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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

생활의 발견,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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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김혜리·이승복 옮김, 바다출판사

첫딸을 낳았을 때 남편의 첫 반응은 “어떻게 놀아줘야 하지?”였다. 아들만 셋인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구슬치기, 딱지치기, 야구, 축구, 농구, 커서는 골프까지 주로 몸으로 놀아온 그가, 이 조그만 계집애와 앞으로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막막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한 가지 바람은 분명했다. 씩씩한 딸로 키우고 싶다! 하지만 아빠의 기대와 달리 딸은 아주 여자답게 컸다.

한동안 집안에 바비 인형 세트, 바비 그림책, 바비 DVD, 바비가 그려진 옷과 신발, 시계가 넘쳐나더니 언제부턴가 헬로 키티로 옮아갔다. 부모가 아무리 연두, 파랑으로 유인해도 아이의 최종선택은 언제나 분홍색이었다. 다행히 ‘분홍 원피스 공주’도 유치원 졸업할 때쯤 되니 분홍에 질려버렸다.

분홍 원피스 공주, 운동 마니아 아빠

그 사이 남편은 온갖 종류의 공과 미니 농구대, 야구 세트, 자동차, 기차, 블록을 실어 나르며 딸의 관심을 끌어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장난감 가게에 가면 아이는 인형 코너 앞에서, 남편은 블록 코너에서 서로를 불러댔다. 게다가 아이는 심각한 ‘몸치’였다. 공을 차보라고 주면 헛발질이요, 던진 공은 1m도 못 가 땅에 떨어졌다. 던지는 게 아니라 바닥에 패대기치는 수준이었다. 달렸다 하면 엎어지고,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줬더니 일어서지도 못해서 몇 년 동안 창고에 처박아둬야 했으며, 줄넘기 박자를 배우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그러니 휴일이면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울리는 일이 더 많다.

하루는 남편이 이렇게 털어놓았다.



“딸이라도 딸처럼 기르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가 장난감 가게에서 인형만 고르니 화가 나더라. 그래서 일부러 장난감 칼이나 공을 사주며 사내아이처럼 놀아주려고 해도 애가 전혀 관심이 없었어. 정말 여자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어.”

딸 가진 아빠들만 이런 고민을 할까. 몇 년 전 일하는 엄마 11명이 함께 쓴 ‘엄마 없어서 슬펐니’(이프)에서 본, 딸에게 첫 장난감으로 자동차를 골라주고 세 살이 될 때까지 곰인형은 사줘도 절대 날씬한 공주인형 따위는 사주지 않았다는 엄마 이야기가 생각난다. 양성평등주의자인 엄마는 공주인형이 여성성을 강화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형을 사주는 대신 합기도를 가르치며 딸이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점점 씩씩한 쪽과는 거리가 먼 소극적이고 소심한 아이가 됐다. 타고난 심성이 여려터진 것이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어느 순간 엄마도 아이가 타고난 성품을 강점으로 잘 발달시켜주는 게 좋다고 생각할 만큼 성숙한다.

‘나’는 남자 말, ‘우리’는 여자 말

왜 똑같은 밥을 먹이고 똑같은 환경에서 키우는데 딸은 딸이 되고, 아들은 아들이 되는 걸까?

1960년대 이후 모든 남녀 차이는 사회화의 결과라는 주장이 강세였다. 남녀의 심리 차이는 각 성(性)에 작용하는 서로 다른 문화적 힘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남녀 차별로 여겨졌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생물’이라는 주장을 진리로 받아들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둘 다 틀렸다. 어떤 분야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고, 또 어떤 분야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능가한다. 특정 영역에서 상대적 강점이 있을 뿐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우월하진 않다. 다만 남녀 간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의 배런코언 교수는 이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했다. 왜 남자들은 전화로 수다를 떨지 않고 용건만 말할까? 왜 남자들은 컴퓨터 게임이나 새로운 기계 장치, 최근 있었던 축구 경기 점수에 열광할까? 왜 여자아이들은 인형놀이와 애완동물에 열중하고, 몇 시간씩 여자 친구와 전화 수다를 떨까? 어떻게 여자들은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옷이 정말 잘 어울려요. 어디서 사셨어요?” 하며 친밀하게 다가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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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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