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외로운 줄타기
김충남 지음, 영림카디널, 263쪽, 1만2000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지지자들은 그의 긍정적 측면만을 보려 하고, 반대세력은 무조건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정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이 책을 썼다.
수십 년 안에 여성대통령과 부녀대통령이 다시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 역사의 이변이며, 그래서 우리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지도자의 소통 방법이나 대인관계는 남성과 다를 수밖에 없지만, ‘남성적 편견’으로 보면 불통이나 폐쇄적 권위주의로 인식되기 쉽다. 또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편견도 만만치 않다.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독립적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어려웠고, 특히 비판세력은 그를 아버지의 ‘유신시대’와 연계해 낙인찍으려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반대세력의 비판과 발목잡기에 시달려야 했고, 인사 문제, 소통 문제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조기에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절반을 교체하는 등 휘청거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지지율은 60%를 넘어서는 등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해외에서 대처, 메르켈과 함께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강인한 지도력 때문이다. 남성들의 견고한 장벽을 뚫고 최고 지위로 올라서려면 여성지도자는 남성 경쟁자들보다 더 강하고 유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박근혜는 의회에서 선출된 대처나 메르켈보다 뛰어난 점이 더 많아야 했다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미국 대통령의 전기를 쓴 바 있는 저술가 11인이 한 권의 책을 내면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간성(character)’이라 결론지었다. 권모술수와 웅변술에 능란한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박근혜는 원칙과 신뢰와 성실을 중시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은 것이다.
박근혜의 저력은 그의 인간 됨됨이에서 나온다. 박근혜는 부모로부터 좋은 DNA를 물려받았고 훌륭한 가정교육도 받았다. ‘바른생활 소녀’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이 그의 인생 철학이다.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공인(公人)적 가치관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퍼스트레이디 5년이다. 내우외환의 위기에서 국운을 개척했던 아버지로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시련의 18년’ 동안 좌절한 게 아니라 그 기간을 강인한 지도자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의 비범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노무현 정권의 ‘과거 청산’ 공세 속에서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이명박 정권의 핍박 속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며, ‘정권교체론’이 우세한 가운데 최후의 승자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심이 없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박근혜가 조기 레임덕 현상에 빠졌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남은 4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충남 | 대통령학 전문가, 저서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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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영미 법철학계의 거목으로 지난해 2월 작고한 저자가 2011년 12월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한 아인슈타인 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종교는 신보다 더 깊다’이다. 원제도 ‘Religion without God’(신이 없는 종교)이다. 저자는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삶의 본질적 의미’ 같은 모든 것에 종교적 태도가 들어 있다고 여긴다. ‘비록 무신론자이지만 대단히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아인슈타인은 저자의 ‘종교적 무신론’의 삶과 태도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이다. ‘종교적 무신론자’는 숭배나 구원의 약속, 천국과 지옥으로 보내는 신을 믿지 않지만, 인간의 심오한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가 아니라 종교의 참의미를 되새기면서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지를 통찰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202쪽, 1만2000원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현대사 | 남정욱 지음
‘군부와 학생이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거듭하는 주역이었다’는 관점으로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재조명함으로써 대한민국 역사가 긍정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4·19를 학생혁명, 5·16을 군사혁명으로 규정한 저자는 “사관(史觀)이 역사가 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한국현대사 책이 연대기적 구성 형식을 취한 것과 달리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한결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편년체가 아닌 기사본말체와 강목체를 혼합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인 저자는 특유의 재기 넘치는 글과 발칙한 발상으로 주목받는 칼럼니스트이자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대정신, 254쪽, 1만3000원
20세기 한일관계사 | 정재정 지음
20세기 한일 양국이 서로 충돌하고 때로는 교류한 역사를 6개 주제와 쟁점 아래 시간순으로 풀어냈다. 식민통치라는 정치적 측면이나 ‘한류’ 같은 문화적 측면 등을 단편적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복합적 다면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게 특징. 아울러 현대 한일관계사를 반목과 대립으로만 인식하는 관점을 지양하고, 두 나라가 실은 대부분 시기에 교류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 정부 차원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교류와 협력에도 비중을 두고 서술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낸 저자는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와 비전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는다면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 등의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비평사, 392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복지국가는 삶이다
이상이 지음, 도서출판 밀, 291쪽, 1만5000원
나는 2007년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부터 지금까지 양극화 경제체제와 선별적 복지체제가 초래한 격차사회 대한민국을 ‘역동적 복지국가’로 바꾸자는 시민사회운동을 해왔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복지국가 논리를 전파하고, 전국 순회강연으로 지역주민, 학생,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자주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왜 의사로서의 기득권을 버리고 이런 고생을 하고 다니느냐?”였다.
