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애견 사업? 자선이 아닌 지속가능성
“누군가 해야 하는 일…마냥 기다릴 수 없어”
한국 최초로 비행기 승객 칸에 안내견 태우다
영국 여왕이 암수 한쌍 보낸다고 했지만…
“문화란 상대적인 것”…보신탕을 달리 보다
안내견 불모지 韓, 벤치마킹 모델로 도약

삼성은 2023년 9월 19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예비 안내견들. 삼성화재
이미 굳어진 선입관을 깨뜨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애견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국내와 해외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선입관과 싸워야 했다.
그때까지 애견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던 국내에서는 애견 사업에 대한 대부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대기업이 별 사소한 데까지 손을 뻗친다’는 비아냥거림부터, ‘개에게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이나 복지 단체에 기부하라’는 윤리적 충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무엇이냐는 질책은 일리가 있었다. 사실 어렵게 불모의 사업 -그것도 돈이 되지 않는- 을 시작하느니 그만한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편이 다른 사람들 보기에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고 그걸 모르지 않았다.
왜 하필 애견 사업? 자선 아닌 지속가능성
필자는 이 대목에서 이건희 회장이 안내견 사업을 시작할 때 부정적 목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남들의 시선에 귀를 닫고 자기 생각이 옳다며 그냥 밀어붙인 게 아니었다. “대기업이 ‘개 사업’에까지 뛰어든다”는 비아냥, “사람도 굶어 죽는 판에 개한테 돈 쓰는 게 맞냐, 차라리 기부하는 게 더 존중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모두 듣고 있었던 것이다.이런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밑바탕에는 ‘지금은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해질, 가치있는 일’이라는 확신과 이를 뒷받침할 철학적 통찰이 있었기 때문임을 그의 육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일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겠지만, 나로서는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것 못지않게 애견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사회 전체를 위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것이 배고픈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라면, 안내견 사업을 하는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애견 사업의 효과는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면 배우는 데 시간은 걸릴지라도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듯이, 애견 사업 역시 오래 걸리겠지만 개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마음이 순화되고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그 편이 당장 몇 사람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대목이야말로 이건희 회장이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변화와 혁신이란 게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핵심 통찰을 담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의 육성을 듣다 보면 안내견 사업은 단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성공한 사업’ 정도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인문학적, 그리고 경영철학을 대표적으로 구현해 낸 사업이었다. 언뜻 들으면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개’ 하면 ‘음식’으로만 생각하던 시절에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선각자적 통찰이 숨어 있다고 하겠다.
우선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가 ‘‘변화’는 제도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생각이 변할 때 가능하다’고 믿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범이나 강제된 윤리 준칙을 만들 일이 아니라,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태도’에 주목한 것이다. 따라서 약자를 돕는 방식도 배고픈 사람에게 당장 먹을 것을 주는 ‘선의’의 전파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공감과 배려라는 에너지를 서로에게 전해줄 때 그 파급효과가 크다고 본 것이다.
필자도 개를 키우지만 개와 정을 나누고 소통하다 보면 말 못 하는 짐승이 보내는 신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밥을 챙겨줘야 하고 배설물을 치워줘야 하며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산책도 시켜줘야 하는 지속적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얻는 기쁨과 편안함이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귀찮고 피로를 감수하는 ‘돌봄’을 하다 보면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삶의 리듬에 속도를 맞추는 법을 배우게 된다. 즉각적 보상이 없어도 책임을 지속하는 태도도 생긴다. 사실 이런 태도는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22년 9월 20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에서 훈련사가 안내견 보행 체험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화재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그가 인간에 대한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 존재이지만 개를 키우다 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마냥 기다릴 수 없어”
이 회장은 또 “(안내견 사업) 분위기가 마련되기만을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냐, 누군가는 언젠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사람은 자기에게 닥치지 않은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기보다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내게는 별 어려움이 없는 이 세상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움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히려 내가 안내견 사업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였다.
