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지금, 서울 민심① “한강벨트는 뜬구름 잡는 소리, 소아과나 늘려라”

[22대 총선_승부 결정짓는 최전선 42곳, 지금 민심] 중구성동갑·을 광진갑·을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4-04-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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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는 오세훈·정원오 같이 찍어요

    • 중구에서는 한강 보이지도 않아요

    • 강남이나 종로와는 또 다른 곳이 성동

    • 오래 살고 싶지만 아이는 못 키울 곳이에요

    • 중곡동에도 대원외고가 있는데…

    • 살림 사는 화양동 주민은 거의 떠났어요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삼거리. 비가 오락가락하는 짓궂은 날씨다. 버스가 밀려 들어오는 틈새로 빗길을 뚫은 ‘라이더’가 보인다. 삼거리 주위로 ‘서울자전거(따릉이)’ 대여소가 3개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는 점이 그렇게 드러난다. 단조롭기보다는 입체적인 풍경이다. 네 갈래로 나뉘어서 그렇다. 1-1번 출구 뒤로는 고층 아파트가 우뚝 솟았다. 왕십리뉴타운이다. 2번 출구는 왕십리도선동 상점가를 향한다. 필로티 구조의 빌라와 작은 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무학로를 따라 10분쯤 내려가면 종로에서부터 흘러온 청계천이 굽어 흐른다. 4·5·6번 출구 뒤편은 왕십리2동이다. 입주 35년에 접어든 한신무학아파트가 있다.

    중·성동갑… 전현희 vs 윤희숙, 중량급 女후보 맞대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 [김도균 객원기자, 윤희숙 캠프]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 [김도균 객원기자, 윤희숙 캠프]

    이곳은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속한다. 이름과 달리 중구는 포함되지 않는다. 금호동과 옥수동을 뺀 성동구 전역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선의원(비례·서울 강남을)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후보를 공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21대 의원(서울 서초갑)을 지낸 윤희숙 후보가 본선에 나선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모두 왕십리뉴타운 근처에 있다. 왕십리뉴타운은 선거구상으로는 왕십리도선동이다. 응봉사거리 인근 아파트 주민으로, 자녀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44) 씨가 말했다.

    “과거에는 응봉사거리에서 무학여고 앞 사거리로 가는 방향이 선거사무소의 메카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홍익표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모두 이쪽에 선거사무소를 냈던 기억이 난다. 한때는 인근 한신아파트나 대림아파트에 연예인도 많이 살았다. 아침이면 강남으로 출근하려는 직장인들을 태우기 위해 아파트 앞에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지금은 왕십리뉴타운 선호도가 높다 보니 여야 후보 선거사무소도 그쪽에 모이는 것 같다.”

    중·성동갑은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뉜다. 먼저 왕십리도선동과 왕십리2동, 행당1·2동을 아우르는 권역이다. 이어 구도심의 정취가 남은 마장동, 사근동, 송정동, 용답동 권역이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숲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등 초고가 아파트가 위치한 성수1가 1·2동과 성수2가 1·3동, 응봉동 권역이다. 구도심 권역은 민주당이, 초고가 아파트 권역은 국민의힘이 우세다. 자연히 왕십리뉴타운의 표심이 중요해진다.

    경공업지대에서 뉴타운으로

    21대 총선에서 홍익표 민주당 후보는 3개 권역 13개 동에서 상대인 진수희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모두 앞섰다. 20대 총선에서도 홍 후보는 11개동에서 이겼고, 김동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성수2가 1·3동에서만 앞섰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성수1가 1동(57.64%)을 포함해 10개 동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이재명 후보는 왕십리2동과 송정동, 용답동에서만 앞섰다.



    그런데 같은 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독특한 현상이 나타났다. 성동구 전역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는데, 성동구청장에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중·성동갑에 해당하는 13개 동을 정 후보가 석권했다. 센트라스 아파트 주민 이모(46) 씨는 “여기가 민주당 텃밭이라던데, 뉴타운이 생긴 뒤에 입주한 사람들에게는 실속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동네는 오세훈과 정원오를 같이 찍는다”고 했다.

