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호

울산·경남, 새누리당 예선이 곧 본선 부산은 통합신당 효과가 변수

  • 조용휘│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정재락│동아일보 사회부기자 raks@donga.com 강정훈│동아일보 사회부기자 manman@donga.com

    입력2014-03-19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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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울산 경남(PK)’을 아우르는 동남권 유권자는 640만9800명(18대 대선 기준)으로 전국 유권자의 15.8%를 차지한다.
    • 경기(23%), 서울(20.7%)에 이어 세 번째다. 세 지역의 현 광역단체장 3명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 허남식 부산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이 3연임으로 불출마하면서 당내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경남에는 도지사직을 노리는 현역 의원이 없다. 부산은 여야 지지세가 엇비슷한 가운데 통합신당 효과가 변수다.
    • 반면 울산과 경남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부산시장

    치열한 여당 후보 경선오거돈 거취에 관심

    울산·경남, 새누리당 예선이 곧 본선 부산은 통합신당 효과가 변수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에서 열린 민주당-새정치연합 지도부 연석회의.

    부산의 정치판은 ‘시계 제로’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으로 돌발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 부산시장 선거전이 새누리당과 범야권 신당의 양자대결 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가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무엇보다 오거돈(66)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거취가 관심사다.

    부산시장 선거전은 허남식 시장이 3연임으로 출마를 하지 못함에 따라 여야 각축전이 예상됐다. 새누리당에서 3명, 민주당에서 2명, 통합진보당과 무소속에서 각 1명 등 7명의 예비후보가 고지를 향해 표밭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는 통합신당 출범과 함께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선 룰 개정 논란



    여야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부산시장 선거를 꼽고 당력을 쏟는다. 새누리당은 신당바람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부산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경선을 실시하고 현장에서 투표결과를 공개해 부산시장 후보를 뽑는 방안을 강구한다. 바람에는 바람으로 맞선다는 전략.

    새누리당에서는 당초 친박계 핵심으로 사무총장을 지낸 서병수(62) 의원과 재선의 소장파 박민식(49) 의원의 대결 구도로 좁혀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옛 친이(친이명박)계 중진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주일대사를 지낸 권철현(67) 전 의원이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새누리당은 통합신당 효과에 대해 ‘찻잔 속 미풍’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안철수 신당=도로 민주당’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세가 더 견고해질 수 있다며 안심하는 분위기다. 오 전 장관에 대해서도 “신당 바람에 휩쓸린 갈팡질팡 인사” “줄타기식 행보”라고 집중 공격했다. 무엇보다 당내 경선을 뚫는 게 1차 목표여서 각개전투에서는 셈법이 다르다.

    당내 후보 간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이 뜨겁다. 권 전 대사는 현역 국회의원에게 유리한 룰을 개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한다. 그는 “국민경선 방안을 거부하고 과거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며 “룰 개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주장한다. 국민선거인단 30%를 없애는 대신 여론조사 비율을 20%에서 50%로 늘려야 한다는 게 권 전 대사의 요구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경선은 당헌 당규에 따라 치르는 것이고, 이미 정해진 룰을 특정인에 대한 유·불리로 바꾼다는 것은 또 다른 잡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다. 박 의원도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규칙을 흔드는 것은 공정성에 관한 오해를 살 수 있고, 쓸데없는 논란만 일으킨다”며 서 의원과 같은 생각이다.

    권 전 대사는 ‘의원직 중도사퇴’도 주장했다. 그는 최근 부산시의회 브리핑 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선거 준비로 국회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도 국민의 혈세로 막대한 세비와 보좌진, 비서진 등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선거에 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두 의원은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두 의원은 “권 전 대사는 2006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현역의원이었지만 당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며 “상황에 맞춰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만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역공을 폈다. 권 전 대사는 이에 대해 “당시 경선 때는 지금과 같은 예비후보등록 제도가 없었고, 이런 제도가 있었더라면 의원직을 사퇴했을 것”이라며 “그때는 국회의원보다 더 큰 프리미엄을 가진 현역시장과 겨뤘다”고 재반박했다.

    선거 전략과 판세 분석에도 차이를 보인다. 서 의원은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부산시민에게 자신을 어떻게 알리느냐에 주력한다.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해 승기를 잡는다는 전략. 권 전 대사는 ‘올드 보이(Old Boy), 박 의원은 ‘영 보이(Yung Boy)’인 데 비해 서 의원은 ‘스마트 보이(Smart Boy)’라고 홍보한다.

