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여전히 낮아
현역 자르고 친명 심은 민주당 공천 후과
‘의료 대란’ 일어난다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딜레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해윤 기자]
초반에는 구도와 인물을 주로 살펴봤다. 구도에 관해서 유권자들은 대체로 ‘미워서’ ‘좋아서’ ‘필요해서’ 후보를 선택하지만 이 중에선 ‘미워서’의 힘이 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40% 정도 보낸 시점에서 실시되는 총선은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을 중간 평가하기에 딱 적절한 시점이고, 야당이 제일 기대하는 구도다. 하지만 ‘심판 구도’가 여당에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회 다수당은 민주당이고 “게다가 총선 때까지 현 지도부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민주당 대표는 직전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기 때문”이다.
총선은 정부와 여당 국정 운영 중간평가?
“현재 민주당은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여전히 힘자랑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면 국민들이 심판을 덜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입법부, 국회는 늘 인기가 없게 마련인데 국회 전체에 대한 심판과 평가는 민주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 ‘국회 심판=민주당 심판’의 등식도 성립할 수 있다. 여당과 대통령실이 제일 기대하는 것이 이 지점이다. 이렇게 보면 구도, 즉 ‘미워서’의 힘은 현재로선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이 예측은 현재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물은 어떨까.
“다수당인 민주당과 소수당인 국민의힘의 장단점이 정반대로 엇갈린다. 민주당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문제고, 국민의힘은 총선에 내보낼 자원이 부족한 게 문제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워낙 크게 이겨 현역의원이 너무 많다. 게다가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선 압승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선 참패하는 바람에 준(準)의원급이라고 자부하는 전직 단체장들이 현역 국회의원보다 더 많이 전국에 깔려 있다. (…) 제왕적 총재라고 불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공천 관리가 어려울 텐데 임기를 채우느니 마느니 하는 현 지도부엔 더 어려운 과제다.”
1년 전 예측보다 현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안 그래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하게 많은데 이재명 대표가 경쟁력 있는 현역의원들을 거칠게 잘라내고 이른바 친명 인사들을 억지로 심어 넣으면서 공천 파열음이 커졌다. “여당은 인물난”이란 예측도 맞았다.
“국민의힘의 경우 ‘바람이 불거나 후보가 좋으면 해볼 만한 지역’을 지키는 사람이 너무 빈약하다. 특히 수도권이 그렇다. (…)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일부 인사들은 6·1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 쪽으로 빠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전(前) 의원’ 명함도 없이 그냥 구청장도 낙선하고, 의원도 낙선하고, 낙선이 경력인 당협위원장이 수두룩하다. 대통령실, 검사 OB들이 낙하산 타고 올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긴 한데, 그 사람들이 ‘해볼 만한 지역’에 뛰어들면 고맙겠지만 들리는 이야기론 서울 강남, 영남권에 몰린다고 한다.”
이 같은 분석은 공천 과정에서 입증됐다. 한동훈 체제 출범 이후 구심력이 강화되면서 질서 있는 공천이 진행되긴 했다. ‘검사 OB’들의 경우 여당보다 오히려 야당에서 눈에 띈다.
여당의 이런 인물난 탓에 2023년 7월호에서 몇몇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친윤 핵심 중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중진급 의원들의 용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면 상징적 효과가 클 수 있다. 하지만 물갈이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수도권이나 충청권에는 끌어내릴 중진 의원조차 없고 영남권에서 물갈이가 매끄럽지 못하면 낙하산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 그래서인지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 시나리오와 함께 언급되는 인물이 무소속 양향자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다.”
이 예측은 일부만 맞았다. 장제원 의원 이후 눈에 띄는 인물이 용퇴하지 않았고, 조정훈 의원은 여당에 합류해 서울 마포갑에서 공천을 받았지만 양향자 의원은 개혁신당으로 경기 용인갑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동아DB]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강서구청장 선거 대승으로 기세를 높인 민주당은 실제로 구심력을 강화하고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했다. 반면 국힘의힘은 당직 개편, 혁신위 등의 ‘질서 있는 쇄신’ 시도가 실패한 끝에 혁신에 내몰려 한동훈 체제를 출범시켰다.
해가 바뀐 2024년 새해 벽두, 총선을 100일 앞둔 날 원내 제1야당 당수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터졌다. 그 직후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막론하고 이번 범행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의 신변 사항이 드러나기 전부터 적대와 혐오의 정치 행태, 분노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번 테러의 토양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정치권에서, 특히 거대 양당에서 동시에 나온 자성과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고 다시 격렬한 이전투구로 돌아서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이번엔 워낙 큰 사건이 양당 공관위가 출범한 시점에 발생했기 때문에 최소한 총선 공천 때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이재명 대표 피습 직후, 정치권 관계자들은 다들 말을 아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피습으로 이 대표가 정치적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먼저 주 2, 3회씩 잡혀 있는 재판이 자연스럽게 순연되고, 특히 총선 전 선고 가능성이 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재판이 밀리게 된 것. 무엇보다 박근혜와 레이건처럼 테러 피해자인 이 대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봤다. 이후 상황은 애매하게 흘러갔다”고 짚었다.
