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막판 최대 변수
공천 후유증 민주당이 더 커
개혁신당, 정치적 공간 마련 어렵다
[영상] 유승찬 vs 엄경영
선거 및 데이터 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왼쪽)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선거 및 데이터 전문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과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3월 11일 ‘신동아’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에 출연해 “공천 과정에 파열음이 컸던 민주당에 불리한 지형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조국혁신당 바람이 이어지면 민주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254개 선거구 중 132곳에서 국민의힘, 120곳에서 민주당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격전지 투표 결과가 야권에 쏠리면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157석까지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254개 선거구 중 국민의힘이 150곳, 민주당이 102곳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월 7일 ‘매거진동아’에 출연했을 때 엄 소장은 254개 선거구 중 국민의힘 149석, 민주당 104석을 예측했다. 유 대표는 민주당 133석, 국민의힘 118석을 예상했다.
‘조국’이라는 변수가 미칠 영향
두 전문가는 46석을 선출하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19∼20석,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시민연합 12∼14석, 조국혁신당 8석을 예상했다.두 전문가는 조국혁신당 바람이 총선 투표일까지 지속될 경우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앞서의 예측보다 유리해진다고 내다봤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른바 ‘지민비조’ 현상이 투표율 상승을 견인하면서 박빙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대진표가 나온 현 시점에 22대 총선 판세를 어떻게 예상하나.
유승찬_ “공천 과정을 거치며 판세가 흔들렸다. ‘이재명 사당화’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야당 심판론’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공천을 잘한 것도 아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인재 영입이 없었다. 현역이 대부분 공천받았고,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다만 ‘친윤 중심 공천’이라거나 ‘비윤 학살 공천’이 되리란 예상과는 달랐다. 민주당은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비명횡사’라는 말이 이번 공천을 규정해 버렸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덧셈 공천’을 해야 한다.”
엄경영_ “기본적으로 유권자 지형에 변화가 없다.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4050은 민주당, 2030은 남녀로 나뉘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각각 지지하는 유권자 지형이 그대로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보면 60대 이상은 유권자 비중이 30.3%였는데, 실제 투표자 비중은 40.3%로 10%포인트 높았다. 4050은 유권자 비중과 투표자 비중이 비슷하고, 2030은 유권자 비중은 31.5%이지만 투표자 비중은 10%포인트가량 낮다. 60대 이상 국민의힘 지지자의 투표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국 단위든 개별 선거구에서든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안정적으로 우세를 유지해야 승산이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조사 결과는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서 우위를 보이는 정도다. 이 정도로는 유권자 비중 대비 투표자 비중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엄 소장은 이 대목에서 “새로운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고 했다.
새로운 변수라면….
엄경영_ “한 달 전부터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가고 조국 온다’고 얘기해 왔다. 조국혁신당 창당을 계기로 조국 변수가 총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파괴력이 있다?
엄경영_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이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모으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상승세를 견인할 수 있다. 조국혁신당에 한 표를 주려고 투표장에 나온 범야권 지지층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어줄 가능성이 생긴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란 ‘지민비조’가 실제로 작동하면 수도권의 박빙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전할 수 있다. 지역구에서 조국혁신당의 기운을 민주당 후보가 빨아들여 두 당이 윈윈(win-win)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유승찬_ “엄 소장이 민주당에 희망적 얘기를 한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였다면 민주당이 유리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동훈 효과를 과소평가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에 디커플링 효과가 나타났다. 현재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총선 판세를 흔들 만큼 바람이 강하다. 엄 소장이 세대별 유권자 비중과 실제 투표율 비중의 차이를 말씀했는데 그것에 동의하면서 덧붙이면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에 선거 막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16일 경기 오산시 오색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유승찬_ “총선 전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駐)호주대사로 임명한 것도 심각한 사건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은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 이 사안을 잘못 관리하고 그것이 조국혁신당 이슈와 결합하면 선거판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엄경영_ “조국혁신당이 지지자 충성도가 가장 높다. 앞서 말했듯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에 투표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유승찬_ “2030세대가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불공정 이슈에 반발이 컸기에 조국혁신당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구멍 하나가 지진 일으킬 수 있어
선거구별 판세를 살펴보자.유승찬_ “중·성동갑은 3·9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큰 폭으로 지지했을 만큼 표밭이 많이 바뀌었다. 다만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불리한 환경에서도 압도적으로 이겼다.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상징성을 갖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공천했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됐을 거다. 그런데 전현희 후보 공천은 참 생뚱맞다. 결집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에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다.”