    이를테면 스윙보터 지역이긴 한데, 정당에 귀속되는 투표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왕십리도선동 거주자의 평균연령은 42.9세로 성동구 전체 평균(44.4세)보다 낮다. 한양대 재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사근동(38.4세)을 제외하면 성동구에서 가장 젊은 동네다. 출생연도로 따지면 1981~1982년생에 해당한다. 앞선 세대에 비하면 당파성이 비교적 약한 연령대다. 이곳의 아파트값을 고려하면 비교적 소득이 높은 고학력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다수일 개연성이 크다.

    그렇다 보니 양당이 중·성동갑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남이나 종로와는 또 다른 곳이 성동”이라면서 “유권자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 상세히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돌아다니다 보면 ‘내게 그 공약이 어떤 도움이 되느냐’라고 되묻는 주민이 많다. 특히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가 늘어 보수정당에서도 경쟁해볼 만한 밭으로 바뀌었다”면서도 “결국 학교 신설 등 주민들이 바라는 교육환경 개선 등을 어떻게 선거의 주된 어젠다로 만들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조귀동 정치경제 칼럼니스트는 “과거 경공업지대였던 성동구에는 호남 출신 이주민이 많아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며 “왕십리뉴타운 개발로 화이트칼라 비중이 높아졌는데, 화이트칼라가 민주당 지지층이니 국민의힘에 유리한 밭이라 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번 총선은 대선 당시 지지연합이 붕괴된 민주당이 표를 얼마나 다시 긁어모으느냐의 게임이지, 국민의힘이 확장성을 증명하는 게임은 아니다”라며 “중·성동갑은 이 구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구”라고 했다.

    “재건축 지원 경험 살릴 것” vs “개발 공약 호응 좋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전현희 후보는 “과거에 성동구가 민주당 텃밭이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지역이 발전할수록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면서 “강남을에서 고가 아파트와 중도층으로부터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된 경험을 바탕으로 성수동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특히 성수전략지구(성수동전략정비구역)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큰데, 과거 강남을 국회의원으로서 개포동 일대의 재건축을 실제 지원한 경험을 살려 함께하면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표를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는 “중·성동갑은 오랫동안 민주당이 독점해 왔지만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도 밑바닥에 있다”면서 “다양한 주민 의견을 청취했고,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성동을 이끌어갈 10대 공약을 공개했다”고 했다. 이어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안심 어린이 병원’ 유치라든지, 제2서울숲 조성, 지하철 지선 신설 등 생활 밀착형 공약뿐만 아니라 미래형 첨단산업 밸리와 경제허브 왕십리역세권으로 성동을 동북권 제1의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개발 공약도 호응이 대단히 좋다”고 덧붙였다.

    왕십리뉴타운 바깥 정서는 또 다르다. 이 중 마장동에는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한 도·소매 시장인 마장축산물시장이 있다. 면적이 11만㎡에 달한다. 다른 한편에는 세림아파트와 마장현대아파트 등이 둥지를 틀었다. 세림아파트에서 5분만 걸어가면 청계천에 닿는다. 마장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세림아파트 주민”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래 산 주민이 많다. 청계천이 가깝고 마장역 역세권에 있으면서 왕십리역도 15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시끄럽지도 않아 떠날 생각이 없다. 축산물시장 냄새니 뭐니 하는데, 소 파는 곳에서 냄새가 없으면 그게 말이 되나. 여길 뉴타운으로 만들 것도 아닌데, 개발보다는 편의시설 확충을 약속하면 좋겠다.”

