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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新밀월 시대…“러시아함대 北 주둔 협의”

‘현대판 차르’ 푸틴의 동진(東進)

북-러 新밀월 시대…“러시아함대 北 주둔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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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블라디보스토크-나진-깜라인 만 군사벨트 구축 중
  • ● 아시아 전략거점 재구축… 옛 소련 영광 재현 시도
  • ● 北,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경제연합 가입할 수도
  • ● 정경유착 자본주의 뒷배 삼은 푸틴의 각 세우기
북-러 新밀월 시대…“러시아함대 北 주둔 협의”
옛 소련의 영화(榮華)를 재현하려는 ‘차르(tsar, 제정 러시아 황제)’가 동진에 나섰다. 러시아판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다. 서방 언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름 앞에 차르라는 수식을 붙인다. 피벗 투 아시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외교 정책을 가리키는 말.

푸틴은 크림 반도를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가 빼앗은 우크라이나 크림주(州) 세바스토폴은 흑해함대의 모항.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진출 창구다. 크림 반도 병합은, 강대국이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무력으로 약소국의 국경을 바꿔버린 사건이다.

푸틴은 2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옛 소련의 영광,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려 했다. 서방 지도자 다수가 정치적 긴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개회식에 불참했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소치에 보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과 서방의 음모로 규정했다.

北 “무역 특혜 달라”

북한과 러시아가 신(新)밀월 시대를 맞이했다. 미국에 각을 세운 북-러의 밀착 속도가 숨 가쁘다.



시곗바늘을 1984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김일성은 300명에 달하는 사절단을 동반하고 소련을 방문했다. 콘스탄틴 체르넨코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서방에 강경했다. “체르넨코는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후계 체제를 지지했다. 김일성은 경제 지원 대가로 나진·청진·원산항에 소련 군함이 기항하는 것을 허용했다. 소련 공군이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것도 용인해 블라디보스토크와 베트남 깜라인 만(Cam Ranh Bay) 기지를 직선으로 잇는 하늘길을 확보했다”는 게 박종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교수의 설명이다. 1984년 상황은 이례적인 것이다. 북한은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 이후 소련에 의탁하는 것을 꺼려왔다.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북-러 관계가 1984년의 그것을 닮았다. 고위급 인사 교류가 활발한 데다, 경제 협력도 강화한다.

4월 28~30일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은 집권 후 평양을 찾은 최고위급 러시아 인사. 북핵 6자회담 러시아 측 차석대표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외무부 북핵담당 특별대사(3월 8~10일), 러시아 극동개발부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장관(3월 24~28일), 러시아 에너지·안전센터 대표단(4월 22~28일), 사할린 주정부 대표단(4월 24일) 등도 잇따라 방북했다

러시아는 대외관계에서도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비판을 자제한 반면 유엔(UN)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3월 28일). ‘6자회담 차석대표 회담’을 제안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완화를 포함한 비핵화 로드맵도 내놨다.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 지원 및 교역 확대, 러시아 기업의 개성공단 참여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무역성은 아무르 주정부와 무역·경제협조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북한 철도성은 러시아 측과 철도 부문 협력에 합의했다. 트루트네프 극동전권대표는 노두철 북한 부총리와 만나 경제·철도·운수 분야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2020년까지 현재 1억 달러 수준인 교역 규모를 1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도 했다. 러시아는 대북 식량지원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는 동아시아 역내 입지를 제고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경제 제재로 인한 수세 국면을 모면하려는 북한의 이해가 부합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의 합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북-러 무역에서 루블화로만 결제하기로 한 것과 북한의 대(對)러시아 부채 탕감이라고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무역대금 루블화 결제는 미국 주도 대북 금융제재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가 대북 교역에서 우호가격 제도를 폐지하고 루블화 대신 달러 결제를 요구한 것은 동구 사회주의 몰락 이후 북한 경제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직격탄 구실을 했다.

4월 19일 러시아 하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빌려준 109억6000만 달러(약 11조3797억 원) 중 90%를 탕감하는 협정을 비준했다. 트루트네프 극동전권대표 방북에 앞서 북한에 선물을 준 셈이다. 이 협정엔 러시아가 북한이 갚아야 할 10억9000만 달러(약 1조1379억 원)를 북한 영토 안의 에너지 사업에 재투자하는 내용도 담겼다.

북한은 러시아에 추가 차관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장은 38노스(38north.org) 기고문(5월 9일)에서 “북한이 트루트네프 극동전권대사에게 신규 차관과 러시아의 대북 수출품 가격 인하, 북한 수출품에 적용되는 품질기준 하향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소련 시절 우호가격 제도를 통해 평양을 지원한 것을 부활해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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