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불확실성 증가 시기, 가성비 좋은 아파트 노려라”

[긴급진단 | 2025 한국 경제를 말하다] 2025 부동산 전망과 실수요자 대처법

  •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입력2024-12-26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금리인하와 대출 규제 간 시소게임 양상

    • 7월부터 시행되는 DSR 3단계가 복병

    • 지역과 상품 따라 차별·양극화 심화

    • 급매물, 분양가보다 싼 매물에 접근할 것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 중심으로 짒값이 오르는 현상이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뉴스1]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 중심으로 짒값이 오르는 현상이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뉴스1]

    2025년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둘러싸고 정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소추 청구를 인용하면 대통령선거가 다시 치러질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규제 혹은 규제 완화 수위를 결정하는 정치권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치 변수를 제외하곤 대체로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다만 상승이나 하락 한 방향만 가리키지는 않는다. 기준금리가 낮아져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겠지만 하반기에는 막강한 대출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주택시장에선 입주 물량 감소로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가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집값이 크게 내리지도 오르지도 않는 박스권 양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는 타이밍을 재기 쉽지 않으므로 실수요자라면 가격 메리트를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상가, 빌딩, 원룸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은 차별화가 극심해질 수 있다. 2025년 시장의 주요 변수와 트렌드, 실수요자의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M2 증가율 갑자기 높아지면 강력한 집값 상승세

    2025년 부동산시장은 금리인하와 대출 규제 간 시소게임 양상이 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2025년에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낮아진다. 금리인하는 금융비용 감소로 투자수익률이 높아지고 물가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부동산에 유동성이 그만큼 공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참여자도 많아지므로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하지만 2025년 7월 강력한 대출 규제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그것이다. 두 금융 변수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수영장 한쪽에서는 더운물을, 다른 한쪽에서는 찬물을 주입하는 꼴이어서다.

    금융 지표 중에서는 광의통화(M2·현금 같은 협의 통화에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등 저축성 예금을 포함한 통화량)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M2 증가 속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대도시 아파트값은 M2 증가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논문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9월 현재 M2는 4078조 원가량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늘어났다.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넘칠 정도는 아니다. 집값이 급등한 과거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 당시 M2가 연평균 10% 정도 증가했다. 지금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지 않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심하게 앓은 일본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도 M2가 급증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아베 노믹스(아베 신조+economics)로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을 때의 일본 집값을 보자. 아베 노믹스는 일본의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시절(2012년 12월~2020년 9월) 시행된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이 기간 일본 M2는 35.3% 증가했다. 그 이전 8년간 M2 증가율(19%)보다 큰 폭(1.8배)으로 늘어난 셈이다. 통화량 증가는 곧 집값 상승과 연결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아베 내각 시절 일본 주택 가격은 16.3%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 18.8%(KB부동산 기준)에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이전까지 일본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강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2025년 M2 증가율에 주목해야 한다. M2 증가율이 갑자기 높아지면 집값도 그만큼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2025년에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동아DB]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2025년에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동아DB]

    초양극화의 서막인가

    2025년 부동산시장은 지역과 상품에 따른 차별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일단 지역 양극화는 2024년 못지않게 두드러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5년 수도권 주택 가격이 1% 상승하겠지만 지방은 2%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은 2025년 0.8% 하락 폭(예상치)보다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2025년 수도권 주택 가격은 1% 상승, 지방은 보합으로 전망했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 중심으로 오르는 현상이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지역 간 탈(脫)동조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지방 주택시장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전국의 80%에 달하는 데다 핵심 수요층인 젊은 인구의 유출, 지역경제 위축 등이 겹쳐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25년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지방 주택시장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지방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출 규제보다는 금리인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의 부동산시장 침체는 구조적 문제여서 2025년에도 수도권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요즘은 서울에서도 강남·북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지역과 자산 양극화를 부르는 셈인데, 초양극화가 본격화한 게 아닌가 싶다.

    전세 시장은 다소 불안해질 수 있다. 전세는 투기 수요가 없고 당장 실수요를 반영하므로 입주 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입주량은 26만4000여 가구로 전년보다 10만 가구 정도 줄어든다.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입주 물량이다. 전세 시장에선 공급 감소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더욱이 전세 대출은 변동금리가 주류를 이뤄 금리인하 시 고가 주택 전세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전세 가격이 불안해지면 매매시장도 덩달아 불안해지고 갭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서울 지역 아파트 기준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60%를 넘어서야 한다. 2024년 11월 현재 54%이다. 즉 60%를 넘어서면 전세 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으므로 이 수치 역시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게 좋다.