중·성동갑은 이른바 ‘한강벨트’의 상징적인 곳 중 하나인데….
엄경영_ “한강벨트에는 9개 구와 15개 선거구가 있다. 민주당이 중·성동갑 방어에 성공한다면 한강벨트뿐 아니라 종로와 동대문, 서대문, 도봉구로의 국민의힘 북상을 차단할 수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하면서 동대문, 종로, 서대문까지 뚫릴 가능성이 생겼다. 동대문은 갑뿐 아니라 을도 위험하다.”
유승찬_ “임종석 컷오프를 보고 민주당 예상 의석을 서울에서 6석 정도 줄였다. 민주당 한강벨트는 잠식됐고, 강북 쪽으로 침수가 진행되고 있다. 박용진의 강북을, 안귀령을 단수 공천한 도봉갑도 위험해졌다. 도봉갑은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가 굉장히 강한 데다, 도봉구의회 전직 의장들이 ‘이게 김근태 정신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도봉구 유권자 처지에서는 자존심이 상한 거다. ‘왜 너희들이 내리꽂느냐.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여기는 김근태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을 상향식으로 공천하겠다’고 반발하는 거다. 임종석과 김근태 같은 상징을 무너뜨렸기에 유동성이 커졌다.”
엄경영_ “종로에 김부겸 전 총리를 공천하고 임종석 전 실장을 중·성동갑에 경선을 붙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유 대표는 서울 서대문을의 경우 국민의힘 우세로 예측이 바뀌었다.
유승찬_ “박진 후보가 강력하다. 서대문구에 인접한 종로에서 여러 번 출마해 인지도가 상당하다. 서대문구가 원래 민주당 텃밭은 아니다. 민심이 교차한 곳이고 정당 지지도 흐름이나 인물 무게감으로 볼 때 박진 후보가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는 어떻게 예상하나.
엄경영_ “영등포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면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채현일 후보가 영등포구청장을 지낸 강자다. 다만 김영주 부의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면서 무게추가 국민의힘 쪽으로 다소 기울지 않을까 예상한다. 노동계 대모이고, 영등포갑에서 내리 3선을 했기에 확고한 지지 세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다만 김영주 효과가 중도무당층 확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송파병은 두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유승찬_ “초박빙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이길 것으로 본다.”
엄경영_ “강동을도 송파병도 박빙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쪽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 분포와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강동구는 거의 강남 3구 수준이 됐다. 아파트값도 비싸고 거주 환경도 좋다. 강동구청장 선거 때도 10%포인트 이상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다. 민주당이 굉장히 힘겨운 싸움을 할 것이다.”
유승찬_ “선거구 개편 때 인천 계양을처럼 서울 강동을도 게리맨더링이 있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길동이 강동갑에서 강동을로 바뀌었다. 그래서 강동갑은 민주당에 굉장히 안 좋아졌고, 강동을은 상당히 좋아졌다.”
박광온 낙천이 수원 5곳에 끼친 영향
경기도는 60석으로 선거구가 가장 많다.엄경영_ “수원 5곳 가운데 병과 정이 민주당 처지에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수원정에서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김준혁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 결과가 지지층 결집을 이완할 것으로 본다.”
유승찬_ “민주당 공천의 충격적 장면 중 하나가 박광온 전 원내대표 탈락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수원에서 상징적 정치인이다. 그런데 하위 20%에 들어 탈락했다. 당심과 민심이 분리된 공천이 이뤄진 것이다. 수원시민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해당 지역뿐 아니라 옆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경기 안양·동안을은 두 전문가 예상이 엇갈렸다.
