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자격 없는 사람의 공천 관여 막고 싶었다
내가 먼저 ‘탄원서’ 요구? 명백한 허위 사실!
김현지에 준 탄원서, ‘피감 대상’ 김병기가 빼돌려
운동권 출신도 공천받으려 스스로 ‘입틀막’
분노 조절, 숙면 힘들어 정신과 도움 받아
김어준 팬덤과 개딸들, 민주당 움직이는 두 축
“민주당의 검찰개혁 선동에 휩쓸린 것을 반성”

이수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병기 전 원내대표 같은 거물 수사에 시간을 끄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데 앞장선 일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김승환 객원기자
그러나 이미 땅에 떨어진 민주당의 도덕성과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빠른 시일 내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내대표의 제명 조치도 ‘뒷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이 2023년 12월 김 전 원내대표의 공천헌금 수수 정황 등이 담긴 탄원서를 이재명 당시 당대표실에 전달했으나 당 차원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 사건의 쟁점이 “‘누가 돈을 받았느냐’에서 ‘누가 이를 덮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1월 16일 현재 13건의 혐의가 경찰 수사망에 걸려 있다. 이 가운데 민주당에 치명상을 입힌 것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의원 A씨와 B씨로부터 각각 2000만 원, 1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다. 이 사건은 2023년 12월 15일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이 A씨와 B씨가 작성한 탄원서를 이수진 당시 의원(서울 동작을)에게 전달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취재 결과, 이 자리엔 이 전 의원의 보좌관과 전 동작구의원 한 명도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아’가 입수한 20여 분짜리 녹음 파일에는 이들이 탄원서를 놓고 주고받은 대화가 담겼다. 내용을 들어보니, 이 전 구청장은 탄원서가 당시 이재명 당대표에게 전해지기를 희망했고, 이 전 의원 보좌관은 당시 이 대표 보좌관이던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 탄원서를 전달해 이 대표가 보고받을 수 있도록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님께’로 시작되는 이 탄원서 원본은 2023년 12월 16일 김현지 당시 보좌관에게 전달된 후 어찌 된 영문인지 피감 대상인 김 전 원내대표 손에 들어갔다. 김 전 원내대표는 당시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자검증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
1월 12일 ‘신동아’와 만난 이수진 전 의원은 “공천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이재명 대표실에 탄원서를 전달했다”면서 “이 대표가 문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믿었는데, 김 보좌관에게 준 탄원서 원본이 김 전 원내대표에게 넘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전 의원은 조두순 사건의 재판관으로 알려진 판사 출신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제치고 당선했다.
판사의 눈으로 본 탄원서 진위
이 전 의원은 인터뷰에 앞서 이날 아침 보도된 단독 기사의 내용부터 바로잡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창우 전 구청장은 “이 전 의원이 공천 탈락을 미리 예감하고 국면 전환용으로 탄원서를 만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아침부터 그 기사 때문에 정정보도를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명백한 거짓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또 “좀 전에 이 전 구청장으로부터 ‘자기가 하지도 않은 말이 왜곡 보도됐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 문자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전 구청장이 올해 6·3지방선거에서 동작구청장에 다시 출마하려고 한다. 당에 잘 보여 공천을 받을 목적으로 내게 (탄원서 작성의)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 전 구청장에게서 탄원서를 전달받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이 전 구청장은 2023년 10월 김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동작갑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비후보자검증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바로 이의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게 하소연을 많이 했다. 자신과 껄끄러운 사이인 김 전 원내대표가 후보자검증위원장으로 있는 한 경선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컷오프(공천 배제)될 거라며 김 전 원내대표의 여러 비위 의혹도 언급했다. 내가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더니 전 구의원 2명의 자술서를 갖고 왔다. 그걸 (이재명) 당대표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 전 구청장을 공천에서 배제할 것으로 의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 전 구청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을 준비했으나 김 전 원내대표가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서울시당의 공천 자격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런 식으로 피해 본 후보들이 주변에 있어서 나도 그 당시 김 전 원내대표에게 항의했다. 이 전 구청장은 재심을 청구하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고, 이후 김 전 원내대표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둘 사이가 너무 안 좋아 구의원들도 ‘김병기파’와 ‘이창우파’로 갈릴 정도였다. 근데 이 전 구청장의 2024년 22대 총선 도전도 김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예비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다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 전 구청장을 거듭 컷오프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역에선 재선한 구청장이 현역 국회의원보다 인기가 좋다. 이 전 구청장이 총선에 나간다고 하니 김 전 원내대표 입장에선 떨어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 전 구청장도 그걸 아니 자격 심사를 하는 후보검증위원장이 김 전 원내대표라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탄원서 내용의 진위를 의심하진 않았나.
