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롯데쇼핑, 13년간 숨기던 실적 전망 ‘자신 있게’ 오픈!

[유통 인사이드] 확 달라졌어요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3-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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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실적 전망치 공개

    • 2011년 신동빈 회장 취임 후 시장 혼란 우려로 비공개

    • 2022년 변화 조짐 “자본시장에서 우릴 어떻게 보는지 고민해야…”

    • 시장평가 긍정적 “롯데쇼핑 성장 계속될 것”

    지난해 12월 5일 부산 강서구 롯데쇼핑 부산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5일 부산 강서구 롯데쇼핑 부산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10년간 보수적이던 롯데쇼핑의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활동(IR)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 전망 공시에 이어 올해 2월 발표한 전년도 실적 IR 자료에서도 2024년 전망치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전망치와 부합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정공시를 통해 ‘2023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연간 실적 전망’을 공개했다. 당시 롯데쇼핑은 매출액 14조6000억 원, 영업이익 5050억 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롯데쇼핑이 실적 전망치를 공개한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실적은 자체적으로 제시한 전망치와 거의 맞아떨어졌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 감소한 14조555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084억 원으로 31.6% 증가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당기순이익은 1797억 원을 기록해 2017년 이후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전망 공시는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오차율이 크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적 전망 공시를 낼 때는 명확한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전망치를 실제 실적에 가깝게 제시해 오차율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신동빈 회장 취임 후 비공개 전환

    2006년 9월 롯데쇼핑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정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06년 9월 롯데쇼핑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정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롯데쇼핑은 2006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2010년까지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정공시를 매년 공개했다. 가장 처음으로 투자자에게 실적 전망 공시를 낸 때는 2006년 9월 18일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물론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 총매출액 전망치까지 세세하게 공개했다.



    이때 롯데쇼핑이 제시한 2006년 전망치는 총매출액 9조3309억 원, 영업이익 7375억 원이다. 실제 2006년 롯데쇼핑의 총매출액은 9조4467억 원, 영업이익 7494억 원으로 전망치를 소폭 상회했다. 눈에 띄는 것은 IR 현장에서 만나지 못하는 투자자를 위해 홈페이지에도 연간 실적 전망 자료를 꾸준히 올렸다는 점이다. 분기 실적이나 연간 실적과 관련한 영문 보고서는 다른 기업들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하지만 연간 실적 전망까지 영문 보고서로 작성해 올리는 공을 들인 곳은 롯데쇼핑이 유일했다.

    2009년 롯데쇼핑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문 실적 전망 보고서. [롯데쇼핑]

    2009년 롯데쇼핑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문 실적 전망 보고서. [롯데쇼핑]

    이처럼 해외 투자자 대상의 IR에도 적극적이던 롯데쇼핑의 기조가 바뀐 때는 2011년부터다. 이때부터 롯데쇼핑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연간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올리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꾸준히 올리던 실적 전망 영문 보고서 역시 이때부터 게시가 중단됐다.

    2011년엔 롯데그룹에 큰 변화가 있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이후 4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2세 경영 체제’에 접어들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 MBA를 받고 본격적 경영 수업을 받기 전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 런던 지사에서 근무했다. 자본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신 회장은 부회장 시절 롯데쇼핑 상장을 앞둔 2006년 1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연 첫 해외 IR 행사를 직접 챙겼고, 상장 후인 2010년 영국 런던 IR에도 참석했다.

    신 회장은 2011년 말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에서 열린 IR에도 참석했다. 롯데그룹의 중요 현안과 전망을 설명하고 현지 투자자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이후 신 회장은 2015년까지 매년 IR 행사에 참여해 왔다. IR은 직접 진행하면서도 공시를 통해 전망치를 밝히지는 않은 것이다. 당시 롯데그룹이 전망 관련 공시를 내지 않은 이유는 공시 전망과 실제 실적 간 차이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있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밝은 신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이후 IR 기조를 보수적으로 바꿨다는 점은 업계에 의아함을 안겼다.

