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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관인술·박리다매로 富 거머쥔 ‘商人種’

만만디(慢慢的) 중국인, 돈벌이엔 콰이콰이디(快快的)

인내·관인술·박리다매로 富 거머쥔 ‘商人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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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인 ‘춘졔(春節)’를 전후해 고향을 찾는 연(延) 이동인구는 16억명에 이른다. 따라서 차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부르는 게 값이다. 설령 어렵사리 표를 구했다 하더라도 발 디딜 틈이 없는 차 안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고향집에 도착하면 집을 지키던 사람들은 대문의 양 기둥에다 춘련(春聯)을 붙여놓고 반가이 맞는다. 평소에도 집 기둥에 대련(對聯)을 붙여놓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즐거운 명절을 맞아 붉은색 종이에 황금색 또는 검은색으로 신년을 맞는 그들의 기원을 적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때 가장 널리 쓰이는 문구가 ‘世世平安日, 年年如意春(평안한 날이 대대로 계속되고 뜻한 바가 반드시 이뤄지기를)’인데, 이를 세로로 써붙인다. 대문의 넓은 문짝에는 마름모꼴 종이 위에 ‘복(福)’자와 ‘재(財)’자를 써서 붙여놓는다. 복은 그들에게 희망이요 목숨보다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문은 물론 방 안과 창문 등에도 붙인다.

재미있는 것은 ‘복’자를 거꾸로 붙여 놓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발음으로 ‘거꾸로 도(倒)’가 ‘이를 도(到)’와 같아 ‘복이여 오라’는 뜻에서 시작된 풍습이라고 하는데, 이같은 도복(倒福) 풍습은 중국 역사상 상업이 가장 발달했다는 송나라 때 시작됐다.

그러나 진짜 정월 초하루는 닭 울음소리로 시작된다. 다시 말해 새해는 정월 초하룻날 떠오르는 해와 함께 열리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두 설빔으로 갈아입고 가족이 함께 새해 첫 식사를 한다. 그 후에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린다. 이때 젊은이는 집안 어른들에게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말하고, 어른들은 이들에게 세뱃돈과 함께 만사형통하라며 ‘완스루이(萬事如意)’란 덕담을 들려준다.



파차이(發財)와 파차이(髮菜)

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민족인 만큼 중국인들에게 최고의 소원은 다름 아닌 돈벼락 맞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뱃돈을 주면서도 그냥 돈만 딸랑 건네지 않고 그에 맞는 격식에 따른다. 훙바오(紅包)라 부르는 붉은 봉투에 돈을 넣고는 겉봉에 ‘궁시파차이’라 쓴다.

아이들은 ‘훙바오나라이(紅包拿來)’라며 손을 내밀기도 한다. 번역하자면 ‘세뱃돈 주세요’가 되겠지만, 그들은 이를 현금을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정초에 주고받는 연하장에도 돈 다발이 뿌려지는 모습이나 돈이 가득 들어 있는 복주머니 등이 단골 도안으로 그려진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돈에 대해 매우 솔직하다.

‘파차이’는 정초뿐 아니라 개업식에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때에는 립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채소의 모습을 띤다. 이때의 파차이(髮菜)는 쓰촨(四川), 산시(陝西), 간쑤(甘肅) 등지에서 자라는 식물로 말리면 검은 머릿결처럼 보이는데, 중국인들은 개업식 때 이 채소를 다듬어 하객들에게 내놓는다. 돈을 번다는 의미의 파차이(發財)와 발음이 같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파차이는 이제 ‘파차이관(發財官)’으로까지 발전했다. 파차이관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으리’ 정도의 뜻이 된다. 필자가 파차이관을 두 눈으로 목격한 것은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 상하이(上海)에서다. 상하이는 인구 1700만의 대도시인데다 역사가 그리 일천하지 않은데도 이렇다할 문화유산이 드물다. 대신 신중국의 엔진 노릇만은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루는 상하이에 딱 한 곳밖에 없다는 고전 정원인 위위안(豫園)을 찾았다. 16세기 중엽 쓰촨성의 고위 관리로 있던 번윤단(燔允端)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20여 년 동안 조성했다는 곳이다.

그곳으로 들어가려면 복잡하고 소란스런 위위안 상창(商場)이란 시장통을 지나야만 했다. 좁은 길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길을 잃으면 한참 헤맬 것 같았다. 길 좌우로 고개를 내민 건물들은 중국 남방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라 처마 끝이 하늘을 향해 들려 있어 무척이나 날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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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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