“상당히 구체적 정황이 담겨 있었다. 두 전직 구의원이 처벌받을 것을 각오하고 자필 서명까지 한 진술서였기에 오랜 판사 경험에 비춰볼 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뜻밖의 기습, 김병기의 ‘컷오프’
탄원서를 당대표실에 전달한 취지는 뭔가.“이 전 구청장과 김 전 원내대표에게 돈을 준 당사자 2명이 이재명 당대표에게 탄원서가 전달되기를 바랐다. 나 역시 외부에 알리지 않고 당내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김현지 당시 보좌관에게 원본을 보냈다. 현역 국회의원은 자격 심사와는 상관이 없다. 단수공천을 받느냐, 경선을 치르느냐 둘 중 하나이니 내가 굳이 김 전 원내대표의 비리를 쥐고 당대표를 찾아야 할 다급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후보를 검증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검증위원장을 맡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이재명 당대표가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받는 것을 알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었다.”
당시 김현지 보좌관이 탄원서 내용을 이재명 당대표에게 보고한 것은 맞나.
“2023년 12월 15일 탄원서를 받은 당일 김현지 보좌관에게 보냈는데 하루 이틀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우리 보좌관을 시켜 그해 12월 18일 확인하니 김 보좌관이 ‘(이재명 당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답했다. 당시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갖고 있다.”
당대표실에 탄원서를 전달하고 일주일쯤 뒤인 2023년 12월 22일 이 전 구청장의 이의신청은 기각됐다. 본인에게도 불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김 전 원내대표보다) 당원들한테 인기가 더 많았고, 경선을 치르더라도 내가 떨어질 이유는 없었다. 2022년 지방선거 때 김 전 원내대표와 싸운 적이 있어 사이가 안 좋았지만 이재명 당대표와 친했기 때문에 김 전 원내대표가 나를 어쩌진 못할 거라 여겼다. 근데 탄원서를 (당대표실에) 갖다준 후부터 분위기가 ‘싸하게’ 돌아갔다. 이 전 구청장은 잘렸는데 김 전 원내대표는 여전히 후보자검증위원장에 공천관리위 간사 자리를 지켰다. 2024년 2월까지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 보좌관이 ‘탄원서를 당 사무국에 보내겠다. 거기서 처리할 거다. (당사자들을 조사하기 위해) 부를 것’이라고 해 그 말을 믿었는데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4년 2월 21일 우리 보좌관이 윤리감찰단에 물어보니 거기선 김 전 원내대표에 관한 탄원서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리스트업도 안 돼 있었다. ‘탄원서가 2025년 12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갔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때 온 것은 검증위원회나 조직국으로 갔을 거라고 했다. 조직국에선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그 탄원서를 피감 대상인 김 전 원내대표가 가져갔던 거다.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져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은 2024년 2월 22일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됐다. 민주당 공천관리위가 그의 지역구인 동작을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같은 날 이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2월 말 CBS와 인터뷰하면서 김 전 원내대표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때문에 김 전 원내대표로부터 허위 사실 유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내게 탄원서 사본이 없다는 걸 알고 고소한 것”이라 주장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다시 당선되자마자 고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김어준 프로그램 나가야 후원받아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사유를 들었나.“아무 얘기도 없었다. 동작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컷오프당한 걸 알았다. 나처럼 억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선거 경험이 많은 다선 의원들도 민주당에서 행한 이렇게 대대적인 컷오프는 처음이라고 했다. 더구나 공천에서 배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낌새도 없었나.