    지난해, 3년 내 매출 17조 원 달성 목표 밝혀

    롯데쇼핑의 IR 기조에 다시 변화의 신호가 감지된 때는 2022년이다. 신 회장은 2022년 하반기 부산에서 개최된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자본시장과의 소통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지난해 13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IR를 여는 등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CEO IR DAY’를 열고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롯데쇼핑의 중장기 실적 목표와 핵심 전략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2026년까지 연결 기준 매출액 17조 원, 영업이익 1조원 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핵심 전략으로는 기존 사업부 혁신을 중심으로 한 △핵심 상권 시장 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e커머스 사업 최적화와 오카도 사업 추진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신규 성장 동력을 고려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을 꼽았다. 이를 통해 김 부회장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다.

    이후 지난해 12월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와 슈퍼의 통합 비전인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을 구현한 차세대 매장을 선보였다. 은평점을 식료품 전문 매장인 ‘그랑 그로서리’로 새단장해 선보인 것이다. ‘웅장한 식료품 잡화점’을 뜻하는 그랑 그로서리는 대형 마트 최초로 식품과 비식품 비중을 9대 1로 구성하는 등 파격 변화를 시도했다. 은평점은 재개장 이후 6주간 2022년 대비 방문 고객 수가 약 15%, 매출은 약 10% 증가했다.

    온라인 그로서리 강화를 위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추진하는 자동화 물류센터인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도 지난해 12월 첫 삽을 떴다. 부산 CFC는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부지 면적 약 4만㎡ 규모로 들어서며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 CFC를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6개의 CFC가 정상 가동되는 2032년께엔 국내에서 온라인 신선식품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이마트도 4대 전략을 수립했다. 그간 역량을 집중해 오던 ‘홈(Home) 만능 해결 서비스’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채널 고도화에 나선다. 이 서비스는 청소·이전설치·가전교체 등 고객의 가전 구매 생애주기를 밀착 관리하는 것이다.

    연내 자체 브랜드(PB) ‘하이메이드’ 리뉴얼도 작업도 상반기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하이메이드는 지난 5년간 평균 20% 매출 신장세를 보이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브랜딩·디자인·개발 역량 강화 등 전반에 걸친 리뉴얼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신규 점포를 포함한 70여 개 점을 카테고리 전문 매장, 상담형 전문 매장으로 새단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주 친화 정책도 윤곽이 나타났다. 배당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해 배당을 늘리고,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실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제 때가 왔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쇼핑]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쇼핑]

    2월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함께 공개했다. 롯데쇼핑이 공개한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14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5700억 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1.5%, 영업이익은 12.1%가 증가해야 달성할 수 있는 규모다.

    롯데쇼핑은 연간 실적 자료에 배당 현황도 설명했다. 최근 5개년 배당 현황을 표와 그래프로 정리했다. 배당 트렌드로 시가배당률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주당 배당금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3800원을 결정했다. 이는 2022년 결산 배당금(3300원) 대비 500원 증가한 수치이며 2019년의 그것과 같은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올해 제시한 실적 전망치가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6년 목표 전망치 대비 보수적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올해 실적 목표치로 연결기준 영업이익 5700억 원을 제시했다”며 “지난해 9월 CEO IR에서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제시한 목표를 고려했을 때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올해 실적이 전망치와 부합하고 2025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5년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15조220억 원, 영업이익은 6390억 원이다. 2026년 역시 2025년 수준의 성장률을 보인다고 가정하면 매출액은 15조2473억 원, 영업이익은 7163억 원이다. 롯데쇼핑이 2026년 매출액 17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부터 매출액은 7% 이상, 영업이익은 30% 이상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통해 백화점 부문에서 최대 매출액을 올리고, 마트·슈퍼 부문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지만 하이마트, 홈쇼핑, 컬처웍스의 실적 반등도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시장은 롯데쇼핑의 성장세가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실적을 발표한 이후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순항 중’,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년의 기다림과 그 결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제 때가 왔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UP’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각각 내놨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2021년을 저점으로 실적 가시성이 매년 회복되고 있다”며 “수익성 중심 전략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도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은 연구원은 “2024년 실적은 홈쇼핑, 하이마트, e커머스에서 영업이익 개선 폭이 가장 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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