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국세청에서 건설부로 자리를 옮긴 이후 건설교통부 도시건축심의관, 국토정책국장, 주택국장,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부동산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권 차관이 임명될 당시에도 교통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부동산 분야에서 보좌할 적임자란 평이 많았다.
권 차관은 행시 21회 동기인 이춘희 전 건교부 차관과 더불어 건교부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부각될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특히 주택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건교부 주택정책과장과 주택국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는 건교부 정책홍보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 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꼽히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짜는 데 주요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8·31 대책을 만든 공로로 이듬해 정부에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를 두고 차관 임명 당시 정권 일각에서는 ‘실패 논란을 빚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에서 훈장을 받은 인물을 새 정부가 중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쏟아진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실무 부서의 전문 관료였던 권 차관이 대책 마련에 참여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공무원으로서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
주택 정책에 대한 권 차관의 소신은 시장주의에 가깝다. 그는 “규제를 강화하면 장기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소신을 폈고 그 결과 정치권 및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권 차관은 자상한 성격에 소탈한 면모를 가졌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튀는 스타일이 아니다. 부하들과 함께 현안을 처리할 때는 ‘지시’보다는 ‘토론’을 즐기는 편이다. 주택 정책 등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일수록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바닥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세밀하고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본인이 옳다고 판단한 대목에 대해서는 잘 양보하지 않는다. 실장 재직 시절에는 체구가 작은 편인데도 큰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실무자들과 자료를 펼쳐놓고 토론한 적도 많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국토해양부 후배들 중에는 권 차관을 따르는 사람이 많다. 조용한 성품의 그가 앞으로 얼마나 카리스마 넘치게 차관직을 수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권 차관 앞에는 ‘집값 안정’과 ‘규제 완화’라는 상충돼 보이는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대가 가로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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