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원 빌리려면 2억원 주식 담보에 수수료 300만원, 월 이자 300만원 내야
- 투자 수익률 낮으면 회사 찾아가 행패, 경영권 요구
-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다 회사 돈 횡령하고 잠적한 경영자
- 회사 부도 나면 직원, 소액주주만 고스란히 피해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며 자금난에 시달리던 벤처업계의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일부 우량 기업에 한정된 것일 뿐 대다수 업체엔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다. 은행 같은 제도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는 곳은 살인적인 고리(高利)를 물어야 하는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기업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채업자와 거래를 트면서 이들이 원하는 대로 엄청난 대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고리사채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또다시 사채를 쓰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코스닥 기업주와 사채업자의 이 같은 거래는 선량한 소액투자자들에겐 알려지지 않아,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일반투자자들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채시장 기웃거린 하우리

권석철 전 하우리 사장은 사채시장에서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해 결국 회사에서 퇴출됐다.
그러나 2002년 코스닥 상장 직후부터 하우리는 이상징후를 보였다. 등록 직전엔 사상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듬해부터는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무리한 해외 현지법인 설립, 영화관 매입계약 등이 원인이었다. 그 결과 2002년 7억원이던 적자 규모는 2003년 28억원으로 불어났고, 2004년엔 90억원의 손실을 봤다. 결국 회계장부에 ‘허수’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더니 회계법인에서 ‘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주목해야 할 것은 권석철 전 하우리 사장이 실적 악화 탓에 회사 운영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사채시장을 기웃거렸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힘들어지자 대출금의 수배에 이르는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쓴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개인적으로 코웰시스넷(유선통신기기 제조업체)에 자금을 단기 대여하기 위해 (하우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며 “당초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던 코웰시스넷에 대한 대여금 문제가 시간을 끌고, 또 (하우리) 주가가 하락하면서 채권자들이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림의 떡 ‘시장 활성화’
하우리는 권 사장을 회사 돈 84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그가 어떻게 사채업자들과 거래하다 망신을 당하게 됐는지는 검찰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권 사장은 경영진이 사채시장에서 빌린 자금을 제때 갚지 못해 주가가 급락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출되는 전형적인 행태를 몸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코스닥 시장이 3년 만에 부활하면서 경기침체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벤처기업들에도 햇살이 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코스닥 시장의 랠리는 올 연초부터 3개월간 지속되며 시중 부동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였다. 현재 환율 쇼크와 치솟는 유가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시장의 체질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시장 주변의 평가다.
코스닥 시장의 부활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벤처 활성화 대책에 힘입은 바 크다. 정부는 2005년을 ‘제2의 벤처 붐’의 해로 만든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해 12월 말 ‘벤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벤처기업을 위한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을 비롯해 세제 및 금융 지원, 코스닥 시장의 벤처기업 전문화 등 성장 단계별로 지원내용을 담았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시장 상승세와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무엇보다 코스닥 상장에 대한 벤처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로 시작된 공모 열기는 수조원의 공모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였다. 몇몇 우량한 새내기 종목은 ‘공모가 대비 100% 이상의 시초가 형성 상한가 행진’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 때문에 올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 수는 100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지난 2년간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연 50여 개에 불과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상장 예비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거나, 새로 공모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코스닥 상장법인이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코스닥 상장법인이 유상증자 및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1조17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6%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747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9.3% 증가했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액은 4287억원으로 16.9% 늘어났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부실 은폐?
총 109건의 유상증자가 이뤄졌고 이 중 89건이 제3자 배정 또는 일반 공모 방식이었다. 특히 일반 공모 방식을 통한 유상증자가 지난해 9건에서 올해 40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조달금액은 269.6% 증가한 1069억원이었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발행한 총 51건의 사채 중 전환사채는 25건(1051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는 17건(676억원)으로 집계돼 주식연계사채의 발행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코스닥 시장은 이처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장밋빛 전망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적 저조와 수익모델 부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얘기를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지난 4월말 자본잠식률이 50%가 넘어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은 모두 14개. 이 기업들은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올해 6월말까지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퇴출을 면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상장 유지가 한계에 도달한 기업은 부지기수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자본 확충을 위해 증자를 하는 것이다. 올해 유상증자가 늘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상당수가 이들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