유승찬_ “안양은 민주당이 유리하다.”
엄경영_ “평촌은 종부세 이슈가 있는 동네다. 분당과 생활수준도 비슷하다. 국민의힘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본다.”
경기 광명을은 어떤가
유승찬_ “양기대 후보였으면 민주당이 당연히 이긴다고 봤다. 김은경 혁신위에서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김남희 변호사가 공천장을 받았다. 이분이 광명을에서 뚜렷하게 활동한 게 없다. 본선에서 잘할지 회의적이다.”
두 전문가 모두 경기 고양갑에서 심상정 후보 당선을 예상했다.
엄경영_ “민주당이 어려워지면 녹색정의당과 선거 연대를 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녹색정의당 선거연합이 현실화하면 심상정 의원 생환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나선 경기 하남갑은 두 전문가 모두 국민의힘 우세를 예상했다.
유승찬_ “추미애 전 장관이 인지도는 굉장히 높지만 확장성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당선까지 가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민주당에서 ‘여전사 3인방’이라고 하던데, 무슨 전쟁하러 가는 게 아니잖나. 선거는 중도확장성이 중요하다. 중도층에 반감이 큰 후보를 전면 배치하면서 오히려 ‘방탄 공천’이란 얘기가 나왔다.”
엄경영_ “추미애 전 장관은 지지층에는 어필이 강하게 되는데 확장성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6·1 지방선거 때 하남시장 선거에서도 격차가 크게 났다. 추 전 장관이 판을 흔들기 어려울 것이다.”
경기 화성을에 대한 두 분 생각이 한 달 전과 달라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출마 때문인가.
엄경영_ “그렇다. 이준석 대표가 2030 남성 표를 가져가면 국민의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5%포인트 이내에서 승부가 펼쳐진다면 국민의힘이 불리할 것이다.”
유승찬_ “화성을은 원래 이원욱 의원 지역구다. 이 의원은 신설 화성정 지역구로 가고 화성을을 이준석 대표에게 줬다. 개혁신당은 양향자, 이준석, 이원욱을 ‘반도체 벨트’라고 얘기하는데, 그 표현은 설득력이 없다. 개혁신당은 보수층이 국민의힘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하면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대구 12곳, 광주 8곳은 싹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6일 경기 용인 수지구청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8석이 걸린 부산의 경우 유승찬 대표는 갑·을이 통합돼 박재호 대 박수영 현역 맞대결이 치러지는 남구와 전재수 대 서병수 현역 맞대결이 성사된 북구갑 두 지역에서 민주당 현역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엄 소장은 18개 선거구에서 국민의힘이 모두 우위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 12곳과 광주 8곳은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싹쓸이할 것으로 두 전문가 모두 예상했다. 다만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출마한 광주 광산을은 ‘관전’할 만한 지역이 됐다고 평가했다.
7석이 걸린 대전은 엄 소장이 국민의힘이 5곳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본 반면, 유 대표는 민주당이 4곳에서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의 경우 엄 소장은 갑은 국민의힘, 을은 민주당 우세를 예상했고, 유 대표는 두 곳 모두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8석이 걸린 강원은 두 전문가 모두 원주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은 두 전문가 모두 국민의힘 6곳, 민주당 2곳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충남은 엄 소장이 국민의힘 8곳, 민주당 3곳으로 국민의힘 우세를 예상한 반면, 유 대표는 민주당 5곳, 국민의힘 6곳으로 결과가 팽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북 10곳, 전남 10곳은 모두 민주당 차지가 될 것으로 두 전문가가 의견 일치를 보았다.
경북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산을 제외한 나머지 12곳 모두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두 전문가가 예상했다.
경남은 엄 소장이 16곳 모두 국민의힘 우세를 예상한 반면, 유 대표는 김해갑 1곳은 민주당이 당선할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울산은 두 전문가 모두 국민의힘 우세를 예상했다.
제주는 엄 소장이 3곳 모두 민주당 우세를 전망한 데 비해, 유 대표는 제2공항 이슈가 있는 서귀포는 국민의힘이 우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아 4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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