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만, 버지니아 울프,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 그레이엄 등 과학, 미술, 문학,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탁월한 업적을 남긴 위대한 천재인지 나열하며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창조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인(全人)을 길러내는 통합교육을 통해 연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 안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저자는 천재들의 창조성에서 뽑아낸 13가지 생각도구-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를 제시한다. 이 도구들을 잘 갖추면, ‘존’들이 겪고 있는 ‘환상’과 ‘실재’ 사이의 단절을 메울 수 있다.
관찰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의 깊게 보는’ 것이다. 철학자인 김용석 교수가 한국의 전문가들은 제대로 관찰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거지의 동냥그릇에 ‘쨍그랑’ 하고 동전 떨어지는 소리”라는 표현을 흔히 하는데 실제 요즘 거지들의 동냥그릇은 플라스틱 바구니여서 옛날 깡통그릇처럼 쨍그랑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통념대로 하는 것은 일상에 대한 ‘관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악보, 보지 않고 듣다
‘생각의 탄생’은 나아가 관찰이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어릴 때 시각을 잃은 생물학자 제라트 버메이는 시각이 사라지니까 소리, 냄새 등 전에는 그냥 무시해버린 것들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눈으로 보는 대신 손으로 만져서 관찰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두 번째 도구는 ‘형상화’다. 상상 속에서 사물을 그리는 능력이다. 앞서 소개한 대기업 중견간부는 이런 말도 했다. “과학자라면 보이지 않는 원자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형상화다.
음악가에게는 악보가 기호가 아니라 음악으로 들린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실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머릿속으로 연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했다. 흔히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를 ‘논리수학적 사고’(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의 이론)의 전형으로 분류하지만,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상대적으로 수학에 취약했다. ‘상대성 이론’은 오히려 아인슈타인의 직관(直觀)에 의한 것이며, 이 직관이 작동하도록 힘을 실어준 것은 음악이었다고 했다. 그의 취미활동 중 하나가 바이올린 연주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3가지 도구를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결국 책 한 권 분량이 될 듯하다. ‘생각의 탄생’은 맨 뒤에 붙은 찾아보기까지 450쪽이 넘지만, 천재들의 생생한 증언을 감상하며 13가지 도구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진진하다. 특히 13번째 도구인 ‘통합’과 마지막 장인 ‘전인을 길러내는 통합교육’ 편은 건너뛰지 말 것을 권한다.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떻게’에 대한 답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해준 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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