    전 후보는 “어제도 오전에 마장역에서 인사하고 저녁에도 주민들을 뵀다”면서 “마장축산물시장에서 나는 냄새로 인한 민원은 상당히 해소됐지만 여전히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다. 상인들의 경우에는 경기가 안 좋아지다 보니 고민이 많다. 주민과 상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또 “지역주민들이 도서관 등 문화·복지시설을 굉장히 원해 그에 대한 공약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용답동과 마장동에 구도심의 모습이 짙게 남아 있다. 개발에 대해 공감대가 잘 형성된 곳도 있고, 더딘 곳도 있다”며 “개발에 관해서는 찬반 등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데,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민이 원하는 바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에겐 악연이 있다. 2021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윤 후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는데, 당시 권익위원장이 전 후보였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했다.

    전 후보는 “최종 유죄 결정이 나서 윤 후보 부친께서 벌금도 납부했다”며 “이후 차액을 전액 기부했는데, 그 부분은 높이 산다. 훌륭한 아버님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가 책임을 지기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무책임한 일이다. 공직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며 “나는 정권이 바뀐 후 무시무시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권익위원장 임기를 마무리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의원직 사퇴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다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 후보가) 이 문제를 자꾸 언급해 주는 것은 감사한데, 이 사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구태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인 잘못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남의 잘못이라면 부풀려 헐뜯는 전형적인 공작 정치, 모리배 정치는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3~2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중성동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1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 응답률은 10.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전현희 후보 37%, 윤희숙 후보 30%로 집계됐다.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2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성동을… 대변인 박성준 vs 경제통 이혜훈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혜훈 국민의힘 후보. [조영철 기자, 홍중식 기자]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혜훈 국민의힘 후보. [조영철 기자, 홍중식 기자]

    사대문 도심에서 넘어온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평일 오후 5시여서 그렇다. 아우디 남산 전시장 앞. 반대편 차량에 막혀 유턴에 실패한 운전자가 화를 낸다. 퇴로가 막힌 답답함이 그런 식으로 드러난다. 10년 전에는 고가도로가 있던 자리다. 시야를 덮고 상권을 옥죄던 장애물이 사라진 효과는 컸다. 다산로와 동호로가 교차하는 사거리 주위로 활력이 돌았다. 선거에는 전략적 거점 구실을 하게 된다. 사거리를 기점으로 여당 경선 후보 세 사람의 대형 걸개가 삼각구도를 이룬다. 신당역 방향으로 5분쯤 걸어가면 야당 소속 현역의원의 대형 걸개가 보인다. 3월 14일 서울 지하철 3·6호선 약수역 인근 풍경이다.

    약수동, 다산동, 청구동이 약수역을 감싼다. 서울 중구에서 인구 상위 1~3위에 속하는 동이다. 3개 동의 인구 합계(4만2296명)가 중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83%다. 다산동은 다세대주택 밀집지다. 약수동과 청구동에는 남산타운·약수하이츠·신당삼성 아파트가 있다. 3개 동 공히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투표 성향이 특징이다. 중구 표심의 조타수다. 이를 포함해 중구 15개 동과 성동구 금호1가동, 2·3가동, 4가동, 옥수동이 서울 중·성동을 지역구를 구성한다. 성동구 4개 동의 인구 합계는 7만6099명이다. 신축 아파트가 연신 들어선 결과다. 중·성동을의 승자가 3호선 라인에서 결정된다는 얘기다.

    중·성동을 선거구로 획정된 후 치러진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양당이 한번씩 승리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상욱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8.3%포인트 차로 이겼다. 중구 단독 선거구 시절 열린 일곱 차례 총선(제13~19대)에서는 민주당 계열이 네 번, 국민의힘 계열이 세 번 이겼다. 민주당에선 박성준 후보가 정호준 전 의원을 꺾고 공천장을 따냈다. JTBC 아나운서를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당 대변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3선 의원(서울 서초갑)을 지낸 이혜훈 후보가 하태경·이영 후보와 벌인 3자 경선을 뚫고 공천을 받았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했다.

