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회담, 국제정치 현실 보여준 역사적 언쟁
정상회담서도 조건 안 맞으면 판 깨는 트럼프
자원 매개로 우크라이나 종전 유인 만든 트럼프 해법 창조적
트럼프 정상회담 준비하는 우리 실무진은 신중해야
![2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d3/d7/75/67d3d775185dd2738276.jpg)
2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두 정상의 언쟁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현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한 양측의 시각과 계산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전쟁의 원인과 현황에 대한 이해, 미래 전쟁에 대한 방지책, 전쟁에 들어간 비용과 이에 대한 보상 방법, 그리고 전쟁과 관련된 국내 및 국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계산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즉 과거와 현재, 미래를 포함하는 매우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유주의 언론의 비판적 평가와는 다르게, 필자 눈에는 매우 현실적이고 창의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해법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미래도 지키고자 하는 매우 인도주의적 해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이 현실적이고, 창의적이며, 인도주의적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배경과 현황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과 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역사는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차이에서 시작됐다. 두 나라가 같은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지, 언어와 문화가 다르면 과연 다른 민족인지, 만약 같은 민족이라면 분리된 국가를 다시 합쳐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야 하는지 등 민족주의와 관련된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다.
사회과학적으로 보면 민족이라는 것은 역사의 특정 시점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상상의 공동체’라는 측면이 크다. 즉 순수한 민족이 원래부터 하나의 집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특정 시점과 특정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이유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은 교류와 전쟁 등으로 유전자가 섞인 사람이 많지만 지금은 각기 다른 민족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유럽과 같이 복잡한 이주와 전쟁의 역사를 가진 지역에서는 인위적 또는 정치적으로 구성된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놓고 빈번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민족문제는 고정된 땅(영토)을 민족 정체성의 경계에 맞춰 어떻게 나누고, 합치느냐와 관련해 지정학적 분쟁의 씨앗이 돼왔다. 이 지정학적 분쟁이 극복된 계기는 민족 못지않게 개인이, 땅 못지않게 시장이 중요해진 20세기 후반 근대 질서인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안착하면서부터다.
하지만 1945년 이후 시작된 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역사는 수천 년이 지속된 이전 전근대 지정학 질서의 역사에 비해 매우 일천하다. 따라서 아직도 민족문제와 지정학적 논리가 꽤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이 남아 있다. 20세기 후반 냉전이 끝나면서 갑자기 강제적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로 들어온 지역이 주로 그러한 곳이다. 특히 전근대 강대국이 속해 있는 지역일수록 지정학적 논리가 강하게 작동한다.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지역이 러시아와 그 주변, 그리고 중국과 그 주변이며, 아직도 전근대적 정치경제 체제를 고집하는 중동 등이다. 이 지역에서는 땅에 대한 민족주의적, 혹은 부족적 애착이 경제적 이해관계와 결합돼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도 땅따먹기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협이 상존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지정학적 논리가 작동하는 전쟁이다. 전쟁이 왜 이 시점에 러시아의 선공으로 시작됐는지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은 크게 네 가지 학설로 나뉜다. 첫째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미국과 서방이 약속한 ‘1인치도 동쪽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NATO가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1994년 NATO에 헝가리·폴란드·체코가 가입했고, 2004년에 다시 발틱 3국과 루마니아·불가리아·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가 새롭게 가입하면서 러시아는 국경선으로 근접해 오는 서방의 안보적 위협을 느꼈다. 이에 더해 같은 민족적 뿌리라고 생각하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 및 NATO 가입을 추진하자 본격적으로 저지에 나선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아직도 서유럽이 러시아를 침공하는 땅따먹기 전쟁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사고에 갇혀 있는 셈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d3/d7/cd/67d3d7cd1eebd2738276.jpg)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전쟁
세 번째는 서방, 특히 미국의 국제주의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부추겼다는 소위 음모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고 칭한 세력이 바로 이 국제주의자들인데, 주로 군수산업과 결합된 군산복합체, 금융자본을 대표하는 블랙록(BlackRocK)이라는 투자회사 및 산하 거대 농산물 다국적기업을 의미한다. 나아가 민주당과 정보기관, 자유주의 언론이 이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부에서 우리의 보건복지부 장관에 해당하는 장관직에 오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여러 매체를 통해 이 음모론을 강변해 왔다. 이 음모론이 사실인지 여부는 후일에 밝혀지겠지만, 이 가설은 군산복합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도해 무기 장사를 하는 한편, 전후 재건 사업의 이권을 따내고,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농업지대를 확보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네 번째는 희토류 등 주요 광물자원의 획득과 관련된 학설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10대 광물자원 수출국이며, 전체 광물자원 가치가 26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대체에너지 산업 및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매장량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형 에너지산업이 수출과 예산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경제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는 기후변화 대응 화석연료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에너지 생산과 저장에 핵심적인 우크라이나의 리튬 등 희토류를 확보하는 미래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자원부국을 전쟁으로 점령하는 일종의 19세기적 제국주의 논리에 가깝다.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확한 원인은 후일 의사결정과 관련된 각국의 내부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좀 더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원인들이 이미 공개적으로 거론된 이상 의구심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소하는 대응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전쟁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살펴보자.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 거의 없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계획은 2001년 9·11 테러 사건 직후 미국이 전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전쟁을 끝낸 것과 같은 전격적 수도 점령 작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는 스스로의 전력을 과대평가하고 우크라이나의 전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수도 키이우 점령은 생각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았고, 전쟁 발발 한 달 후인 2022년 3월 말에 벌써 종전과 관련된 협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시작됐다.
