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퇴치 앞장선 ‘한국인 최초 국제기구 수장’의 일생[책 속으로]

엄상현 지음, 동아일보사, 500쪽, 2만8000원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 묘비에는 ‘행동하는 사람(Man of Action)’이라고 적혀 있다. 1983년 WHO 남태평양지역사무처 한센병퇴치팀장을 맡은 이래 20여 년간 국제 보건에 헌신한 그의 생애를 잘 함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욱 사무총장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2003년 제6대 WHO 사무총장이 된 뒤 소아마비, 결핵, 에이즈 등 감염병 퇴치에 앞장서 ‘아시아의 슈바이처’로도 불렸다. 엄상현 동아일보 기자가 그의 생애를 집대성한 평전을 출간했다.

이종욱이 WHO 사무총장에 취임한 해, 인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의 위협을 받았다. 이 감염병 대유행에 맞서 탁월한 지도력을 보인 이종욱에겐 각계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당시 “앞으로도 사스나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며 WHO가 세계적 감염병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종욱의 제안으로 설립된 WHO ‘전략보건운영센터((Strategic Health Operations Centre·SHOC)’, 일명 ‘쇼크룸’은 이후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국제적 대응의 중심 기지 구실을 했다.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 2014년 아프리카에서 출몰한 에볼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 등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현재 세계를 뒤덮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두 마찬가지다.

이종욱이 WHO 최고 책임자 자리에 있던 시간은 길지 않다. 그는 2006년 5월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갑작스레 타계했다.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 세계는 위대한 인물 하나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종욱 사무총장이 WHO에 헌신한 덕에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삶이 개선됐다”며 그를 추모했다. WHO는 감염병 대응 핵심 시설인 ‘쇼크룸’ 이름 앞에 이종욱의 이니셜 ‘JW Lee’를 붙여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이종욱 평전’에는 이처럼 세계 보건사업의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이종욱의 공적인 삶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 면모도 풍성히 담겨 있다. 그가 5수 끝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일, 한센병 환자 대상 의료봉사를 하다 역시 자원봉사를 하던 일본인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일, 만 61세로 사망했을 때 유산이라고는 12년 된 볼보 승용차 한 대가 전부였던 일 등이다. ‘인간 이종욱’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종욱 #코로나19 #세계보건기구 #신동아

동물 인문학
_{이강원 지음, 인물과사상사, 332쪽, 1만7500원}

동물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소는 인류에게 노동력과 단백질을 공급했다. 개는 사냥 도우미였다. 낙타는 전장에서 승패를 가를 만큼 유용한 군수물자였고, 고양이는 배에서 쥐를 박멸해 ‘대항해 시대’가 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가며 인류와 동물은 영원히 함께 살아갈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뷰카 시대 나로서기
_{배병옥 지음, 지식플랫폼, 340쪽, 1만5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는 요즘을 ‘뷰카(VUCA) 시대’라 한다. 변덕스럽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애매모호한(ambiguous) 시대라는 의미다. ‘셀프리더십’ 전문가인 저자는 이런 때일수록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역량을 계발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며 참된 나로 서기 위한 사고방식, 명상 지침 등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