    남산 고도 제한이라는 쟁점

    여느 구도심이 그렇듯 중구에도 재개발·재건축은 주요 쟁점이다. 약수역 인근은 남산으로 인해 고도지구 제도가 적용된다. 고도지구는 건축물 높이의 최고한도를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올 초 서울시는 중구 필동(12→20m)·장충동(20→28m)·약수역 일대(20→32~40m), 중구 다산동·회현동·용산구 이태원동(12→16m) 높이 제한을 완화했다. 주민 사이에는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편의시설 구비 등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약수시장 골목에서 만난 여성 최모(72) 씨는 자신을 “약수역과 청구역 인근에서만 20년을 산 주민”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부연했다.

    “여당도 찍어보고 야당도 찍어봤다. 정대철·나경원처럼 유명한 국회의원도 있었고, 정진석 의원이 출마했을 때(19대 총선)는 배우 이영애도 이곳 약수시장에 와서 유세했는데 그 장면도 봤다. 그런데 힘 센 정치인이 온다고 천지개벽시킬 수는 없는 동네가 여기다. 고도 제한 때문에 단번에 성동구처럼 바꿀 순 없다. 무턱대고 개발하자는 공약을 나는 이제 안 믿는다. 중장기적으로 이곳을 어떻게 정비하고 개선할지 제시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다산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도 “신당 9구역(서울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 인근) 계획이 나온 걸 보면 최고 7층이다. 흔히 생각하는 대단지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남산 고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공약도 다른 지역과는 좀 다른 형태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박성준 후보는 “남산 고도 제한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쉽지 않아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상황이다. 일부 고도 제한이 완화됐지만 주민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어서 고도 제한 완화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혜훈 후보가 있던 서초구와 달리 중구에는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부터 남산 경관 보호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한두 달 만에 뚝딱 만들어 밀어붙이는 얼치기 개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혜훈 후보는 “주민이 (재개발·재건축을) 원하면 해드리는 게 국회의원이 할 일로, 경제통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남산 고도 제한은 현시점에서 철 지나고 낡은 규제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일을 더 열심히 하면 (고도 제한도) 풀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서울시장과 구청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도시에 대한) 철학이 같다. 그런데 생각이 다른 국회의원이 있어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주민이 바꿔주셔야 한다”고 부연했다.

    교육 여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중구는 평균연령이 46.4세로 서울시 전체(44.5세)보다 높다. 그중에서도 약수동, 다산동, 청구동, 신당5동의 평균 연령은 각각 48.8세, 47.2세, 47.4세, 46.0세다. 오래 거주한 토박이가 많다. 이와 동시에, 도심 접근성이 좋고 교통 편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 매매·임대가로 30·40대 직장인이 꾸준히 유입됐다. 다만 학교와 보육 관련 시설이 적은 점에 불만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다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보람(37) 씨는 “언론에서는 이곳도 한강벨트라고 표현하던데,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 중구에서는 한강이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다산동이나 약수동에 연세 있는 분이 많이 사는데, 그렇다 보니 병원 대부분이 한의원이나 정형외과다. 소아과는 1~2개라서 급할 때는 성동구로 간다. 소아과 늘리는 게 국회의원의 일은 아닌 걸 알지만 한강벨트 같은 얘기보다는 그런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 지금대로라라면 오래 살고 싶지만 아이는 못 키울 곳이다.”

    같은 지역구이지만 성동구에 속한 금호2·3가동 아파트 주민 홍모(49) 씨도 “도로가 깨끗하고 생활 만족도가 높지만 자녀가 초등학교에 갈 즈음이나 중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사를 고민하는 이웃이 많다”면서 “몇 년째 반복되는 문제”라고 했다.

    박 후보는 “중구, 성동구에 아이들이 운동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체육 시설이 부족하다. 중구청소년수련관과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재건축해 문화·체육 시설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또 “성동 지역에 중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또 주민들의 교육 수요 충족을 위해 자율형 공립고 전환도 추진하겠다”면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으로 바뀌면서 돌봄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중구형 돌봄 정책을 위한 법적 기반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돌봄 서비스부터 대폭 확충해야 한다. 소아과 시설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정부가 지원하고 구청이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여건의 경우 신설이나 병설 또는 설립 목적 변경 등의 방법을 이용해 옥수·금호동에 여고를 만들겠다”며 “영어 원어민 선생님들을 한 학교당 한 명씩만 배치해도 교육 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당내에서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경선 캠프 국가미래전략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총선에 부여하는 의미에도 아득한 거리감이 보인다.