이에 대해 나는 언제나 “불공정하고 불안한 격차사회가 아니라 공정하고 삶의 안정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행복한 사회’를 자식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이에 덧붙여, 이렇게 나 스스로 설정한 공익적 소명을 실천하는 가운데 내 삶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즉, 나는 ‘사적 삶’과 ‘공익적 삶’의 유기적 통합이 곧 ‘행복’의 첩경임을 설파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을 쓴 이유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내가 공익 증진을 위해 투입하고 투쟁했던 ‘공익적 삶’의 총체적인 기록뿐 아니라, 부끄럽긴 하지만 이것의 동력이 된 어린 시절의 ‘사적 삶’을 솔직하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나는 ‘앉은뱅이’ 할머니를 도와 술과 안주를 나르고, 운동화를 신어본 적 없던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었다. 이에 더해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4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이 책에서 나는 지체장애로 인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심각하게 억눌린 자존감을 회복해 한국 의료제도 전반을 수술하는 ‘사회적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싶었다. 나는 의과대학 졸업 후 오랜 시민운동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여당의 보건의료 정책 전문위원을 지내며 국민건강보험의 창설과 의약분업의 제도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맡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암부터 무상의료’ 정책의 실현에 기여했다.
이 책은 ‘의료’에서 출발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복지’를 거쳐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삶의 과정을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 담론을 거세게 일으켰던 역동적인 삶의 행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는 이유를 독자와 공유하고 싶었다. 결국, 이 책은 공익적 삶의 중요성을 경험으로 웅변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바람직한 삶’과 ‘행복’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복지국가 지침서’인 셈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나라, 즉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논리와 전략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 투쟁과 국민건강보험 창설, 의약분업 실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과 이의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 투쟁 등의 정책과정이 실천적 경험과 이론적 논리를 통해 읽기 쉽게 기술돼 있다. 결국 이 책은 누구나 읽어볼만한 공익적 삶과 행복, 그리고 보건의료와 복지국가 정책과정에 관한 살아 있는 교과서인 셈이다.
이상이 |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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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감 | 안재홍 지음, 김인희 역주
일제강점기 항일투사이자 언론인이던 민세(民世) 안재홍 선생의 저작을 읽기 쉽게 현대어로 옮겼다. 선생은 1930년대 이후 정치활동이 불가능해지자 한민족 통사를 집필하는 데 주력했다. 선생이 역사관의 이론적 틀로 삼은 것은 민족주의(민족애)와 세계주의(인류애)를 통합한 ‘민족적 국제주의’ 성격의 민세주의(民世主義)였다. 역사사회학적 방법론을 통해 고대사회 발전의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인류학적 방법으로 원시사회의 양상을 파악했다. 또한 한·중·일 고문헌에 나타난 지명, 국명, 종족명, 관직명, 인명, 법속, 민속 등을 언어학적으로 해석해 고대사회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이를 통해 한민족의 활동 영역이 중국 동북지역에서 한반도에 이르며, 한민족이 고조선 이래 하나의 통일된 정치공동체이자 문화공동체였음을 밝혔다. 우리역사연구재단, 704쪽, 3만5000원
왕인박사는 가짜다 | 곽경 지음
고대 일본에 천자문을 전했다는 왕인 박사의 이야기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기록이다. 그런 왕인이 우리에게 알려지고 실존하는 역사처럼 인식되게 된 것은 조선 말기, 즉 일제가 한국을 침략하면서부터다. 실체가 불명확한 왕인의 이야기가 재탄생된 데는 일제의 악랄한 식민지 경영정책으로 50여 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왕인 박사의 부활을 위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왕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본이 한일 고대사를 어떻게 왜곡해왔는지, 고대 한일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통섭적으로 설명한다. 다양한 사진과 도표를 넣는 등 자칫 지루하기 쉬운 역사 이야기를 독자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내용 역시 중·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게 미덕이다. 죽오재, 272쪽, 1만6000원
정도전을 위한 변명 | 조유식 지음
최근 역사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다. 시사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조선을 세우고도 역적으로 몰려 죽은 정도전을 3년 동안 추적했다. 1398년 8월 26일 정도전이 처형당한 날부터 이성계를 처음 만난 13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가 이성계를 ‘활용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을 살폈다. 태종 이방원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처형당한 정도전은 고종 때 복권되기까지 500년 동안 만고의 역적이었다. 저자는 정도전을 조선 개국의 주역으로 재조명했다. ‘논어’ ‘맹자’를 즐겨 읽던 민본주의자가 어떻게 역성(易姓)혁명의 주역이 됐는지 민본과 민생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전제 개혁안과 노비 해방 정책 등 시대를 뛰어넘는 개혁가였던 정도전을 조선 건국의 기획자로 복원하며, 이성계와 정몽주, 이방원에 대해서도 재해석한다. 휴머니스트, 416쪽, 1만9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
느리게 더 느리게
장샤오형 지음, 최인애 옮김, 다연, 384쪽, 1만5000원