1995년 7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연락이 왔다. 그해에 세계 라이온스클럽 총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미국의 시각장애인 후퍼 씨가 총회 참석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호텔로부터 투숙 거부를 당했다고 했다. 여러 군데 호텔에서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결국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머물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반한 안내견이 문제였다. 우리나라 호텔에서는 개를 재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부끄러웠다.
시각장애인연합회는 호텔 측을 설득했고, 망설이던 호텔 측은 마침내 후퍼 씨와 안내견을 받아들였다.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종업원들도, 후퍼 씨가 머무른 며칠 동안 안내견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처럼 무섭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후퍼 씨와 그의 안내견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한국의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상당히 변화시킨 셈이었다.
사실 국내에 안내견이 도입된 초창기에는 외부 숙박은 물론 비행기나 철도 승차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렇다 보니 어렵게 분양받은 안내견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장애인들이 안내견과 함께 기차를 타려고 하면 ‘그렇게 큰 개를 어떻게 태우느냐, 정 태우고 싶으면 박스에 담아 짐칸에 실어라’ 하질 않나, 지하철을 타면 안내 방송으로 ‘개를 데리고 탄 사람은 당장 내리라’고 경고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상가나 음식점에서도 안 된다고 막아서고 지방에라도 갈 일이 있으면 함께 재워준다는 여관이 없어 밤새도록 잘 곳을 찾아 길거리를 떠돌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안내견을 지하철에 태우도록 허용한 것은 최근 일이다. 동아DB
어떤 날은 견주가 데리러 왔는데 밥을 먹다 말고 따라나서는 거예요. ‘괜찮다’고 계속 다독여도 밥 한 번 먹고 물 한 번 먹고 하는 식으로 견주 눈치를 보더니 다 토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강아지를 끌어안고 견주가 흐느끼는데 저희들도 옆에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초창기에 안내견을 분양받은 시각장애인들은 어떤 의미에서 개척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심한데 개에 대한 편견까지 겹쳐서 두 배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한국 최초로 비행기 승객 칸에 안내견을 태우다
이건희 회장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제주도의 한 시각장애인 경우를 예로 들며 안내견을 홀대하는 외부 환경을 탓하지 말고 설득해야 한다며 초창기 시절 항공사를 찾아가 설득한 일을 예로 들고 있다.삼성 안내견학교에서 초창기에 안내견을 분양받은 양예홍 씨는 제주도에 사는 분이었다. 그는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태양이’와 숙식을 같이하며 사용법을 익힌 후 별생각 없이 공항에 나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비행기에 개는 탑승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굳이 타려거든 개는 화물칸에 태워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학교 때문에 서울 나들이를 자주 하는 그로서는 매번 개와 떨어져 있어야 하니 문제였다.
안내견학교는 외국의 사례와 국제법을 동원해서 항공사를 설득했다. 마침내 수긍한 항공사에서는 입마개라도 해서 승객 칸에 태우자고 했다. 거기서도 물러날 수 없었다. 그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 누구에게나 닥칠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항공사로서는 안내견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될까 염려한 것이었다. 안내견은 철저한 복종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절대 그럴 리가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기면 안내견학교 측에서 책임지겠다는 조건으로, 마침내 태양이는 그와 함께 승객 칸에 탈 수 있었다. 그것 역시 우리나라 비행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이건희 회장은 “사회적 편견이나 장애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사람은 다른 길을 택해도 다시 좌절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세상에 장애물이 없는 길은 없다. 애견 사업에는 사람들의 선입관이 장애물이었다. 장애물 때문에 자신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은 다른 길을 택해도 다시 좌절하게 될 것이다. 애견 사업뿐만 아니라 어떤 사업의 경우에도 장애물을 만나지 않은 적이 없다. 나는 내 계획이 옳다는 확신만 있으면 장애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애물은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선친께서 생전에 해주신 말씀이 있다. 선친께서는 20대에 고향에서 가업인 농사를 잠시 거든 적이 있었다. 그때 논에는 으레 미꾸라지가 있었다고 한다. 미꾸라지는 땅에 산소를 공급하고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농사에 유익했다. 그런데 한쪽에는 미꾸라지만 키우고, 다른 한쪽에는 미꾸라지들 속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 키웠다. 가을이 되어 수확을 했더니 미꾸라지만 있던 쪽은 미꾸라지들이 시들시들하고, 메기와 같이 키운 미꾸라지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단다.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많이 먹고 튼튼해진 까닭이었다. 메기보다 빨라야 살아남지 않겠는가?