친명계 안민석, 정청래 의원 등의 신중치 못한 발언과 더불어 “이 대표가 애초 후송됐던 부산대 병원에서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응급 수술을 받는 전후 과정에서 조치와 메시지가 매끄럽지 못해 때 아닌 특권 논쟁이 벌어진 게 결정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정치테러 피해자인 박근혜, 레이건과 달리 이재명 대표는 별다른 정치적 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부산·경남 지역 지지율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3지대’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앞에는 “고귀한 인물이 온갖 고난을 겪고 그 신분을 잃을 위험에 처하지만 결국 자기 자리를 되찾는다는 스토리”인 ‘귀환의 오디세우스 서사’와 고귀한 인물이 고난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창업과 건국의 주몽 서사’라는 갈림길이 있다고 했다. 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심판하겠다며 ‘진짜 보수’와 ‘진짜 민주당’의 깃발을 드는 것이고, 후자는 ‘양당 체제 극복과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제3정당’의 깃발을 드는 것이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주몽 서사’를 선택했지만 금방 갈라졌다. 힘겹게 ‘주몽 서사’를 지키고 있는 이준석 대표도, ‘오디세우스 서사’로 돌아선 이낙연 대표도 모두 악전고투하고 있다.
설 연휴를 전후해선 현재 한국 정치판 태풍의 눈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해 살펴봤다.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언행이 안정적이고 깔끔한 데다 정치 신인답지 않게 대중 앞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이준석 전 대표 및 일부 인사 탈당 시점과 한동훈 체제 출범 시점이 겹치면서 탈당 후폭풍이 최소화됐다. 유승민 전 의원조차 당 잔류를 선언했다.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만 중량감 있는 공천 탈락자 중 개혁신당에 합류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나 전임자 김기현 전 대표에 비해 한 위원장이 중도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확장력도 강하다. 파국 일보 직전까지 갔던 대통령과의 갈등이 수습된 이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인식 차는 여전한 것 같지만 총선의 이니셔티브는 용산에서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 지지율은 과거 박근혜 비대위원장 수준으로 높고, 예비 후보들의 현수막과 프로필 사진에는 대통령 얼굴보다 한 위원장 얼굴이 더 많이 눈에 띈다”고 짚었는데 이런 현상은 더 강화되는 것 같다.
“특히 전략 부분에서 전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 확실히 눈에 띈다”면서 한동훈의 한강벨트 집중 전략을 주목했다. “영남이나 서울 강남이 아니라 한강에 그어진 전선의 효과는 다층적이다. 일단 메시지와 전략이 중도화된다. 전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게 되고, 중원을 상대방에게 내주게 마련이다. 가운데서 치열하게 싸우면 후방의 강성 지지층도 전방을 주시하고 응원하면서 중도화 전략을 용인하게 마련이다. 또한 한강 전선이 주목받자 공천의 숨통도 틔는 모양새다. 눈치를 보다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원모 전 비서관과 박진 전 장관은 물러섰고, 영남권에서도 중진급 현역의원들, 용산 출신 원외 인사들의 연쇄적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살펴본 것은 이후 한 달 동안 진행형이다.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전선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재명과 원희룡의 ‘명룡대전’의 무대인 인천 계양을 주변이 그렇다. 계양갑에는 이재명의 사법연수원 멘토이자 의식화 멘토였던 민주당 출신 최원식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간판으로 나섰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의 컷오프로 난전이 벌어지는 인근 부평을에도 민변 출신 이현웅 변호사를 출전시켰다.
총선 투표일 전 막판 변수 돌출 가능성
최근 1년간의 여정에서 전혀 짚어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조국혁신당’의 등장이다. 조국 전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총선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본인이 당대표가 돼서 당을 만들고,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괄목할 만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다.선명하고 몸이 가벼운 조국혁신당이 공천 파동, 진보당 등과 강성 세력과 비례연합 정당 구성 등으로 주춤거리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흡수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지민비조’ 기조로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고 공천 파동으로 원심력이 흔들리는 민주당 역시 일단은 조국혁신당의 손을 잡고 있다. 하지만 양당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관계에 놓여 있다. 더욱이 조국혁신당은 야권 전반의 중도확장성을 제약하는 존재다. 따라서 본격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런 연대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총선 여정의 여러 예측과 실제 전개를 되돌아봤다. 앞으로 4월 10일 22대 총선 투표일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 막바지는 큰 변화와 역동성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신동아 4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