    울산·경남, 새누리당 예선이 곧 본선 부산은 통합신당 효과가 변수


    오거돈은 어디로?

    그는 현재 당내에서는 권 전 대사와 양강 구도, 여야를 통틀어서는 오 전 장관과 권 전 대사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는 인지도에 따른 프리미엄에 불과하다고 본다. 본격 선거전이 펼쳐지면 이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박 의원은 ‘끝나는 인물(END)이 아닌 시작하는 인물(AND)’을 통해 정체가 아닌 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부산의 위기를 끝(END)내고 새로운 미래(AND)를 시작하는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른 후보들의 선호도가 20%대 초반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기회가 된다고 여긴다.

    권 전 대사는 선거 캠프 규모를 최소화하고 현장을 뛰며 시민을 직접 만나는 전략을 편다. ‘시민이 주인, 민심이 천심이다’는 기치를 내걸고 준비된 시장임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당내 경선 구도가 짜여진 만큼 다른 후보들에게 공개정책토론회를 제안한 뒤 당장 토론회를 열자고 압박한다. 올 들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거나 당선 가능성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격차를 벌여나간다는 기세다.

    민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영춘(53) 전 의원과 이해성(61)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범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오 전 장관과 신경전을 벌인다. 선거 흥행을 위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권 신당 창당이 어떤 식으로든 후보군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오 전 장관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통합신당에 들어와서 ‘원 샷 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불분명한 행보를 지속하는 오 전 장관에 대해 3월 10일까지 신당 참여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밝히라고 압박한다.

    이 전 수석은 “오 전 장관이 진정한 ‘통 큰 연대’를 원한다면 민주당에 먼저 예의를 갖추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 이 전 수석은 정체성이 모호한 오 전 장관 카드로는 부산시장 선거와 201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오거돈 4불가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부산의 야권은 신당 창당 효과를 높이고 부산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오 전 장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오 전 장관은 5일 무소속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통합신당 합류와 관련해 “시민들과 대화하고, 논의한 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장관은 3월 3일 안철수 의원과 회동 직후 한 방송에 출연해 “신당이 다른 지역에서는 몰라도 부산에서는 지지율 상승효과가 제한적”이라면서 “부산에서는 오히려 ‘도로 민주당’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오 전 장관은 야권의 지원을 받고 무소속 후보로 승리를 이끈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롤 모델로 삼는 듯하다. 통합진보당에서는 고창권(49) 부산시당위원장이 2월 5일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 울산시장

    여권은 치열한 샅바싸움야권은 마이웨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권 유력 인사들은 ‘포스트 박맹우’를 노리며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4선의 친박 중진 정갑윤(64) 의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시장 출마선언 13일 만인 지난 2월 9일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다. 울산시장 선거에 ‘올인’하던 그의 태도 변화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여권 핵심부에서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강길부(72), 김기현(56) 의원과 김두겸(57) 전 울산 남구청장, 윤두환(59) 전 의원 등 4명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강길부, 김기현 의원과 김두겸 전 남구청장 등 3명이 치열한 접전 양상을 띤다는 게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분석.

    전현직 의원 간 뜨거운 경쟁

    3월 4일 출판기념회에 이어 3월 5일 울산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한 김 의원은 “올 1월 울산의 인구(117만9623명)가 기초자치단체인 경기 수원시(118만1971명)에 추월당했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울산이 그동안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계속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광주시에 추월당하는 것을 보면서 울산의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세계의 중심도시로 우뚝 선 울산, 미래가 따뜻한 울산, 품격 높은 일류도시 울산 건설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제25회)에 합격했다. 대구와 울산에서 판사를 하다 1993년 8월 울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울산 남구을에서 3선을 기록했다.