선친께서는 여느 때처럼 거기까지만 말씀해 주셨다. 거기에 무슨 교훈을 얻었는가는 늘 듣는 사람의 숙제로 남기셨던 것이다. 나는 선친의 말씀을 ‘사업가라면 늘 적당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업이 아무리 안정적이라 해도 늘 긴장해 있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적당한 긴장감과 위기의식은 활력을 가져온다.
언제 어느 때나 긴장하고 있으려 노력하지만, 어떤 사업이 안전 궤도에 오르면 아무래도 처음 같은 긴장감을 갖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도전, 새로운 생각을 더 좋아한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생각에는 반드시 장애물이 나타난다. 장애물이 높고 두꺼울수록 긴장감도 커진다. 그 두꺼운 벽을 넘어섰을 때. 그래서 모두가 아니라고 했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을 때. 더욱이 그 결과가 사회 전체의 이득이 될 때. 나는 최상의 만족감을 얻는다 그 만족감은 수억 원의 돈을 벌어들인 것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영국 여왕이 암수 한쌍 보낸다고 했지만…
초창기 애견 사업의 또 하나 장애물은 외국인의 시선이었다. 한국이 개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좋은 품종의 개를 수입하는 것도, 해외 유수의 도그 쇼 후원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영국 왕실에서 강아지를 선물한다고 해놓고 1년이 지난 후에야 약속이 지켜진 적도 있다고 한다.애견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닥친 또 하나의 벽은 한국에 대한 외국의 선입관이었다. 애완견을 번식시켜 육성하자면 우수한 종모견(種牡犬)을 수입해야 하는데,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아예 우리나라에는 팔지 않겠다고 했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서 개를 제대로 키울 수 있겠느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이들의 선입견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애완견 축제인 영국의 ‘크러프츠 도그 쇼(Crufts Dog Show)’를 삼성이 후원하겠다는 제의조차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단체까지 있었다.
이들의 선입관을 깨뜨리는 데는 4, 5년가량이 걸렸다. 우리의 사업 취지를 끈질기게 이해시키고, 실제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난 뒤에야 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웰시 코기는 영국 왕실인 윈저 가문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동아DB
웰시 코기는 현재 영국 왕실인 윈저(Windsor) 가문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스펨’과 ‘밋치’라는 이름의 이 개들은 단순한 선물 이상이었다. 그런데 영국 왕실에서는 웰시 코기를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1년이 지나도록 보내지 않았다.
아마 개를 먹는 나라에 왕실의 상징적인 개를 보내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염려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삼성의 동물 애호 정도를 충분히 살펴보고 영국인들의 반발이 없으리라는 것을 확인한 영국 왕실에서는, 1년이 지난 후에야 약속을 이행했다. 스펨과 밋치는 결국 우리가 서구인들의 한국에 대한 선입관을 뛰어넘었다는 하나의 증거물이었던 것이다.
“문화란 상대적인 것”…보신탕을 달리 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장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 문화에 대해 마냥 거부감만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역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개고기를 먹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내가 애견가임을 아는지라 그런 질문에 대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애견가들은 보신탕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리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내 앞에서 개고기 좋아한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사실 나는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구의 동물 보호론자들처럼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에 부르르 떠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을 전후해서 우리 보신탕 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을 때도 내심으로는 불쾌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개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를 야만인 취급하는 서구인들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말고기나 달팽이, 악어 고기 등을 즐긴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의 음식 문화 역시 야만적이기 짝이 없다. 문화란 상대적인 것이다.
어떤 나라의 문화든 거기에는 그래야만 했던 환경적, 지리적 원인이 있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해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힌두교가 금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1차적 원인이 아니다. 농경사회인 인도에서는 쇠고기를 먹음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소를 번식시켜서 얻는 이득이 훨씬 컸기 때문에 쇠고기를 먹지 않았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종교적 금기로 굳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신탕 역시 농경문화와 관련이 깊다.
