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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제 양 ‘돌리’ vs 인간복제 양 ‘폴리’

동물복제 양 ‘돌리’ vs 인간복제 양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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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과 영화 속에만 존재하던 인간복제는 ‘괴짜 연구자’들의 거짓말과 사기논문 충격에도 점차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인간복제는 그 가능성을 열기도 전에 생명윤리의 덫에 걸렸다.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번식용 복제의 지뢰밭을 피해 질병 치료용 복제로 향하고 있는데…. 과연 과학은 복제를 통한 ‘인류 개량’에 성공할 것인가.
동물복제 양 ‘돌리’ vs 인간복제 양 ‘폴리’

최초의 성체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탄생한 복제양 돌리와 그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 인간유전자를 가진 복제양 폴리 자매(아래)는 그 과학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돌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복제는 과학소설 작가들이 자주 써먹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이다. 인류의 미래상과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복제를 다룬 소설은 역사가 꽤 깊고,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게다가 영화로 각색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최근 들어서는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일보사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과학기술 문예 공모전에서 3회에 이르기까지 예선 심사를 해보니,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복제를 다룬 소설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상에서 현실로

복제를 소재로 한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멋진 신세계’일 것이다. 복제 인간을 인공 배양으로 대량 생산하면서, 성장 조건을 조절해 누가 엘리트가 되고 누가 하층 계급이 될지를 결정하는 전체주의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에 그려진 복제 인간의 미래상은 복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복제는 획일적이고 예속적이며 자유의지가 결핍되고 자각하면 불행에 빠지는 존재를 만드는 기술’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헉슬리는 분자생물학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사람이기에 ‘멋진 신세계’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생기는 방법을 이용해 복제 인간을 만든다고 설정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이 분열해 세포 수가 늘어나면 세포별로 분리하고, 그 세포들이 분열하면 다시 분리하는 식으로 수십명, 많으면 만명이 넘는 쌍둥이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 뒤 DNA의 구조가 밝혀지고 분자생물학 연구가 급격히 진전되자 쌍둥이의 수를 늘리는 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복제인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다 자란 인간의 몸에 있는 세포를 하나 떼어내어 똑같은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동양에서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개념이다. ‘서유기’의 손오공은 머리카락 모근 세포를 이용해 끝없이 분신들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1970년대 초 데이비드 로빅은 그 개념을 토대로 ‘복제인간’을 펴냈다. 책의 내용은 허구였지만, 로빅은 그것이 ‘논픽션’이라고 주장했다. 로빅은 비밀리에 자신의 클론을 복제하고 싶어 하는 어느 부유한 인물을 위해 전문가를 섭외하고 해외에 비밀 연구소를 마련하는 한편, 복제 아기를 낳을 대리모를 구하는 일을 했다는 것. 복제 인간이 탄생했다고 말하는 그의 책은 큰 화제가 됐고, 인간복제를 둘러싼 갖가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과학계가 한결같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내용이 허구임이 드러남에 따라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그 무렵에 과학계는 ‘인간복제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때까지 로빅이 말한 방법을 써서 복제하는 데 성공한 동물은 개구리밖에 없었다. 그것도 올챙이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로 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개구리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를 썼을 때에는 실패했다.

그 뒤로 여러 연구자가 복제 실험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결국 과학자들은 성체 동물을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그 무렵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양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복제 양 돌리는 그렇게 의외의 순간에 세상에 등장하면서 복제를 상상에서 현실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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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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