    박 후보는 “이번 총선 민심의 기류는 정권 심판”이라며 “윤석열 정권 2년 동안 물가는 폭등하고 공정과 상식은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퇴행을 거듭했다”고 했다. 이어 “재선의원이 되면 (윤 대통령이) 상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민생 법안부터 대통령 측근을 수사하고 각종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법안까지 재추진해 실추된 정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정권”이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는 반(反)시장에 의존해 경제를 역주행시키면서 집값을 2배 이상 올려 서울에 살고 싶은 젊은이와 서민을 서울 밖으로 내쫓은 정권”이라고 했다. 이어 “서민의 삶을 고통으로 몰았던 정권이 검찰 정권 같은 정쟁 구호를 내건다고 해서 잘못이 가려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JTBC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5~26일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서울 중성동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에게 100%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1.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박성준 후보 45%, 이혜훈 후보 36%로 집계됐다.

    광진갑… 새 인물 이정헌 vs 토박이 김병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 [지호영 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 [지호영 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아차산은 삼국시대에 전략적 요충지였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여서 그렇다. 아차산 자락 아래로 야트막한 주택가가 펼쳐져 있다. 절경이라기보다는 무색무취하다. 비슷한 형태의 건물이 오밀조밀 그득하다. 누구 하나 튀지 말자고 약속이나 한 듯싶다. 이따금 보이는 옥탑방이 세월의 흔적을 웅변한다. 패스트푸드 체인과 커피전문점이 채운 상권에 활기가 돌지만 무언가 정체된 인상이다. 아차산으로 인해 개발이 묶인 결과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5번 출구 인근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광경이다.

    아차산역을 기점으로 중곡4동과 구의2동이 붙어 있다. 두 곳을 포함해 중곡 1~3동과 능동, 광장동, 군자동이 서울 광진갑 지역구를 구성한다. 1995년 광진구가 성동구에서 분구(分區)된 이래 치러진 일곱 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다섯 번, 국민의힘 계열이 두 번 당선된 곳이다. 민주당에선 JTBC 앵커 출신의 이정헌 후보가 결선 끝에 공천장을 따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병민 전 최고위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광진갑에서 보수세가 가장 강한 곳은 광장동이다. 광나루역을 기점으로 아파트 단지와 좋다는 학군이 몰려 있는 동네다. 노원구 중계동과 더불어 ‘강북 대치동’으로 불린다. 이곳에 자리 잡은 워커힐아파트는 강북권의 원조 부촌으로 꼽힌다. 21대 총선에서 김병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40.60%를 득표해 전혜숙 민주당 후보에게 13.08%포인트 차로 패했다. 한데 광장동에서는 50.07%를 얻어 과반 득표를 했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진구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57.16%)한 곳도 광장동이다.

    중곡동 살리기

    인구수로만 보면 중곡동의 위상이 남다르다. 2월 기준으로 중곡 제1~4동 인구 합계가 7만8878명이다. 광장동(3만3949명)의 2.3배다. 지난 총선 당시 중곡1동에서 1·2위 후보 간 득표율 차는 18.53%포인트였다.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중곡 제1~4동에서 앞섰다. 다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격차는 3.29%~6.12%포인트였다. 양당 간 격차가 줄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중곡 제1~4동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다. 중곡동에 주요 거래처가 있는 광장동 주민 황모(69) 씨가 말했다.

    “중곡동은 먹자골목도 있고 아차산도 가까울 뿐 아니라 어린이대공원도 끼고 있어 살기 좋다. 광장동에 광남중·고가 있어 학군이 좋지만, 중곡동에도 대원외고가 있다. 다만 상당수가 재래식 건물이라 개발의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는 주민의 바람이 크다. 광장동은 그나마 나중에 개발됐기 때문에 거리가 깨끗하다. 중곡동도 변화할 여지가 있는데, 아차산 쪽이 딱 묶여 있다.”

