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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2027년 대선에서 ‘공동정부’ 한 축 될까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스윙보터 2030 남성 지지, 한계이자 힘의 근원

  • 최병천 ‘이기는 정치학’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4-05-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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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치사 최초 ‘세대 기반’ 제3지대 정당

    • ‘대선후보급’ 파워 유무가 당락 갈라

    • 20대·30대 남성에서 득표율 ↑

    • 이준석·천하람·김재섭·김용태… 한국 정치 세 번째 세대교체 서막

    • ‘개기는’ 행위 감수하는 청년정치

    • 세대 구도하에서 캐스팅보터 역할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운데)와 이주영(왼쪽)·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운데)와 이주영(왼쪽)·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4월 10일 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야권이 압승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례투표를 포함해서 108석을 받았다. 100석은 간신히 지켜냈지만 완패다. 4·10 총선의 최대 파란 중 하나는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공영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일이다. 정당 투표에서 개혁신당은 3.61%를 얻어 비례대표 1·2번인 이주영·천하람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제3지대 정당 역사에서 개혁신당의 의미. 둘째, 이준석의 당선 비결. 셋째, 누가 개혁신당을 지지하는가. 넷째, 세대교체론의 관점에서 ‘보수발’ 세대교체가 갖는 의미. 다섯째, 2027년 대선 관점에서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갖는 잠재력이다.

    첫째, 개혁신당은 한국 정치사 최초의 ‘세대 기반’ 제3당이다. 이에 대해 살펴보자. 흔히 여의도 정치권에서 제3지대 정당의 성공 조건으로 세 가지가 거론된다. ①대선후보급 리더의 존재 ②안정적 지역 기반 ③세력의 결합이다. 세 가지 성공 조건은 그간의 역사적 선례에 기반한다.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자유민주연합, 이회창과 심대평의 자유선진당, 안철수의 국민의당 돌풍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한국 정치사 최초 ‘세대 기반’ 정당 등장

    그런데 이와 상반되는 두 가지 사례가 존재한다.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사례와 2004년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사례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데 성공했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은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 사례다. 진보정당의 경우 2004년 10석, 2008년 5석, 2012년 13석, 2016년 6석, 2020년 6석을 얻었다. 당명은 민주노동당(2004) → 통합진보당(2012) → 정의당(2016)으로 변경됐다. 진보정당은 현재 한국 정치에서 유행하는 무상 시리즈의 원조다. 한국 정치사에서 ‘어젠다 교체’를 이뤄냈다.

    표1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제3당의 세 가지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김영삼, 김종필, 안철수의 정당은 ‘지역 기반’ 제3지대 정당이었다. 반면 자본과 노동으로 대표되는 ‘계층 기반’ 제3지대 정당 실험이 있었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 자본당’의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당시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의 조직력과 정주영 씨 개인의 자금력에 크게 의존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당’의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진보정당의 핵심 변별점은 ‘노동’에 대한 입장이었다.



    개혁신당은 ‘세대 기반’ 제3지대 정당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지역 기반 정당과도 다르고, 계층 기반 정당과도 다르다. 이준석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를 선택하지 않고 경기 화성을 지역구 출마를 결정했다. 경기 화성을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선거구다. 유권자의 평균연령이 34세다. 한국은 강력한 양당제 국가다. 수도권에서 제3지대 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준석 대표는 화성을 지역구 당선을 통해, 결과적으로 선거 전략이 성공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둘째, 강력한 양당제 상황에서 이준석은 어떻게 당선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준석 대표가 ‘대선후보급’ 파워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당선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의 낙선은 물론 진보정당을 상징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낙선과 대비된다.

    광주 광산구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민형배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민 후보는 76%, 이 공동대표는 14%를 얻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경기 고양갑에서 3선을 했다. 2008년에는 진보신당 후보로 도전해 석패했다. 2012년, 2016년, 2020년 세 번에 걸쳐 내리 당선했다. 2024년에는 낙선했다. 민주당 김성회 45%, 국민의힘 한창섭 35%, 정의당 심상정 18%를 얻었다. 심 의원은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와 달리 이준석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42.4%를 득표해 민주당 공영운(39.7%), 국민의힘 한정민(17.8%) 등 양당 후보를 제쳤다. 양당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수도권에서 이준석은 어떻게 당선될 수 있었을까. 핵심은 이 대표 체급이 ‘대선후보급’ 인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2021년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 윤석열 대선후보 및 대통령과의 갈등을 통해 이준석은 ‘대선후보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4·10 총선 당선을 통해 다시 한번 이를 입증했다.

    셋째, 누가 개혁신당을 지지하는가. 개혁신당의 지지층은 어떻게 되나. 방송3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비례대표 투표의 연령대별 지지 정당을 보자.

    개혁신당은 20대 남성에서 16.7%, 20대 여성에서 3.9%를 얻었다. 30대 남성에서는 9.5%, 30대 여성에서는 3.5%를 득표했다. 40대 남성에서는 4.1%, 40대 여성에서는 2.4%를 받았다. 나머지 연령·성별 유권자는 3% 미만이다. 전체 득표율 3.61%를 상회하는 투표를 한 유권자 집단은 20대 남성(16.7%), 30대 남성(9.5%), 40대 남성(4.1%), 그리고 20대 여성(3.9%)밖에 없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개혁신당의 핵심 지지층임을 알 수 있다. 개혁신당은 ‘세대기반’ 정당임과 동시에 ‘젠더 기반’ 정당임을 보여준다.