    울산·경남, 새누리당 예선이 곧 본선 부산은 통합신당 효과가 변수


    김 전 구청장은 2월 초 구청장 사퇴 이후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목표를 향해 뛴다. 주변에서는 김 전 구청장의 강점으로 뚝심과 추진력을 꼽는다. 2006년 7월 울산 남구청장에 취임한 그는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박물관, 고래크루즈선 운항 등 장생포를 한국 유일의 고래관광지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고래산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논문으로 지난해 2월 울산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울산에 오솔길 조성 열풍을 불러온 솔마루길 조성과 애견운동공원, 그리고 생활민원을 즉시 출동해 해결해주는 OK생활민원기동대는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는 “KTX 울산역에서 영남알프스까지 교통케이블카를 건설하고 천주교 3대 성지인 살티공소와 석남사를 연계한 문화관광 자원화사업을 추진해 울산을 인구 230만 명의 글로벌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울산 남구 두왕동에서 태어난 김 예비후보는 학성고와 경남대를 졸업했다. 울산시의원과 울산 남구의회 의장을 거쳐 2006년 7월부터 남구청장을 지냈다. 김 의원과 김 전 구청장은 울산 남구의 국회의원과 구청장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시장 자리를 놓고 정면승부를 벌인다.

    강 의원은 “200만 창조도시 울산으로 제2 태화강의 기적을 만들겠다. 울산혁신도시에서 KTX 울산역까지 20㎞를 잇는 ‘울산 실리콘밸리’를 조성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높여나가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KTX 울산역 개통과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특별법 대표발의, 혁신도시 공공기관 확대, 동해남부선 일반철도 전환, 신항만 건설 등을 위해 지난 10년간 약 7조 원의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며 “중앙 행정과 정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시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강 의원의 이번 울산시장 도전은 3번째. 첫 번째가 200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당내 경선 때 당시 박맹우 예비후보에게 패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울주군에서 제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한나라당에 복당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난 강 의원은 언양농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1971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뒤 모교인 성균관대와 경기대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민주당·새정치연합 통합은 미풍

    윤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풍부한 경험을 살려 울산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2009년 3월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그는 “울산~언양 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대해 관계 부처 간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다. 윤 전 의원은 5년간의 ‘정치방학’을 지내고도 여론조사에서는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한다. 울산 북구가 고향인 윤 전 의원은 울산시의원을 거쳐 ‘노동자 텃밭’인 울산 북구에서 내리 3선을 기록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의 통합이 울산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서 아직 시장후보로 나서겠다는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당선자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울산에서 제1야당은 통합진보당, 제2야당은 정의당이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각각 이영순(52) 전 국회의원과 조승수(51) 전 국회의원이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자기들의 길을 가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새정치연합에서 누가 울산시장 후보로 나서느냐, 그리고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는 송철호(65)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과 심규명(49) 울산시당위원장, 이상범(57) 전 울산 북구청장이 거론돼왔다.

    제3지대 정당이 탄생하면 새정치추진위원회 홍근명(57) 공동위원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세무사인 그는 울산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오랫동안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오면서 참신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 경남도지사

    홍준표 vs 박완수 리턴매치본선 같은 예선

    경남도지사 선거전의 구도는 비교적 일찍 정리됐다. 새누리당 도지사후보는 홍준표(59) 현 도지사와 박완수(58) 전 창원시장으로 압축됐다. 홍 지사와 ‘앙숙’으로 불리며 경남도지사 출마를 노리던 안상수(68)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창원시장으로 목표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을 ‘도지사 적임자’라고 표현했다.

    홍 지사와 박 전 시장은 2012년에 이어 리턴매치를 갖는다. 당내 후보 결정까지는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양측의 공격은 잔뜩 날이 서 있다. 상호 비방과 과열 양상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울산·경남, 새누리당 예선이 곧 본선 부산은 통합신당 효과가 변수


    도 넘은 상호 비방

    야권은 과거와 달리 전체적인 ‘후보 단일화’나 ‘연대’ 논의가 없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후유증이 이유 중 하나다. 야권 단일 무소속 후보로 도지사가 됐다가 2012년 대선에 출마한다며 중도사퇴한 민주당 김두관 전 도지사의 트라우마도 깊다. 다만 통진당과 노동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은 노동계와 함께 선대위를 꾸리고 후보 단일화도 추진 중이다.

    다른 시도에서는 중도사퇴를 전제로 도지사직에 도전하는 현역 국회의원이 많아 비난을 사고 있지만 경남은 그렇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현역 출마는 단 한 명도 없다.