    중곡동 표심은 이번 총선에서도 변수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정헌 민주당 후보는 “광진갑의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강력한 야당, 유능한 민생 정당이 되길 바랐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국회에 들어가 전문 분야인 언론개혁을 시작으로 선명 야당의 모습을 보여 지지자들을 결집하겠다”고 했다. 이어 “중곡동 주민의 숙원인 노후 주거지 개발에 관한 공약과 중곡동 인구의 대부분을 이루는 서민들의 현실을 반영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겠다”고 덧붙였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는 “중곡동은 내가 태어난 곳이자 초·중·고교를 졸업한 동네다. 1970년대만 해도 토지구획정비 사업으로 만들어진 그 나름의 신도시였고, 1980~90년대에는 평범한 중산층 동네였는데 20년간 발전이 없다 보니 주거 여건이 낙후됐다”고 했다. 이어 “평생 민주당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무소속으로 있는 6선의 추윤구 광진구의회 의장(중곡 1~4동)이 내 후원회장을 맡았다”면서 “내가 중곡동 발전에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자역 4번 출구로 나와 1분쯤 걷다가 LG전자 베스트샵을 끼고 왼쪽으로 꺾으면 낡은 주택가와 공중선이 눈에 들어온다. 군자역 지척에 있지만 행정상으로는 중곡2동이다. 용마초등학교가 자리한 곳이다. 희끗한 머리칼의 등하교 도우미와 각종 학원 및 태권도장 차량으로 골목이 분주하다. 그 틈새로 으○, 한○○, 금○○, 까○, 열○ 등의 이름을 단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보인다. 대개 아파트는 후순위 매물이다. 빌라나 원룸, 오피스텔 임대가 주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중곡2동에서 1인으로 이뤄진 세대의 비중은 49.69%다.

    중곡동과 군자동에 있는 매물을 주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원룸과 빌라 임대가 중심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5호선 타고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아파트 하나 문의 받는다고 적혀 있는데, 광진구가 아니라 성동구에 있는 아파트”라고 했다. 그에게 ‘양당 후보 중 누가 지역 발전에 적임자인가’라고 묻자 “이정헌은 유명 언론사 출신이고 신선해서 기대되고, 김병민은 중곡동 토박이여서 지역 사정을 잘 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아직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고 했다.

    달빛어린이병원 vs 시립어린이 전문병원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광진갑에서 또 다른 선거 쟁점은 보육이다. 김 후보는 서울시립 어린이 전문병원 유치를 공약했다. 그는 “아이들이 열이 나거나 아플 때 ‘응급실 뺑뺑이’ 하며 심각한 사고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까이에 전문병원이 있어야 한다”며 “오세훈 시장에게 이미 건의했고 시립어린이 전문병원 유치를 위한 서울시 공모에 광진구도 응모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내년이면 광진구청 신청사가 개청하는데, 기존 청사 부지에 시립어린이 전문병원을 유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역시 “소아 환자가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시립어린이 전문병원은 서울시가 강북에 설치하려다 백지화돼 논란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기약할 수 없는 공약 대신, 24시간 소아전문의가 상주하는 소아응급의료센터와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설치하겠다”며 “광진구 소재 대학병원과 협의해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하고, 관내 소아과 의원들의 협조를 구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두 후보 모두 지난 대선 당시 각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후보는 김 후보를 두고 “대선에서 ‘윤석열의 입’을 자처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잇따른 외교 참사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고 민생과 경제를 파탄냈다. 역사의 시계를 100년 전으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나는 대선 대변인뿐 아니라 비상대책위원을 두 번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으로도 일했다”며 “누군가의 입이 돼 줄 서거나 기댄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야말로 ‘이재명의 입’ 내지 ‘친명계’ 등의 얘기를 하는데, 지역 주민의 삶과 괴리된 메시지는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광진을… 文의 대변인 고민정 vs 吳의 부시장 오신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 [지호영 기자, 박해윤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 [지호영 기자, 박해윤 기자]

