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은 국가 안보의 마지막 보루다. 북한이 눈앞의 적이라면 중국과 일본은 잠재적 적국이다. 손톱 밑 가시와 비슷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일본의 침공을 저지할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중국군이나 일본군의 국지(局地) 공격에 즉각 반격할 해·공군력이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중·일 공군기가 제주도 남쪽의 이어도 상공을 비롯한 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침범해도 기종(機種)조차 식별 못할 만큼 우리의 해·공군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군사력은 국가 존망과 직결되니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국방예산 △병력 △전투기 △탱크 △함정 △미사일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에 이어 세계 9위다. 북한은 10위 일본, 11위 이스라엘, 17위 대만, 23위 베트남 등에 이어 35위.
국군을 포함한 한국 사회 일각의 주장과 달리 GFP,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제인 연감(IHS Janes) 등 권위 있는 국방 관련 연구소는 재래식 무장력을 기준으로 한국 군사력이 북한의 2~3배에 달한다고 본다. 북한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한국(326억 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70억 달러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만 북한은 핵무기, 미사일, 특수부대 등 비대칭전력을 증강해온 터라 단지 순위로만 군사력을 평가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최강대국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 무인기(UAV)의 항공모함 이·착륙에 성공하는 등 군사기술 혁신을 통해 압도적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구 전역을 단시간 내에 타격할 역량을 갖추고자 극초음속 비행체 시험도 실시해왔다. 오랜 전투 경험을 통해 중국 등이 갖지 못한 전쟁 노하우도 지녔다. 같은 스포츠팀이라도 누가 감독이냐에 따라 성적이 다르듯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미국은 같은 성능의 무기로도 월등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압도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뒷받침해야 하는 경제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 국방검토보고서(QDR)는 재정능력 약화로 인해 육군을 57만 명에서 44만~45만 명으로, 해병대를 20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中 국방예산, 日의 3배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6년간 지속된 연평균 9.8%의 고도 경제성장을 뒷배로 삼아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왔다. 제인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5750억 달러)에 이은 세계 2위로 1480억 달러에 달한다. 3위인 러시아의 국방예산은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88억 달러.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일본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2007년 1월 기상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하면서 저궤도위성 요격 능력을 입증했다. 미국, 러시아, 인도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막아낼 군사기술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2011년 9월 제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실전배치한 데 이어 다롄과 상하이에서 2, 3, 4호 항공모함을 건조 중이다. 핵추진 잠수함 및 조기경보기 도입, J-20스텔스기를 비롯한 첨단 전투기 제작, 스텔스 잠수함 건조, 우주공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2년 6월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는 톈궁 1호와 수동 도킹에 성공했다. 2013년 12월엔 창어 3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최고난도의 우주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월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시스템 무력화 등을 위해 WU-14로 알려진 극초음속 비행체 실험도 실시했다. 해·공군력은 미국 일본 등 해양세력에 비해 아직 약한 터라 방어적 군사교리인 현존함대(fleet-in-being) 전략을 채택, 적 함대를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사거리 1800㎞ 이상의 지대함·공대함·함대함 미사일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해·공군력의 연안 접근을 미사일로 봉쇄하겠다는 것.
일본은 해·공군 중심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원자로에서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을 추출하는 다수의 원심분리기, 연 800t에 달하는 플루토늄 폐연료봉 재처리 능력을 갖췄다. 히로시마급 핵폭탄 550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성 플루토늄 50여t을 확보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제작해 실전배치할 수 있다. 또한 게코-XII라는 이름의 핵융합장치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최첨단 M-V 로켓도 보유했다. 로켓 기술은 세계 최정상급. 미국의 지원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도 축적했다. △핵물질 △핵무기 기술 △핵무기를 운반할 로켓 기술 등 핵무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확보한 것이다.
일본은 랴오닝함에 대항하고자 2012년 초 헬기 탑재가 가능한 2만7000t급 항공모함 2척 건조에 착수했으며, 지난 3월엔 항공모함급(2만7000t) 호위함 이즈모를 실전배치했다. 2011년 3월에는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1만t급 이세함 등 2척을 실전배치했다(일본은 1930년대 세계 최초로 항공모함을 실천배치한 나라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자국산 전투기 개발에도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7월 평화헌법 2장 9조를 재해석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중국, 일본 군대가 다시 한반도에 출현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 일본이라는 지정학적 숙적(宿敵)과 맞선 우리나라는 세계 9위로 평가받는 군사력을 가졌지만 핵물질을 확보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이 미국의 지원 없이 우리 힘만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패배주의 혹은 대외 의존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국가정보 분야의 전문성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가정보원의 정치화와 전문성 결여 등을 지적했다.
우리는 중·일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베이징과 상하이, 도쿄와 오사카를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을 개발·배치해야 한다. 군인로봇, UAV 등 첨단무기 제작 기술도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를 공격하려는 국가가 감내할 수 없을 만큼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할 만큼의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호랑이는 못 되더라도 호랑이 콧잔등을 물어뜯는 오소리는 돼야 중국, 일본이 업신여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