몇 권의 에세이와 치유 관련 자기계발서를 번역한 이후 비슷한 분야의 저서를 찾던 중 출판사의 추천을 받아 이 책을 번역하게 됐다. 하버드대학교의 ‘행복학 강의’로 명망이 높은 탈 벤 샤하르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다뤘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샤하르 교수가 세계 최고의 지성인이 모인다는 하버드대에서 ‘행복’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많은 이의 공감과 열화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관련 저서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번역을 계기로 그의 주된 생각과 사상을 접하게 된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탈 벤 샤하르 교수의 ‘행복학 강의’를 적용 가능하고 또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는 점이다. 학술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생활 속 사례를 들어 ‘행복학’이라는 학문을 실제 삶에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인생의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와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행복’을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쉽고 재밌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행복이란 무엇인가’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특히 행복이란 객관적인 게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때 참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변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개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욕심을 줄이고 현재에 만족하며 허세를 버릴 때, 되도록 느리고 여유롭게 살 때, 그럴 때 행복은 우리에게 참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또한 문제나 어려움을 표면적으로 보지 않고 그것의 순기능을 발견하는 방법과 주변인과의 화합, 낯선 이를 향한 베풂이 진정한 행복을 얻는 데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행복이 맹목적인 비교 의식이 아닌, 객관적이고 바른 비교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고 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 있으면서도 잘못된 비교로 인해 불행함을 느낀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행복을 위한 올바른 목표를 세우며 감사의 가치를 깨닫는 방법 등을 자세히 서술함으로써 행복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조금만 미소를 지으면 행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가 남의 시선이나 가치관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도 정작 행복한 사람을 찾기는 힘든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인애│’생각 내려놓기’등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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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경영하라| 민재형 지음
인생과 비즈니스의 결정적 순간에 판단착오의 늪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담았다. 서강대 경영대 교수이자 의사결정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직관적 판단 행태와 의사결정 심리를 분석하고, 우리의 익숙해진 사고방식이 어떻게 잘못된 판단을 일으킬 수 있는지, 거기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는 후회 없는 판단을 하려면 익숙한 것, 편한 것, 상식적이라고 믿는 것,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과 결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더불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지배하는 규칙을 점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을 넘어 의사결정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방식에 의한 잘못된 판단 습관에서 벗어나 올바른 판단 습관을 습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청림출판, 356쪽, 1만5000원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박효은 옮김
심리학자인 저자는 꿈, 희망, 만족처럼 뜬구름 같은 이미지로 주관적으로 이해돼온 행복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전 세계 행복 연구의 결과물을 알기 쉽게 풀어 소개한다. 예컨대,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행복감이 떨어진다, 아내보다 남편의 행복도가 높으면 그 반대 상황에 비해 부부가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또한 행복은 자식들에게 유전되는지, 행복은 주변 사람들에게 퍼지는 전염성이 있는지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가 풍성하다. 여러 연구 사례를 들어 행복의 원인과 결과를 거론하고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실천 방법도 제시한다. 삶의 소소함을 음미하고, 명상을 하며, 감사의 일기를 쓰라는 등 일상 속에서 행복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실천 과제들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북로드, 296쪽, 1만4000원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됐나 |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이인식 해제, 백이호 옮김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물건은 무려 500만 개에 달한다. 생물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물건들 역시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책은 사물의 디자인을 분석하고 물건의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물건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기원, 수많은 발명가의 일화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한 개의 갈퀴를 가진 나이프가 네 갈퀴의 포크로 탄생하기까지, 전장(戰場)에서 권총을 쏴서 먹어야 했던 통조림을 집에서 한 손으로 간편하게 열기까지, 추위를 피해 옷을 여미기 위한 동물의 뼈가 진화해 단추가 되기까지 등 문화·정치·기술의 변천에 따라 진화한 인공물의 역사를 한눈에 펼쳐낸다. 김영사, 404쪽, 1만6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욕망하는 지도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692쪽, 3만3000원