    원룸과 빌라, 작은 교회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어지러이 엉킨 공중선이 건물과 건물을 잇는 연결고리 같다. 3층짜리 다세대주택 한 구석에서 뿌연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검은 정장에 앞머리에는 헤어롤을 말고 삼색 슬리퍼를 신은 20대 여성이다. 이날 채용 면접을 앞두고 있지 않을까 어림짐작할 뿐이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주민센터 인근 언덕길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화양동은 젊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화양동 거주자의 평균연령은 37.3세다. 서울(44.5세) 및 광진구(43.9세) 전체 평균연령보다 또렷이 낮다. 한데 지난해 화양초등학교가 폐교됐다. 자녀를 키우는 부부보다 1인가구가 많아서다. 화양동 1만8252세대 중 1만5113세대(82.3%)가 1인으로 이뤄져 있다. 인근 대학교 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다수다. 걷다 보면 열 중 서넛은 대학교 학과 점퍼를 입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20·30세대의 도시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화양동 현대마트 한영복(68) 사장의 말이다.

    “과거에는 화양동이 번화가였다. 건국대, 세종대도 있고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지금은 1인가구 위주로 바뀌고 청담대교 건너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다. 살림살이하는 사람들은 거의 떠났다. (손가락으로 선반을 가리키며) 나도 물건을 많이 뺐다. 젊은 사람들이 와서 물건 사가는 일이 없다. 주로 배달해서 사 먹으니까. 저녁이면 오토바이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살림살이하는 사람들이 살고 애들도 많을 때는 사람 사는 맛이 났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다 떠났는데 오히려 땅값은 더 올랐다.”

    화양동은 서울 광진을에 속한다. 1995년 광진구가 성동구에서 분구(分區)된 이래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구다. 민주당에서는 최고위원인 고민정 후보가 재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재선의원(서울 관악을)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오신환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4년 전 화양동은 고 후보의 든든한 뒷배였다. 제21대 총선에서 고 후보는 화양동에서 광진을 7개동 중 가장 높은 득표율(54.96%)을 기록했다. 제20대 총선 당시에도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7개동 중 가장 높은 득표율(55.14%)을 올린 곳이다.

    화양동 유권자의 변심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기류가 달라졌다. 화양동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6.68%)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37.31%)의 득표율은 서울 전체 표심(오세훈 57.50%, 박영선 39.18%)과 흡사했다. 이듬해 열린 제20대 대선에서 격차가 줄었으나(이재명 45.64%, 윤석열 49.10%) 같은 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송영길 40.68%, 오세훈 55.63%). 다만 2021년 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를 밑돌았다.

