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일회계법인 소속 세무사, 회계사 유죄 판결
- 증여세 피하려는 약정서, 회의록 등 문서 위조 개입
- 삼일회계법인 “과도한 판결…상급심에서 가려질 것”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1심 재판부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1심 판결이 나온 뒤 대부분의 언론은 조 목사 부자에 대한 유죄판결 소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조 목사 부자에 대한 1심 재판에서는 이들 말고도 두 명의 교회 장로와 삼일회계법인 소속 세무사와 회계사 등 모두 6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이서비스 주식 거래 당시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을 지낸 박모 장로는 주식 거래에 관여해 교회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교회 총무국장을 지낸 나모 장로는 조세포탈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두 장로는 1심 판결 이후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들 외에도 조세포탈을 주도한 혐의로 당시 삼일회계법인 소속 배모 세무사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 원, 김모 회계사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6억 원의 형을 선고 받았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일회계법인 소속 세무사와 회계사가 이처럼 엄중한 처벌을 받은 것은 1심 재판부가 이들 세무 회계 전문가들이 순복음교회의 조세포탈을 적극적으로 공모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판결문을 바탕으로 순복음교회 조세포탈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햇볕에 노출시켜…”
조용기 목사 부자의 배임 사건은 영산기독문화원이 2001년 경천인터내셔널로부터 사들인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2002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고가로 매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조용기 부자의 공모로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교회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배임의 핵심 내용. 재판에서 밝혀진 사실관계는 영산기독문화원이 2001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경천인터내셔널로부터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200억4690만 원에 매입하고, 이후 2002년 12월 이 주식을 다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217억4600만 원에 매도했다는 것이다.
조세포탈은 영산기독문화원이 아이서비스 발행 주식 5%를 초과 취득한 것이 원인이 됐다. 증여세법은 비영리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으로 국내법인 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한 주식을 매입할 경우, 5% 초과 주식 취득금액의 50%를 증여세로 부과하도록 돼 있다. 영산기독문화원은 2003년 5월 청산됐기 때문에 잔여재산을 양도받은 순복음선교회가 제2차 납세의무자로 증여세 납부 의무를 지게 됐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04년 영산기독문화원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때 조용기 목사(당시 순복음선교회 이사장)가 교회 실무자에게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을 방법을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이후 삼일회계법인에 영산기독문화원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용역을 맡긴 것으로 돼 있다. 삼일회계법인 세무팀 배모 이사는 다음과 같이 교회 측에 증여세를 회피할 방법을 제시했다.
조용기 목사 부자 등에 대한 1심 판결문.
즉 경천인터내셔널-영산기독문화원-순복음교회로 이어진 아이서비스 주식 거래를 경천인터내셔널-순복음교회 간 거래로 바꾸고, 이 과정에 주고받은 주식매매 대금거래는 영산기독문화원-순복음교회 간 금전거래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 측은 영산기독문화원이 주식매매에 개입한 실제 거래를 숨기기 위해 여러 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순복음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돈을 차용했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금전소비대차약정서’ 2장을 만들고,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2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차입하는 것에 대해 교회 장로들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는 내용의 허위 실무장로회의록도 작성했다.
또한 영산기독문화원이 교회로부터 수령한 주식매도대금이 교회에 대한 대여금의 원리금이라는 취지의 영산기독문화원 명의의 계정별원장과 영산기독문화원이 교회로부터 6%에 해당하는 대여금 이자를 수령했다는 ‘이자금액계산서’ 등도 만들었다.
특히 이 과정에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교회 측 실무자에게 “대여금약정서 : 햇볕에 노출시켜 약간 바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며 위조문서가 오래전에 작성된 문서처럼 보이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영산기독문화원에 대한 증여세는 75억6250만 원에서 35억6268만 원이 낮춰진 39억9982만 원만 부과된다. 영산기독문화원 청산으로 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순복음선교회는 이 금액을 2005년 3월 전액 납부한다. 삼일회계법인의 세무 자문에 힘입어 35억 이상의 세금을 줄인 교회 측은 삼일회계법인에 2억3100만 원을 지급했다.
어둠 속에 묻힐 뻔한 순복음교회의 조세포탈 사건은 교회바로세우기장로모임이 조용기 부자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 계기가 돼 알려지게 됐다. 더욱이 검찰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조세포탈 과정에 삼일회계법인 세무사와 회계사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장로는 “조 목사가 아들(조희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다 교회에 손해를 끼치고 결국 거짓 문서로 나라 세금까지 축낸 것이 확인됐다”며 “1심 판결은 ‘잘못을 거짓으로 덮을 수 없다’는 사필귀정의 교훈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삼일회계법인 출신 한 회계사는 “법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낮추는 절세는 용인될 수 있지만, 허위 문서까지 작성토록 유도해서 세금을 줄인 것은 명백한 탈세”라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세무 자문이 이뤄졌다”고 강변한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순복음교회 관련) 1심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에 오해가 있었고 세무 자문인에게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 과도한 판결이 내려졌다”며 “상급심에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진실이 명확히 가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을 제공했다’는 삼일회계법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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