    누가 개혁신당을 지지하는가

    넷째, 한국 정치사에서 작동했던 세대교체론의 관점에서 보면 4·10 총선은 세 번째 세대교체의 서막이다. 세대교체론의 관점에서 한국 정치사를 길게 조망해 보면, 그간 두 번의 세대교체가 있었다.

    첫 번째 세대교체는 ‘1박 3김’의 등장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3김 정치인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의 세대교체는 5·16 군사정변이었다. 5·16 이전에는 구한말 출생자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했다. 이승만 1875년생, 여운형 1886년생, 윤보선 1897년생, 장면 1899년생이다. 5·16 군사정변을 주도한 사람들은 육사 8기다. 김종필이 대표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나이가 가장 많은 축이었는데 1917년생으로 당시 44세였다. 김종필은 1926년생으로 당시 35세였다. 이들은 모두 일제강점기 근대적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었다. 이와 달리 신한민주당(신민당)의 정치지도자들인 윤보선, 장면 등은 대부분 60세가 넘었다.

    5·16 군사정변 이후 한국 정치는 야당은 60대 이상 정치인이 중심이고, 집권 여당은 30~40대 정치인이 중심인 구도가 된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1971년 대선을 앞두고 1924년생으로 당시 47세이던 김대중 후보, 1927년생으로 당시 44세던 김영삼 후보의 ‘40대 기수론’이 대중적 호응을 받았다. 즉 1960~70년대 세대교체 과정은 ‘보수가 주도하고’ 진보가 뒤따라가는 형국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두 번째 세대교체는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세대의 등장이다. 이 시기의 세대교체는 ‘진보가 주도하고’ 보수가 따라오는 형국으로 진행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새정치국민회의는 2000년 총선에서 학생운동 출신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피 수혈’을 진행한다. 2000년 총선부터 명문대 총학생회 출신들이 대거 국회의원 후보로 영입된다. 민주당 계열이 주도했지만, 국민의힘 계열도 같은 흐름이었다. 이때 영입된 정치인들이 민주당 쪽은 우상호(1962년생), 김민석(1964년생), 이인영(1964년생), 임종석(1966년생) 등이었다. 국민의힘 쪽은 오세훈(1961년생), 원희룡(1964년생), 남경필(1965년생) 등이었다.

    이준석·천하람·김재섭·김용태, 보수發 세대교체

    이준석(1985년생), 천하람(1986년생), 김재섭(1987년생), 김용태(1990년생)의 원내 진입은 한국 정치사에서 ‘3번째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네 사람의 등장은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이들이 모두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라는 점이다. 민주당의 주축인 86운동권 세대와 비교하면 약 25년을 ‘점핑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이들이 모두 ‘보수 쪽’ 청년 정치인들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세대교체였던 1박 3김의 경우, ‘보수가 주도하고’ 진보가 따라오는 형국이었다. 두 번째 세대교체였던 86 운동권 세대의 부상은 ‘진보가 주도하고’ 보수가 따라오는 형국이었다. 세 번째 세대교체는 다시 ‘보수가 주도하는’ 형국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대교체의 본질은 나이 교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다. 1박 3김의 세대교체가 그랬고, 86세대의 등장이 그랬다.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인 사람들은 민주당에 더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 청년 정치인 대부분은 ‘당 주류 질서에 순응하는’ 선택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할 때 친문이 됐고,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강할 때 친명이 됐다. ‘줄을 잘 서는’ 청년정치였다. 이준석, 천하람, 김재섭, 김용태는 달랐다. 필요한 경우, ‘개기는’ 것을 감수하는 청년정치였다. ‘세계관의 교체’가 세대교체의 본질이라 점에서 이들의 원내 진입이 더욱 값진 이유다.

    다섯째, 2027년 대선 관점에서 이준석과 개혁신당의 잠재력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2027년 대선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역주의 구도가 한국 정치의 중심일 때 김종필은 캐스팅 보터 구실을 했다. 현재는 세대 구도가 한국 정치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이준석과 개혁신당에 정치적 공간이 열릴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987년 12월 대선과 1988년 4월 총선을 했다. 대선과 총선을 통해 한국 정치의 구도가 드러났다. 한 축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 다른 한 축은 지역주의 구도였다. 둘은 혼재돼 작동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주도하는 3당 합당이 이뤄졌다. 3당 합당은 한축으로는 지역 대연합이었고, 다른 한 축으로는 권위주의 세력이 민주화 세력 일부를 포용한 이념 대연합이었다. 3당 합당을 계기로 보수+중도 다수파 연합이 만들어졌다. 한국 보수의 헤게모니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역주의 구도하에서 ‘호남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제약 조건을 인정하고 만들어진 정치 전략이 ‘호남+충청 정치연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DJ와 JP가 손을 잡은 DJP 연합이었다. DJP 연합 역시 지역 대연합의 성격과 이념 대연합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최초의 민주적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현재 한국 정치는 세대 구도가 기본이다. 4050세대는 강한 민주당 지지층이고, 607080세대는 강한 국민의힘 지지층이다. 반면,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무당파가 많다. 결국 2030세대가 스윙보터다. 이들의 지지를 받는 쪽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2030 남성’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이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갖는 힘의 근원이기도 하다.

    2027년 대선에서 어쩌면 이준석은 과거 김종필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적인 대선후보로 출마하되, 후보단일화를 통해 연립정부의 한 축으로 결합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의 원내 진입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국회에 입성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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