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호

창조금융 뿌리내려 후대에 꽃피울 것

권선주 IBK 기업은행장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3-20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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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금융 뿌리내려 후대에 꽃피울 것
    1월취임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여성’과 ‘내부승진’이라는 두 개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다. 내부 직원이 기업은행장에 오른 것은 전임 조준희 행장에 이어 두 번째고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다. 은행은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이 절반에 가깝지만 직접 돈을 다루는 직무 특성 때문에 규율이 엄격하고 고위직의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특히 기업은행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으로, 그 수장을 여성이 맡았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3월 3일 취임 50일을 맞은 권선주 행장과 만났다. 권 행장은 그 전주에 취임 첫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기업은행이 중국 베이징에 분행(分行)을 연 것이다.

    ▼ 중국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시진핑 주석은 금융산업 제도나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전략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의 중국 진출은 전보다 용이할 것으로 예상해요. 하지만 중국은 외자은행에 대한 현지화 전략이 확고하기 때문에, 규제도 많고 1년 후에는 독립시켜야 하니 어려움이 있지요. 또한 중국은 예대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해, 예금한도의 75%만 대출이 가능해요. 대신 그로 인한 마진은 적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예금만 들어오면 기본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기업은행의 중국 진출 현황은 어떤가요.



    “현재까지 중국에 총 15개 영업망이 구축됐는데, 기업은행은 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통해 진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당장 점포 개설이 어려운 지역은 양해각서(MOU)를 맺은 다른 은행 영업망을 통해 지원하고요. 내년에는 상하이 지점도 열 계획입니다. 고객 만족도는 높습니다. 2년 전 개발한 천진공단 지역에서는 벌써 일본계 기업들도 거래하자고 합니다. 우리나라 금융 전체가 굉장히 빠르고 선진 금융기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창조금융 지원 늘릴 것

    ▼ 취임 후 지속적으로 “창조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창조금융이란 뭔가요?

    “창조형 중소기업이 창업한 후 대기업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창업 기업은 중소기업이 되도록,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되도록 지원하는 건데, 기업은행은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투자·융자 등 자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컨설팅 지원도 할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올 한 해 신사업 분야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16조 원의 여신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 과거 벤처기업 대출제도와 다른가요?

    “과거처럼 담보만 봐서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업종, 수많은 기술에 대해 평가하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지원할 겁니다. 또한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역량 인프라를 갖추는 노력을 할 겁니다. 일단 뿌리를 내리면 다음 행장 임기 때 꽃이 피더라도 좋지 않겠어요?”

    ▼ 벤처기업 지원은 아무래도 리스크 부담이 큰데, 수익을 추구해야 할 은행으로서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은행이 중소기업에 얼마나 지원할지, 포트폴리오 구성에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을 엄선하는 것이 중요하죠. 기업은행은 그간 문화콘텐츠사업에 투자해 성공함으로써 투자 및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키워왔습니다. 2012년 국내 은행 최초로 문화콘텐츠투자 전담부서를 만들어 2013년 말까지 총 5400억 원을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2.2%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특히 영화 ‘베를린’의 경우 29%의 수익률을 얻었어요. 사실 문화콘텐츠 제작사업자들은 담보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대출을 받기 어렵고 수익이 단기간에 나오지 않지만, 문화 융성을 위해 기업은행이 투자에 나섰고, 결국 ‘윈-윈’한 겁니다. 저는 창조금융 역시 이와 같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아침밥 손수 차려

    ▼ 조준희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승진입니다. 내부승진의 장점이 뭘까요?

    “무엇보다 행원들의 자세가 달라질 것 같아요. 전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승진이 있다보니, 행원들도 ‘나도 언젠가 행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됐잖아요. 또한 업무를 잘 알기 때문에 별다른 공백 없이 행장직을 수행할 수 있어요. 저는 영업 현장에 오래 있다보니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진급한 후 모든 주요 사안을 파악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은 대부분 가정을 등한시할 거란 인식이 있는데, 권 행장께서는 요즘도 가족에게 아침상을 차려주신다면서요?

    “네, 오늘 아침에는 오믈렛을 차렸어요. 물론 은행장이 되면서 반찬 가짓수는 줄었지만 저녁에 늦는 날이 많은 만큼 아침 식사만큼은 차려주려고 합니다.”

    ▼ 은행에도 여직원이 많은데, 워킹맘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가족이든 동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땐 받아야 해요. 여성 혼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또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가족은 내 상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거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에요. 제가 매일 저녁 늦는 이유를 소상히 말하지 않으면 가족은 섭섭할 수도 있어요. 우리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고객에게 하는 만큼 가족에게 늘 하라는 거예요. 고객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요. 가족에게 그렇게 하면 아마 가족 모두 내 우군이 될 거예요.”

    고객 다루듯 가족을 대하라

    ▼ 권 행장님은 둘째를 출산할 때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에 낳으셨다고 하던데, 아래 직원들이 육아휴직 들어갈 때 눈치 보겠어요.

    “안 그래도 제가 부행장 시절 사내 강연에서 매일 아침에 밥 차린다는 얘기를 했더니 남직원들은 박수를 치는데 여직원들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때와 지금이 상황이 많이 달라요. 30년 동안 우리나라 제도가 많이 발전해왔으므로 현재 누릴 수 있는 제도는 다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후배들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테니 지금 힘들어도 버텨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 행장 취임 후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등 여성 부행장 취임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 때문에 은행가에는 ‘권선주 효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여성끼리 모여야 합니다. 서로 관계를 맺다보면 업무 처리에도 도움이 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져요. 특히 사회 고위층뿐 아니라 중간관리자급도 주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어야 해요.”

    ▼ 여러 모임에 참가해오셨죠?

    “네. 여성금융인네트워크를 해온 지 10년이 넘었고, 기업은행 내 여성 모임인 ‘주춧돌회’ 역시 제가 대리이던 1983년부터 지금까지 참가하고 있어요. 여성 모임뿐 아니라 여러 모임이 있어요. 부행장 시절에는 1주일에 2~3번, 지금은 거의 매일 저녁 약속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린인(Lean in)’이라는 책에 보면 ‘왕관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어요. 여성은 자기 맡은 일만 잘하면 누군가 왕관을 씌워줄 거라 착각한다는 건데, 아니에요. 여성은 사람들에게 본인을 오픈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자기에 대한 이해 폭도 넓어지고 성공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일만 잘하는 여성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여성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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