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호

미·소 냉전에서 미·중 신냉전의 미래를 본다

[책 속으로] 헨리 키신저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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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10-1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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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키신저 지음,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928쪽, 3만9000원

    헨리 키신저 지음,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928쪽, 3만9000원

    미국과 중국이 전략 경쟁을 벌이면서 세계는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올해 5월 헨리 키신저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면서 “현재의 국제 정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국제질서의 원칙을 정하지 못하면 5∼10년 안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3국 협상과 3국 동맹이라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부지불식간에 큰 전쟁으로 끌려들어갔던 19세기 말 유럽의 경로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두 진영이 큰 충돌 없이 오랜 기간 체제 경쟁을 벌이는 새로운 냉전의 경로를 밟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대전이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한 방안을 지금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 국무장관 시절 죽의 장막을 걷어내 중국을 국제사회에 이끌어내고 소련과의 데탕트를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가 펴낸 책 ‘헨리 키신저의 외교’는 다시 시작된 강대국 경쟁 시대를 통찰하고 국제질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가장 적절한 영감을 준다. 비록 30년 전 펴낸 책이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데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 안보 지형은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8월 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뉠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껄끄럽던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강화한 까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 해소에 1차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필연적으로 북·중·러 연대 강화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경험 못 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맞닥뜨릴 공산이 커진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돼 있다. 앞으로 한국이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에 미국과 일본의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동·서독 통일 이후 소련 제국이 붕괴한 것처럼, 한미일 3국 협력이 앞으로 국제질서에 어떤 변화의 모멘텀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매혹하는 미술관
    송정희 지음, 아트북스, 312쪽, 1만8000원

    미술을 일컬어 아무리 탐색해도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라고 한다. 그만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책 ‘매혹하는 미술관’은 12인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 책이다. 화려한 그림 뒤에 아픔과 고독을 숨긴 작가 이야기, 남성 예술가의 모델이나 조수에서 예술가가 된 뚝심 있는 여성, 사적이지만 공적 시선이 교차하는 ‘몸’에 대한 사유를 작품으로 풀어낸 미술가, 그리고 고통으로 출발해 회복과 치유를 종착지로 삼는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의 문장가 유한준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측광
    채길우 지음, 창비, 104쪽, 1만 원

    쉼 없이 흐르는 일상이지만 어느 한순간을 정지화면처럼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의미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은 우리의 하루하루가 지극히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일로 가득하다’며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살피는 온기 어린 순간을 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측광)처럼 특유의 시어로 포착해냈다. 시 ‘분홍달’에서는 전철 바닥에 떨어진 할머니의 ‘분홍빛 자두’를 지켜주기 위해 ‘앉아 있던 이들 모두가/일어나 멀리 굴러가는/자두를 허리 굽혀 줍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누군가 지켜주고 보살피려면 그만큼의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시인 유병록은 추천사에서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살아 있게 하는 의지’”라고 말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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