“여론조사가 상식적이지 않았다. 현역의원을 빼고 여론조사를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가만 보니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개딸들 위주의 모수가 잡히고 있었다. 나를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동작을은 1% 이하 격차로도 당락이 결정되는 접전 지역인데 현역의원을 빼겠다는 건 이 지역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싶었다. 전체 의원 대화방에서 이재명 당대표와 안규백 공천심사위원장에게 ‘이런 식으로 공천할 거면 물러나라’고 항의했다. 그때는 탄원서 생각까진 못 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영향이 있었다. 김 전 원내대표가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내 말에 ‘맞습니다’라고 한마디했던 김상희 의원도 나와 같이 잘렸다.”
당내에서 부당함을 묵인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나.
“공천에 영향을 끼치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력이다. 의원들은 무엇보다 공천을 중히 여긴다. 그런데 강성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이재명 당대표를 밀면서 비명계는 다 ‘수박(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으로 낙인찍혔다. 이들에게 김 전 원내대표가 선봉에서 컷오프 칼을 휘둘러도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다. 개딸에게 찍혀 ‘수박’이 될까 두려워서다. 개딸 인원이 15만~2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전체 유권자 수에 비하면 소수다. 그럼에도 조직화된 강성 팬덤이 흔치 않다 보니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들이 인정하는 사람만 공천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민주당을 움직이는 양대 축으로 개딸들과 함께 방송인 김어준의 팬덤을 언급했다. 그의 부연은 이렇다.
“김어준은 누리소통망(SNS)을 좌지우지한다.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가야 후원금을 받는다. 두 축을 이끄는 선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국회 밖에서, 뒤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좌지우지하고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다’의 줄임말)’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딸 세력이 원내를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했다고 본다.”
가까이서 지켜본 개딸들의 특징을 꼽는다면?
“카카오톡에 수천 명이 소통하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굉장히 열심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행동으로 지지를 표한다. 연령대는 20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경제적으로 힘든 사회적 약자가 대다수다. 김어준 팬덤과 성향은 좀 다르다. 김어준 팬덤은 ‘친문’이고, 개딸들은 ‘찐명’이다. 이런 조직적 팬덤이 당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다른 의원들이 꼼짝 못하는 거다. 이들 팬덤은 정권 잡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
명절 선물과 공천헌금의 차이
공명정대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판사 출신이 적응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국회에 입성한 첫날 의원총회에 갔는데 갑자기 금태섭 의원을 제명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을 비판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부터 너무 이상했다. 그들은 자유로운 토론보다 진영 싸움에 매몰돼 감정적 언사로 자유의지를 억누르고 짓누르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좋은 정치를 하려면 토론과 타협, 심사숙고가 중요한데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 되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졌다. 그 많은 사람이, 심지어 민주화운동까지 했다는 전대협 의장 출신들이 국가정보원 출신 김 전 원내대표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단수공천을 받아내는 모습을 볼 땐 격한 환멸을 느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월 김 전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당대표실에 접수된 공천헌금 탄원서를 빼돌렸고, 이후 의원실에서 대책 회의가 열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자리엔 김 전 원내대표와 그의 부인, 현금 수수에 관여한 구의원 이 씨가 함께했으며,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과 이 씨 모두 “탄원서 내용이 대체로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탄원서를 갖고 있으면 압수수색을 당하니 보좌관에게 보관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 탄원서는 2025년 11월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전 보좌관이 공천헌금 수수의 증거로 탄원서를 사진으로 찍어 경찰에 제출한 것이다.
명절 선물로는 많고 공천헌금으로는 적다는, 김 전 원내대표 부인이 500만 원을 사양하며 전직 구의원 부인에게 했다는 말도 의아하다.
“부인에 대한 잡음이 많았다. 공식 행사에도 구의원들을 대동하고 부인이 나올 때가 많았다. 그분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다. 내가 비판했더니 그 얘기가 귀에 들어갔는지 나중엔 김 전 원내대표가 나왔다.”