세계지도에 일본해를 단독으로 표기하자고 고집하는 일본과 동해 병기를 유도하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 연일 뉴스를 달군다. 단순한 바다의 명칭을 뭐라고 기입하는지가 무슨 상관인지 반문하는 이도 있지만 지도에 표기되는 지명은 단순히 이름 문제가 아니다. 해당 공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의 관점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관점을 지도 사용자의 의식에 투영하려는 의도가 녹아 있는 문제다. 지도는 사용자가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현실을 특정한 시각으로 보게 해 지도 사용자의 세계관에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지도에 내재한 당대 제작자와 사용자의 욕망을 파헤치며 인류의 세계관을 풀어낸 역사서다. 역사의 맥락에서 지도를 다룬 기존의 책들은 지도 자체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민족, 지정학, 평등, 정보 등 12개의 욕망 코드를 통해 각각의 지도가 제작 당시의 사회적 욕망이 반영된 시대의 거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도에 대해 무려 20년 동안 연구하고 집필한 성과를 이 책에 집대성한 저자는 기원전 700년의 바빌로니아 점토판부터 구글어스의 위성지도까지 인류가 만든 지도 사이를 그야말로 종횡무진 누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조선이 만든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비중 있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의 질서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시각을 갖추고자 한 조선은 이 지도를 통해 그러한 욕망을 표출했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지도에 인류의 욕망이 어떻게 반영되고 재생산됐는지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이제 인류는 가상공간에 지도를 만드는 시대에 이르렀고, 지도를 자유자재로 변형해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의 정보를 담아낸다.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를 장악한 구글은, 지구 어디에서든 위치를 알려주는 인터넷 지도 덕에 우리가 길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디지털 지도가 초래할 인류의 미래가 도리어 암울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거대 기업이 지도와 그에 관련한 엄청난 정보를 독점한다는 것은 분명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정치적 의도로 조종되며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술 문명의 진보가 이 같은 디스토피아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분명 그 통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지도 없이는 절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하나의 지도로 세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단순히 지도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지도 이면의 욕망을 풀어냄으로써 인류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사유하게 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세상을 살아갈 나름의 지도를 그릴 밑바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일규 | 알에이치코리아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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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경영 | 주선희 지음
희로애락을 가진 인간은 모든 게 얼굴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얼굴에 나쁜 색이 생기는 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고, 마음이 불편하면 몸에 영향을 미쳐 병치레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스스로 건강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국내 최초 인상학 박사인 저자는 인상학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 사회적 관계에서의 길흉화복을 분석하고 예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인상은 그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눈 코 입 귀 등 신체 부분별로 담긴 삶의 비밀을, 2부에서는 역대 대통령과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인상 특징을 담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인상 변천 과정이 흥미롭다. 3부와 4부에서는 성공을 위한 인상학과 행복한 생활을 위한 인상학을, 5부에서는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동아일보사, 303쪽, 1만5800원
시계 남자를 말하다 | 이은경 지음
최근 가장 호황을 누리는 종목이 남성용 시계라고 한다. ‘손목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가치’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직경 40mm에 불과한 기계식 시계가 가진 매력이 뭔지, 명품이라고 일컫는 시계는 왜 그만한 가치를 지니는지를 들려준다. 대한민국 1호 ‘시계 컨설턴트’인 저자는 시계의 역사와 흐름, 경향, 시계 속의 각종 무브먼트, 브랜드 시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통해 기계식 시계가 단지 기계가 아니라 품격이자 남자의 모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짝퉁 시계 때문에 일어난 일화, ‘5만 원 명품 시계’ 사건, 전자시계와 기계식 시계의 혼동 때문에 생긴 오해를 비롯한 일상 속 시계 이야기는 읽는 즐거움과 함께 시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페이지마다 각종 브랜드 시계 사진들을 넣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책이 있는 풍경, 295쪽, 2만2000원
작은 가게로 살아남기 | 황동명 지음
베이비부머의 은퇴, 높은 청년실업률의 영향으로 해마다 창업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창업자의 60%가 3년 안에 사업을 접고, 고작 8.2%만이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한다. 이 책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사업체들 가운데서 생존에 성공한 업체들을 분석한 ‘사업 성공 지침서’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300만 원의 종잣돈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한 저자 자신의 경험도 많이 담았다. 저자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장사가 절벽 끝에 내몰려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 아닌 성공을 위한 도전이 돼야 한다”고 충고하며 “무엇을 팔든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독특한 아이템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간, 255쪽, 1만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