    새누리당 경선전에서는 △경남도청 마산 이전 △진주의료원 재(再)개원 여부와 청사 활용방안 △무상급식 예산 확대 여부 △대선 도전에 따른 홍 지사의 중도사퇴 가능성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앙 법률가 출신’(홍) ‘지방 행정가 출신’(박)의 대결이라는 점도 흥미를 끈다. 홍 지사 측은 재선을 자신하면서도 양자구도로 짜인 것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인지도와 지지도에서 박 전 시장을 크게 따돌리고 있을 뿐 아니라 TV토론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하겠지만 중앙정치권의 향배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3월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홍준표 도정 1년6개월을 심판받고 경남미래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2012년 보궐선거 당시 약속한 대로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하기로 했다”며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자세로 새로운 도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경선후보 등록에 앞서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셈이다. 6일엔 고성군을 끝으로 18개 시군 순시도 모두 마쳤다. 현장에서 도민을 만나고 다양한 지원 약속도 했다.

    야권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

    홍 지사는 부채 축소 등을 통한 재정건전화, 공직사회의 청렴도 제고, 일하는 분위기 조성 등을 업적으로 꼽는다. 경남미래 50년의 준비작업도 착실히 진행했다는 자체 평가도 있다. 다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경남도청사 마산 이전 공약, 찬반 논란이 심했던 진주의료원 폐업,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수준에서 결정된 무상급식 예산 등은 이번 경선과 본선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박 전 시장 측에서 ‘막말, 불통, 독선’과 ‘대선 도전을 위한 중도사퇴’를 언급한 데 대해 홍 지사 측은 “다른 어느 시도보다 소통을 잘한다. 중도사퇴 없이도 대선 경선 참여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창녕 출신인 홍 지사는 영남고, 고려대를 졸업하고 1982년 제24회 사법고시를 통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15~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 대한태권도협회장 등을 지냈다.

    2012년 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홍 지사에게 일격을 당했던 박 전 시장은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우위를 점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남에 뼈를 묻을 행정전문가로서 더는 ‘비정상’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편안한 시장직 대신 도지사 선거에 나섰고, 중앙과 교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월 초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한 달 동안 경남 전역을 훑는 ‘민생투어’를 한 차례 끝냈다. 3월 들어서는 2차 민생투어를 진행 중이다.

    박 시장은 창원시를 10년간 이끌면서 기업사랑 운동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도시 창원의 브랜드가치 창출, 세계 유수도시 진입 등 많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전문가로서의 안정감도 강점. 이에 대해 홍 지사는 “(박 후보는)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깜(도지사 감)이 되지 않는 사람하고 경쟁하려니 난감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몇 차례 했다. 박 전 시장은 “도지사라면 도민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선거용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는 곤란하다”고 홍 지사를 겨냥했다. 박 전 시장은 통영 출신으로 마산공고, 경남대를 졸업하고 1979년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해 직업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경남도 국장을 지내고 민선 창원시장으로 10년을 재직했다. 2013년 영국의 시장재단이 발표한 ‘세계 10대 시장’에 뽑히기도 했다.

    결국 ‘본선 같은 예선’인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경선은 지역민심에 당심과 친박(親朴)의 역할,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춤을 추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역구 국회의원 16명의 선호도, 평당원의 충성도도 커다란 변수다. 국회의원들은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다. 박 전 시장 측은 “홍 지사를 부담스러워하는 의원들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나타냈다. 홍 지사 쪽에서는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핵심 국회의원과 대의원은 우리 편”이라고 계산했다.

    권역별로는 홍 지사가 진주를 포함한 서부에서 강세를 보이고, 박 전 시장은 중부경남의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서로 취약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다양한 공약을 개발 중이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김경수(47)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3월 초 ‘사람이 있었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그는 “이제 한 단계 도약하고, 영남의 정치문화도 바꾸겠다”는 각오로 당내 경선 등을 준비 중이다. 김 본부장의 서울대 동기로 민주당 진주갑지역위원장인 정영훈(46) 변호사도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경선구도가 짜인 셈이다.

    진보 3당은 도당위원장들이 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 통합진보당은 강병기, 정의당은 박선희, 노동당은 허윤영 위원장이다. 이들 3당은 3월 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공동선대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약속했다. 단일 후보는 소속 정당의 간판으로 출전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만들 새로운 정당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지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새 정당이 진보정당에 손을 내밀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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