김현지 보좌관을 통해 김 전 원내대표의 비위 의혹을 보고받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옆자리를 김 전 원내대표에게 내줬다. 그토록 신뢰할 만한 이유가 있나.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를 하다가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땐 완전 비주류였다. 개딸이라는 강성 지지자들이 어떻게 조직됐는지 알 수 없지만 대선에서 지고 국회로 들어왔을 때도 친문 세력이 민주당의 본류였다. 나중에 당대표를 할 때도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곤 강선우, 김윤덕, 안규백, 김병기밖에 없었다. 이들은 친명을 자처하며 ‘이 양반’을 모시고 다녔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 자기가 컨트롤하기 힘든 사람들을 공천을 무기로 다 쳐낸 거다. 그때 김 전 원내대표가 호위무사처럼 따라다니며 ‘비명횡사(비이재명계의 공천 탈락)’ 속도를 높였다.”
‘돈의 힘’보다 중요한 가치
시의원은 5000만~1억 원, 구의원은 2000만~3000만 원이라는 둥 공천헌금 매뉴얼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정치를 오래 한 분들은 돈 받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더라. 그걸 알고 너무 놀랐다. 나는 금전 문제를 철저히 관리해 왔고, 그런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기성 정치인에겐 껄끄러웠을 것이다.”
돈에 의해 공천이 움직인다는 뜻인가.
“민주당 의원 가운데 생계형이 정말 많다. 조직관리에 돈이 엄청나게 든다는 걸 정치하면서 느꼈고, 지방자치단체장을 해야만 돈줄을 잡는다는 것도 알았다. 지자체장들이 그래서 배고픈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주고 어려운 단체에 보조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돈이 지지층을 움직인다는 말로 들리는데.
“예를 들면 ΟΟΟ, 그 양반은 돈이 없다. 불법을 저지르고 싶지도 않을 거고 정치자금을 받는 일도 없을 거다. 돈이 없어서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건사하지 못한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지지부진해 ‘수사 뭉개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에서 검찰개혁을 외칠 때 검찰의 편향적이고 불공정한 수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사권을 뺐는 데 앞장섰다. 요즘은 그 일이 후회된다. 거물들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니 경찰에 수사권을 일임하는 건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적 입법을 할 때는 균형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선동에 휩쓸린 것을 반성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 됐을 때 국회에 들어가는 바람에 타협과 양보 같은 정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 점도 아쉽다.”
실망과 상처가 큰 만큼 탈당 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너무 억울했다.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어 잠을 못 잤다. 잠을 자기 위해 정신과 도움을 받았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나.
“오로지 개딸들을 위해 일했다. 나 역시 서민 출신이라 가난한 약자를 위하는 일이 행복했다. 근데 그들이 가장 먼저 내게 돌을 던졌다.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내가 믿고 의지한 실체가 이런 건가 싶어 마음을 크게 다쳤다. 너무 무분별하고 배려 없고 함부로 해서 실망하고 분노했다.”

“사실 보수와 진보는 적이 아니라 친구다. 보수가 추구하는 부국강병, 진보가 지향하는 복지와 평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로는 그런 사회를 실현하기 어렵다. 그 중간 지대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정당이 생기면 기꺼이 헌신할 각오가 돼 있다.”
인터뷰 이후 이 전 의원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김 전 원내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둘러싼 13가지 의혹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1월 16일 현재 13가지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1. 공천헌금 수수: 2020년 21대 총선 전 구의원들로부터 3000만 원 수수 후 반환
2. 강선우 의원 ‘1억 수수’ 묵인: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헌금 의혹 인지 및 방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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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쿠팡 대표와의 부적절한 식사: 인사 청탁 및 유착 의혹
10. 가족 병원 진료 특혜: 대형 병원 예약 및 진료 과정에서의 ‘아빠 찬스’
11. 국가정보원 부지 인근 호텔 사업 유착: 7000만 원 상당의 부적절한 자금 흐름
12. 정치자금법 위반(대리 기부): 지인 명의 이용한 쪼개기 후원금 수수
13. 공천 거래용 정치자금 수수: 동작구 지역 정치인들의 자녀 명의를 빌린 고액 기부 및 공천 대가성 여부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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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 있다는 진실보다 견딜 수 있는 거짓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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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김병기에 탄원서 들어간 뒤부터 피바람 불었다”](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6a/18/5c/696a185c04fda0a0a0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