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편 주인공 부부는 정반대 상황을 연출한다. 남편은 아내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는데, 마음까지 줌으로써 심각한 갈등을 빚어낸다. 이 드라마는 마치 진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생물학자들은 자기 연구 분야 쪽으로 다윈이 어떤 말을 했는지 관심이 많다. 진화론을 심리학에 적용하는 일을 하는 진화심리학자들도 다윈의 금과옥조 같은 말을 찾아냈다. 다윈은 “먼 미래에는 심리학이 새로운 토대 위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 토대란 바로 자신이 세운 이론인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이다.
질투심 유발 실험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뒤 다윈의 계승자들은 본격적으로 심리학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간의 마음을 진화의 산물로 보고 질투심, 추론 능력, 언어, 지위, 짝 선택, 공격성 등 마음의 다양한 측면을 진화 원리로 풀어보고자 시도했다. 남녀 관계를 연구하는 인물인 미시간 대학교의 데이비드 버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1992년 버스 연구진은 남녀의 질투심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놀아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남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그들은 상황을 둘로 나눴다. 몸을 줬느냐, 혹은 마음을 줬느냐. 그들은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해 세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은 불륜에 대해 남녀가 보이는 반응이 서로 다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뤄졌다. 그들은 실험 대상자인 대학생 202명에게 다음과 같은 곤란한 상황을 제시했다.
당신이 깊이 사랑하는 애인이 누군가와 바람 피우는 것을 알았다. 다음 둘 중 어느 쪽일 때 더 심란하겠는가. (A) 연인이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집착할 때 (B) 연인이 상대와 성관계를 즐길 때 |
이어서 실험 대상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 뒤 같은 지문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음의 둘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A) 연인이 상대와 갖가지 체위를 시도할 때 (B) 연인이 상대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
결과는 남녀가 큰 차이를 보였다. 감정적 집착과 성관계를 대비시킨 질문에서는 남성의 60%가 성적인 불륜에 더 질투심을 느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고작 17%만 그쪽을 택했고 83%는 연인이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집착할 때 더 질투심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성과 사랑을 대비시킨 질문에서도 비율은 좀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상대의 성관계에 더 심란할 것이라고 답한 남성이 여성보다 32% 더 많았고, 여성은 다수가 연인이 상대와 사랑에 빠질 때 더 심란할 것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실험은 생리적 반응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남자대학생 21명과 여자대학생 23명의 몸에 자율신경계 흥분 상태와 맥박수를 측정하는 장치를 붙인 뒤 두 가지 상상을 하도록 했다. 하나는 연인이 다른 누군가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상상이고, 다른 하나는 연인이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집착한다는 상상이었다.
결과는 남녀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감정적 집착보다 성관계를 상상했을 때 자율신경계가 훨씬 더 흥분했다. 반면에 여성은 성관계보다 감정적 집착을 상상했을 때 더 흥분했다. 맥박수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남성은 연인의 불륜 성관계를 상상했을 때 맥박수가 더 높아진 반면, 여성은 양쪽 상상 때 맥박수가 비슷하게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