    ‘아파트 압축 거래’ 심해진다

    2025년 아파트는 그나마 거래가 되겠지만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은 활성화하기 어렵다. 실제로 2024년 1~8월 5대 광역시(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주택 매매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86.2%에 달했다. 아파트 매매 비중은 2020년 75.7%에 불과했으나 2023년 84.7%로 늘어났다. 아파트만 압축 거래 현상이 갈수록 심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MZ세대 사이에서 아파트 편식 현상이 강한 것과 맞물려 있다. 도심 아파트 키즈인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토지나 상가에 관심이 없다. 아파트와 부동산을 동일시할 만큼 아파트만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아파트 거래 쏠림현상은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파트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재고량 대비 거래 회전율이 더 높다. 아파트를 준(準)금융상품 혹은 유사 금융상품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에서 투자수익률 못지않게 환금성의 가치가 중요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투자 자산 시대에선 팔리지 않으면 그 가치는 절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파트 거래가 많다는 것은 재고 물량이 많은 데다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뜻한다. 아파트가 전체 주택 중 64.6%에 달할 만큼 일반적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보다 20년가량 앞서간다는 일본에서도 아파트 거주 니즈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자를 대상으로 거주 의사를 물었더니 1980년에는 ‘계속해서 아파트 살겠다’고 답한 사람이 21.7%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 2013년에는 절반을 넘더니(52.4%), 2018년에는 62.8%에 달했다. 일본은 이미 20년 전인 2005년에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선 초고령사회에서도 아파트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얼죽신’ 트렌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신축 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 낡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 주택시장의 주력 세대로 떠오른 젊은 세대의 신축 선호 추세도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낡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 신축 오피스텔을 찾을 정도다. ‘얼어 죽어도 신축 주택(아파트)’이라는 측면에서 ‘얼죽신’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요즘 세대는 풍요로운 시절에 태어나 주거 만족의 준거점이 기성세대보다 높다. 둘째, 현재주의적 가치관도 한몫하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의 욜로(YOLO)나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 지배적 정서다. 셋째,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골프 연습장, 수영장, 헬스장 등)이 크게 좋아지는 점도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넷째, 요즘 젊은 세대에게 집은 콘크리트 쉼터이자 힐링 공간이다. 코로나19 이후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개념의 ‘홈코노미’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홈코노미는 집 안에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다.

    이런 신축 쏠림현상을 고려해 본다면 준공(입주) 물량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택의 재고량 못지않게 질도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신축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빌딩은 법인(가족법인 포함)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덜 받는다. 금리가 인하되면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비강남권 빌딩은 경기침체로 수혜를 그만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꼬마 빌딩 매입, 100개 이상 보고 결정해야

    많은 고객을 만나보면 꼬마 빌딩을 원하는 사람 대부분은 강남권, 그중에서도 강남구다. 강남권 이외 지역에선 요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는 성수동이나 용산, 젊은이 거리인 홍대 부근을 선호한다. 빌딩은 아파트보다 지역 편식 현상이 심하다. 꼬마 빌딩에 대한 로망은 주로 강남권이나 준강남권에 그친다. 저성장 시대이니만큼, 임차인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꼬마 빌딩일수록 알짜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100개 이상의 매물을 봐라. 여러 루트를 통해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보는 것이 좋다. 그사이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고르는 안목도 생길 것이다.

    상가주택이나 원룸주택 시장도 금리인하로 거래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빌라 전세 사기 트라우마로 과거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긴 어렵다. 주위를 돌아보면 수익형 부동산보다 배당 ETF에 투자하겠다는 은퇴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은퇴 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은 좋으나 충분한 시장조사를 한 뒤 결정해야 한다. 자금 조달 계획도 넉넉하게 짜야 한다. 빌딩을 매입하면 예상치 못한 수리비 등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2025년에 내 집을 꼭 장만해야겠다면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매입가를 최대한 낮추라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론 급매물과 시세보다 싼 신규 분양을 노리는 투트랙으로 접근하길 권한다. 기존 매매시장의 경우 서울은 고점 대비 10~15%, 수도권과 지방은 20% 이상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를 하는 것이 좋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인정하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비싼 곳은 신중해야 한다.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입지 못지않게 소비의 구조적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한때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안전 상품이었지만 요즘은 소비의 디지털화, 내수경기 위축으로 공실이 속출한다. 그나마 아파트는 수요가 튼실하다. 주택시장의 유효수요인 가구수가 2042년까지 늘어나는 데다 젊은 세대가 주거 공간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주 큰 부자가 아니라면 부동산 투자는 아파트 중심으로 설계하는 게 좋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