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그럴까.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특정 부위의 근육이나 힘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운동선수들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관절염, 신경통 등 각종 질환에 더 많이 시달린다고 말한다.
필자가 아는 무술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평생 온갖 무술을 연마해왔고 사망 직전까지 노익장을 자랑하던 무예인 K씨는 65세를 넘기지 못한 채 돌연사하고 말았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의 충격이 컸음은 말할 나위 없다. 세계 곳곳을 돌며 최고의 무예 고수들과 100여 차례 겨뤄 모두 승리를 거둔 ‘전설의 파이터’ 최영의도 고희를 갓 넘긴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무예인이 무병장수할 것이란 일반인의 생각과는 차이가 큰 사례들이다.
흔히 무술인들은 마음과 몸을 닦는, 이른바 심신(心身) 수련을 주창한다. 그것은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으로 평생 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술인이라고 해서 각종 질환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곧 무술의 대중화에도 적잖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무술의 건강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무술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단지 싸움을 잘하기 위한 기술로 무술을 인식하는 틀에 갇혀 있는 한, 무술계는 소수의 동호인 모임 정도로 쇠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무술의 대중화 작업’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 정점에 선 인물이 택견 무예인 설영익(薛永翊·55)씨다. 그는 무술이라는 고유의 기예에 ‘건강’이라는 현대적 패션의 옷을 입히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누구보다 무예를 사랑하고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택견을 일반에 알리는 데 노력해온 설씨는 ‘무술의 놀이화 및 건강화’ 작업이 현대 무술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秘策)이라고 주장한다.
무술인이 장수하지 못하는 까닭
지난 5월 말 삼육대 사회교육원 연구실에서 설씨를 만났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눈에서 뿜어나오는 형형한 기운이 오랜 세월 무예를 연마해왔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의 몸 어느 군데에서도 병약하다는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설 선생님의 몸매를 보니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로 알려진 무술인들이 그다지 장수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건강하니까요.”
설씨는 짧은 대답과 함께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필자에게 “건강을 어떻게 정의하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의 건강론을 설파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체격이 크고 힘센 사람이 건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상 몸을 단련하는 무술인이나 운동선수들이 당연히 건강할 것이라 짐작하지요. 그러나 의학적으로 간, 심장, 폐, 신장 등 생명유지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오장육부와 조직이 튼튼해야 건강한 것입니다. 근육과 뼈만 튼튼하다고 해서 건강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지요. 더욱이 무술인에겐 빠른 스피드와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익히기 위해 몸을 혹사하다 보면 인체 장부에 무리가 와서 겉은 멀쩡해도 속은 병들어 있기 십상입니다. 젊을 때는 못 느끼더라도 늙어서는 병으로 고생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