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발견’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양윤옥 옮김/지식여행/340쪽/1만원
“불법(佛法)의 큰 뜻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조주선사가 되물었다.
“이곳에 한 번 온 일이 있으신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차나 한잔 들고 가시게.”
또 다른 수행자가 조주선사께 물었다.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큰 뜻은 무엇입니까?”
조주선사는 그에게도 똑같이 되물었다.
“이곳에 한 번 온 일이 있으신가?”
“예, 한 번 있습니다.”
“그러면 차나 한잔 들고 가시게.”
밖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원주스님이 이상히 여겨 조주선사께 물었다.
“스님! 어째서 이곳에 한 번도 온 일이 없다고 말한 사람에게도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라고 하시고, 한 번 온 일이 있다고 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대답하시는 것입니까?”
조주선사께서 원주스님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원주! 자네도 차나 한잔 들고 가시게.”
‘끽다거(喫茶去)’ 화두로 유명한 조주선사 일화다.
구원에 이르는 다양한 길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신(神)을 찾아 멀고 험한 순례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신을 만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동화 ‘파랑새’의 메시지처럼 신도, 진리도 거창한 세계가 아닌 평범한 우리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다반사(茶飯事)’라 했던가? 차 마시듯 수시로 접하는 일상 속에서 신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신을 발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끽다거!’란 일상성(日常性)을 외면하고 진리로 나아갈 길은 없다는 깨달음의 선언이자, 우리 자신을 포함한 구도의 길을 걷는 모든 이의 노고와 성취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존중의 언어이기도 하다.
대표작 ‘청춘의 문’ 시리즈가 일본에서만 2200만 부가 팔리는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독실한 불교신자인 이츠키 히로유키와 가톨릭 주교 모리 가즈히로의 종교 대담집인 ‘신의 발견’은 ‘끽다거’의 넉넉함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극도로 상이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불교와 기독교가 한 테이블에 마주할 수 있듯 종교가 세속의 영역, 비(非)신앙인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이유는 만물에 편재하는 신과 진리의 보편성 때문이다. 이 보편성이야말로 우리 삶을 겸손케 하고, 아집과 독선의 날을 거두어 구도의 길을 걷는 다른 이의 삶에 귀 기울이게 하는 넉넉함의 근거가 된다. 물론 그 여유로움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현실종교가 여전히 독선과 아집 속에 있으며, 우리 역시 일상을 떠나 편협하고 거창한 곳에서 신을 찾아 헤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다.
‘진리’는 보편적이다. 즉 인간을 행복과 구원의 길로 안내하는 열쇠는 가까이에 있으며 당연히 다양한 구도의 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이 내리고 있는 가장 큰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점을 전제하지 않고는 종교간 대화란 불가능하다. 이츠키와 모리의 대화는 당연히 이를 전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 종교에 대한 호감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마치 기독교인이 예배당 아닌 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