    건국대를 졸업한 김모(28) 씨는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후보가 약해 보여 투표하지 않았다. 보수화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고려해 투표율이 70%를 웃돌고 양당 후보가 접전을 펼친 21대 총선과 20대 대선만 살펴보자. 아파트 단지가 있는 구의3동과 자양3동에선 국민의힘이 강세였다. 민주당은 주택가 및 소규모 상가 중심의 구의1동과 자양전통시장이 있는 자양1동에서 우세했다. 유독 화양동 유권자만 변심했다. 스윙보터 성향이 강한 20·30세대의 거주지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화양동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고민정 민주당 후보는 “지난 4년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동네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화양동이다. 화양제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맥주 축제도 열었고, 시설 개선 사업 등을 위해 예산도 많이 투여했다”며 “화양제일시장과 인근 골목형 상점가를 위해 우리 당 구의원들과 논의 후 조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 “화양초등학교 자리에 싸피(SSAFY·삼성청년SW아카데미)를 유치하고 월세 지원 확대와 청년 희망통장 등의 공약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화양동 골목길에서 만난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는 “화양동의 1인가구 비중은 80%를 넘고, 특히 20·30대 젊은층이 많다. (지역구 의원으로) 관악구 고시촌과 흡사하다”면서 “청년이 무엇에 어떤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주된 이슈”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도시,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1인가구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이 주거 안정에 집중하면 결국 (젊은 층의) 표심이 작동하리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모두 자양사거리에 있다. 자양전통시장을 기준으로 양당이 양옆으로 진을 친 모양새다. 광진구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정치권 인사는 “자양사거리는 광진구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요충지”라고 말했다. 지상 철도가 내는 굉음, 적지 않은 교통량, 다소 혼잡해 보이는 공중선,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맥도날드가 특징인 거리다. 구도심 특유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이를 고려해서인지 두 후보는 선거사무소 앞 대형 걸개에 “내일이 더 기대되는 광진”(고민정), “광진의 가치가 커집니다”(오신환)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고 후보는 “구의역 KT부지 첨단업무복합단지 개발의 경우 임기 중 기공식을 열었고 마무리 단계다. 또 노룬산시장 주차장 예산 157억 원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어린이대공원 근처에 생긴 대규모 아파트의 인프라 마련을 위해 공중선 정비와 초등학교 시설 개선에도 나섰다”고 했다. 덧붙여 “지하철 2호선 지하화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거기에다 SRT를 강변역까지 끌어와 메가 교통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오 후보는 “광진구의 가장 큰 문제가 주차장이라고 하는 (고 후보의) 인식이 이해가 안 간다. 물론 주차 문제가 있다. (그런데) 주차 문제는 어느 지역 어느 곳에나 있다”면서 “그보다는 광진구라는 도시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으며, 이곳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꼬리 잡는 건 아닌데, 사실 좀 놀랐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단지의 정치학

    자양사거리에서 잠실대교 방향으로 약 200m쯤 걸어가면 동서울우편편집국이 있다. 이곳 뒤편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고 있다. 이미 완공돼 입주가 시작된 신축 아파트도 적지 않다. 표심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아무래도 보수세가 강해질 개연성이 크다.

    고 후보는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보수세가 강해졌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정치인이 자기 표를 생각해서 해야 할 개발을 막거나 더디게 하는 건 정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내가 극복하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했다. 이어 “그것이 민주당 내에서 저와 저보다 위 세대인 586 정치인들의 차이”라며 “소상공인 문제나 4차 산업혁명을 보는 시각도 달라 당내에서도 의견 충돌이 적지 않다”고 했다.

    오 후보는 “(광진구 아파트값이) 개발을 통해서 오른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부동산 정책으로 말미암아 ‘역작용’에 의해 오른 것”이라며 “오히려 서민들이 바깥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이어 “1989년 건국대에 다녔는데, 30년 넘는 세월 동안 길 건너 성동구는 천지개벽했고 광진구는 정체됐다”며 “장관·당대표·유명 정치인을 배출했지만 우리 주민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고 후보는 윤석열 정부를 두고 “폭주하고 있다”는 표현을 쓴다. 오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황1실장과 정무수행실장으로 일하며 윤석열 후보를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고 후보는 “공군 1호기 민간인 탑승,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정한 수사 촉구,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윈회 위원장 탄핵 등 윤석열 정부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오 후보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일 뿐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이던 고 후보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면서 “그 점은 망각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만 이야기하는데, 180석 가까운 거대 야당에 대한 국회 권력 심판의 의미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렇듯 두 후보의 맞대결은 언론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많다. 고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오세훈 후보(현 서울시장)에 2746표차(2.55%포인트)로 앞서 국회에 입성했다. 오 후보는 오세훈 시장의 임명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했다. 광진을 선거를 두고 대리전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공천 결과를 보면, 고 후보가 국회에 재입성할 경우 친문재인계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 후보가 국회로 귀환하면 오 시장의 대권가도를 돕는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광진을의 성패가 주목받는 이유다.

    뉴스1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24~25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에게 100%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13.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고민정 후보 44%, 오신환 후보 3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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