인도에서처럼 소는 중요한 노동력이었기 때문에 늙어서 일을 할 수 없을 때가 아니면 잡아먹을 수 없었다. 소 도살이 법적으로 금지된 때도 많았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또한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서민들에게 만만한 건 개였다. 개가 아니었으면 힘든 농사일에 지친 우리 농부들이 기름기를 무엇으로 보충했겠는가?
더운 여름날 농부들은 집에서 키우던 개 한 마리로 일 년치의 지방분을 채우곤 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우리의 전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복날 개를 잡아 겨우겨우 고깃배를 채우던 옛날 사람들은 동시에 개를 사랑할 줄도 알았다. 그럼에도 사랑하던 개를 먹는 것을 꺼리지 않았던 것은 그들에게 개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축이었기 때문이다. 서구인이든 누구든 어떻게 이런 전통을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전통은 누구나 알다시피 영구불변하는 게 아니다. 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 풍토에 적합하지 않은 전통은 폐기되고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진다.
물자가 남아도는 요즘에는 더 이상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 당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개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이나 지방을 섭취할 수 있다. 오히려 요즘은 지방이나 단백질의 과잉 섭취가 문제 아닌가? 게다가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개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부대낀 상처 입은 마음의 위안을 개로부터 얻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다른 문화의 형성 배경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이 단지 자기가 사랑하는 개를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야만국 운운하는 것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지만, 예전부터 그랬다는 이유로 달라진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것 역시 아름답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기야 예전부터 먹었기 때문에 그냥 먹는다는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더 괴로운 것은 개고기가 보신에 좋다고 굳게 신봉하는 개고기 예찬론자들이다.
개라도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나 지방을 보충할 수 없었던 예전과는 달리, 지방 과잉으로 다이어트 붐이 일고 있는 요즘에 영양탕집이 더 많아진 것도 모두 이런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다.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단백질이나 지방에 있어 개고기는 쇠고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개고기가 보신에, 그것도 남자들에게 좋다는 속설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보신에 좋다면 살아 있는 곰의 쓸개즙도 빼 먹고, 사슴 피도 마시는 게 인간이긴 하다.
건전하게 일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이른바 한탕주의를 믿지 않는다.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사기에도 속지 않는다. 세상에 노력하지 않고 쉽게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보신이든 장수든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술 담배 줄이고 무리하지 않는 것 이상의 특효약은 없다. 보신탕 한번 먹는다고, 곰의 쓸개를 먹었다고 당장 몸이 좋아질 리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 개고기 먹는 전통이 현대에까지 답습되고 있든지 간에 이제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생각은 경제 논리에도 위배된다. 개를 식용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개는 고기 이상의 가치가 없을 게 아닌가? 인간의 친구가 되면서부터 개는 하나의 산업으로 까지 발전해 왔다. 이제 우리도 개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안내견 불모지 韓, 벤치마킹 모델로 도약

2023년 4월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음식점에 가려다 제지당했다는 KBS뉴스. 불과 3년 전 일이다. 유튜브 채널 KBS News 캡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업 초창기부터 장애인 보조견 조항 신설에 적극 나섰고,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 법률적 체계를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검역본부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입국하는 안내견에 대해 광견병 항체 검사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해 불필요하게 복잡했던 검역 절차를 간소화했다.

2025년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안내견 태백이가 엎드려 있다. 뉴스1

안내견은 이제 예외가 아닌 권리의 주체가 됐다. 안내견 출입을 허용한다는 유통업체 사진. 동아DB
지자체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경기, 대전, 충남, 서울(동작구·양천구·성동구 등), 대구 달성군, 인천, 부천 등 여러 지자체는 장애인 보조견의 훈련과 보급을 지원하고, 각종 공공시설 출입 편의를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불모지에서 시작한 삼성의 안내견 사업은 2008년 대만 핑둥과학기술대학을 시작으로 일본 간사이맹도견협회, 홍콩맹도견협회가 배우러 올 정도로 벤치마킹하는 모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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