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황, 허사비스…각기 다른 관측
AI가 인간 지능 뛰어넘나? 시간문제일 뿐
“사람보다 로봇 많아질 것…모든 필요 충족”
AI는 또 다른 ‘핵무기’, 통제 중요한데…
“일자리 늘린다” “화이트칼라 흔들려” 전망도

많은 사람이 영화 ‘터미네이터’의 세계처럼 인공지능과 결합한 로봇이 인류를 정복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22일(이하 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하는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을 주제로 19일부터 닷새간 열린 이번 포럼의 주요 의제는 AI였다. 이 자리에는 머스크를 비롯해 젠슨 황(엔비디아),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알렉스 카프(팔란티어) 등 글로벌 AI 업계를 대표하는 CEO들이 대거 참석해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에 따른 산업·경제·사회 전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AI가 인간 지능 뛰어넘나? 머스크 “5년 안에 가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22일 “궁극적으로는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아질 것이며, 나아가 로봇에게 더는 부탁할 일이 없는 단계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테슬라의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유튜브 캡처
반면 신중한 입장을 보인 이도 적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2020년대에 인간이 가진 모든 인지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등장할 확률을 50% 수준으로 전망했다. 허사비스는 “엔지니어링, 코딩, 수학처럼 정답 여부를 비교·검증할 수 있는 영역은 비교적 빠르게 자동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질문을 하고 이론과 가설을 세우는 능력은 최고 수준의 과학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만큼 훨씬 더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등장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론 머스크는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된 미래 사회를 ‘모든 필요가 포화되는(saturate all human needs) 세계’로 묘사한다. 수십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가 넘쳐나도록 생산되고, 이를 통해 인간이 모든 필요를 충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는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아질 것이며, 나아가 로봇에게 더는 부탁할 일이 없는 단계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노인을 돌볼 젊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노부모를 돌보고 보호해 주는 로봇이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결과 물질적 풍요는 소수 계층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닌 보편적 상태가 된다는 것이 머스크의 생각이다. 문제는 풍요가 인간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삶의 목적은 무엇이 될까. 머스크는 이에 대해 “완벽한 상황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필수 노동과 보편적 풍요는 공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로봇이 노동의 의무를 걷어낼수록 물질적 풍요는 확산되겠지만, 그 빈자리에는 ‘삶의 의미’와 같은 질문들이 차오를 전망이다. 머스크는 이를 “온건한 미래 시나리오”라고 가정하면서도 “그런 세상이 올 것이며,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범용인공지능(AGI)이 등장한 이후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AI가 인간보다 모든 일을 더 잘하는 시점이 1~2년 안에 온다고 해도 노동시장에 충격이 나타나는 시점은 그보다 늦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시스
AI는 또 다른 ‘핵무기’, 통제 중요한데…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전면적으로 구현한 범용인공지능(AGI)이 인간의 통제 밖에서 작동하거나 테러 등에 악용되는 경우다. AGI는 인간이 컴퓨터로 수행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전문가 수준으로 해내는 AI를 뜻한다. 특정 업무에 특화된 기존 AI와 달리 자기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AGI의 등장을 인류가 특이점(singularity)에 진입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1월 4일 X에 “우리는 특이점 근방에 와 있다. 다만 이쪽일지 저쪽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적은 바 있다. 앞서 머스크가 언급한 영화 ‘터미네이터’의 세계 역시 이런 우려의 연장선이다.다보스포럼에서는 ‘AGI 이후의 세상’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허사비스는 “AGI가 등장한 이후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AI가 인간보다 모든 일을 더 잘하는 시점이 1~2년 안에 온다고 해도 노동시장에 충격이 나타나는 시점은 그보다 늦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막상 기술력을 갖추더라도 실제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사이 인간 사회는 적응한다는 의미다. 과거 농업사회에서 제조업 사회로, 다시 지식노동 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은 충격과 적응을 반복해 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그는 “문제는 지수적 변화가 누적될 경우”라며 “1~5년 사이 어느 지점에서 인간 사회의 적응 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역시 AGI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몇 년은 인간보다 더 자율적이고 더 똑똑한 시스템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생물테러처럼 개인 차원의 악용 가능성은 물론 중국공산당(CCP) 같은 권위주의 정부가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모데이는 “세상은 이미 꽤 미친 곳(crazy place)이지만, AGI는 너무 빠르게 다가오고 규모도 너무 커서 거의 모든 노력을 여기에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중국으로 첨단 AI칩 수출을 통제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아모데이는 “지금으로서는 AI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없다”며 “지정학적 경쟁자(중국)가 비슷한 속도로 AI를 만들고 있는 만큼 ‘속도를 늦추자’고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AI칩 수출을 금지하면 미·중 경쟁이 아닌, 미국 기업 간의 경쟁으로 판이 다시 짜이며, 이때는 (발전 속도에 대해) 조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온건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최신 AI칩(블랙웰)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나, 아랫단계인 H200의 경우 조건부(매출의 25% 미국 정부 취득)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아모데이는 “AI 기술은 ‘통신’보다 ‘핵무기’에 가깝다”며 “정부의 접근은 ‘보잉이 이익을 보니 북한에 핵무기를 팔자’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늘린다” “화이트칼라 흔들려” 전망도
젠슨 황은 앞선 빅테크 거물들과 달리 AI가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선을 긋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오히려 그는 AI의 발달이 일자리를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핵심 논리는 일에서 목적(purpose)과 작업(task)을 구분해야 한다는 데 있다. AI는 일의 목적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라는 설명이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AI가 발전하면 영상의학과 의사가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AI가 영상의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 퍼졌음에도 영상의학과 의사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 목적은 질병을 진단하고 환자를 돕는 데 있지, 단순히 스캔 이미지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나아가 AI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대거 구축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일자리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황은 “(AI 인프라 사업은) 배관공, 전기기술자, 건설노동자, 네트워크 기술자 등 숙련기술직 일자리를 대거 창출한다”며 “미국에서는 이 분야의 연봉이 거의 두 배로 뛰었고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가 없어도 충분히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사가 올해 집행할 설비투자 규모는 약 6500억 달러(약 954조 원)다. 블룸버그는 이를 19세기 미국 철도망 구축이나 뉴딜정책 시대의 공공투자에 비견했다.
알렉스 카프는 AI 확산이 노동시장의 가치판단 기준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자리가 부족해지기보다는, 노동의 가치가 평가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다가올 혁명은 원하든 원치 않든,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실제 시장가치를 드러낼 것”이라며 “앞으로 3년 동안 온갖 종류의 공동체와 조직에서 ‘시장가치의 정직함’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카프는 특히 대학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화이트칼라 중심의 노동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카프는 “오랫동안 대학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화이트칼라 기반 대신, 앞으로는 기술직이 훨씬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훈련을 받은 시민들에게는 할 일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미군의 AI 작전 시스템 메이븐을 들었다. 미군에서 팔란티어의 메이븐을 운용하는 핵심 인력 중 한 명은 경찰 출신으로,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는 매우 복잡한 타격·표적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카프에 따르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프는 “과거의 적성 평가 방식은 이 사람이 지닌 재능이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지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가 다른 학력을 가졌다고 해서 능력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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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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