않아,
잉어든 붕어든 닥치는 대로 고아 먹였으리
청암양반 따라
나도 불법어로에 나서고 싶었지만
곧 그물은 치지 않아도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