여기서 생산된 문서가 이른바 ‘이스탄불 코뮤니케’라는 문서다. 이에 관한 배경과 내용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2025년 3/4월호에 실려 있다. 이 협상의 진행 과정을 보면 러시아는 의외로 개전 초기에 종전을 생각했고, 우크라이나는 비핵 영세중립국 해법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미국이 포함된 다자안전보장(Multilateral Security Guarantee)을 요구했다. NATO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침공받을 경우 유엔의 안전보장상임이사국 5개국과 캐나다·독일·이스라엘·이탈리아·폴란드·튀르키예가 모두 우크라이나의 요청과 협의에 따라 안보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도 안보보장국에 포함돼 있다는 것과 우크라이나가 비핵 영세중립국안을 받은 것, 향후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매우 이례적이다.
이 회담은 2개의 합의 문서까지 작성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결렬됐다. 결렬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서방의 지원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전 기대 및 의지가 작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이 협상 과정과 내용을 보건대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되고, NATO 가입이 아닌 다른 형태의 매우 ‘확실한’ 안전보장이 이뤄진다면 전쟁 종결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젤렌스키의 바람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실지 수복과 승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 매일 1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평가도 있었고, 가혹한 경제제재와 군수물자 부족 및 장비의 파괴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 대비 우크라이나 배치 군 병력이 133% 늘어났고, 무기와 군수물자 등도 2022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란제 드론도 국산화에 성공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핵 보복을 우려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타격 무기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 특히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망자의 증가와 많은 인구의 해외 이주 등으로 추가 병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지원에 이미 피로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 지원의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 지도부 부패로 조달 과정에서 사라지고, 또 대통령선거를 미룬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어 전쟁을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국민은 회의적 시각까지 보이고 있다.
한편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민주주의와 함께하겠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천명하지만 미국을 대신해 미국 수준의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중단한다면 이 전쟁은 어떠한 형태로든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매우 분한 일이겠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에 최선의 선택은 실지 수복을 현 상태에서 멈추고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생명이 더는 희생되지 않고 미국과의 딜을 통해 안전보장과 경제 재건의 카드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미국의 지원 철회와 그에 따른 패전 역시 그의 몰락을 의미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입각한 트럼프의 해법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창조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해법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이념과 체제 대결인 냉전 상황이 아닌 현재 러시아의 위협은 과거 사회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과 같은 글로벌 위협이 될 수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훌륭한 바다가 있어 지금은 괜찮겠지만 머지않아 미국도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러시아의 위협은 오히려 전근대적 지정학 질서가 아직 살아 있는 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에서 군사적 억지와 신뢰 구축의 문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왜 유럽보다 미국이 더 자국의 돈과 생명을 바쳐 핵전쟁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럽 지도자들이 부패한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유럽이 더 발 벗고 나서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혁명이 유럽으로 번져가던 냉전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국력이 소진된 유럽을 대신해 미국이 전후 세계 경찰 역할을 했지만 지금 미국은 엄청난 빚과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의 국력은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강국 수준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자국의 방위력 증강에 돈을 쓰지 않고, 병력을 늘리지도 않으며 미국이 이들의 안보를 대신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및 역할 분담 요구를 적반하장으로 비난하기만 한다.
트럼프 정부는 이제 파격적 방법과 충격요법을 써서라도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고, 자국 경제의 회복에 더 진력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게 미국 우선주의이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방향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와 달리 이제 부강해진 유럽은 유럽 방위와 세계질서 유지 비용을 더 분담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질서에 현상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 혼자가 아니라 공동으로 분담해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논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것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우크라이나를 확실히 편입시켜 미국이 지켜줄 가치가 있는 국가로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희토류에 대한 미국의 이권을 달라는 제안이며,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주요 시장으로 바꾸라는 제안이다. 미국이 지켜야 할 이권과 시장, 즉 국익이 걸려 있어야 미국이 안보 공약을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부패가 넘쳐나고, 딥스테이트만 이득을 보는 나라에 무한정의 지원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 미국의 지원은 지원일 뿐 갚아야 할 빚이 아니다”라고까지 언급해 그의 억지와 무지함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지정학 논리가 아니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논리에 입각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희토류와 자원의 이권 획득을 통해 안전보장의 유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창조적이고, 더는 불필요한 생명의 희생과 자원의 낭비를 중지시킨다는 점에서 인도주의적이다. 더 이상의 전쟁은 군수산업과 부패 정치인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모든 카드를 가졌고, 우크라이나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우크라이나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렁에서 빠져나오라는 제안이다. 이 제안을 미국 백악관에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무례한 언사로 거부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모한 지도자이거나 비겁한 지도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학설의 원인도 어느 정도 다루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주장하지도 않고, 러시아의 팽창 욕구를 저지할 완충지를 만들고 있다. 거기에 딥스테이트의 음모가 아니라 실질적 경제적 이익과 재건에 미국이 투자하는 형태의 해법이다. 미국도 중국과 4차 산업혁명 및 미래 선도 산업을 두고 벌일 경쟁을 위해 리튬 등 희토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미국의 안보 공약 강도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도 매력적 제안을 미국에 해야 한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교훈
![2019년 2월 28일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d3/d8/07/67d3d8072397d2738276.jpg)
2019년 2월 28일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우리 실무진은 신중해야 한다. 미리 실무진에서 합의를 다 마치고 정상 간의 회담은 우호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담판에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한쪽이든 지게 되면 전 세계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된다.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젤렌스키는 무수히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에 가서 미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동안 전쟁 영웅으로 대접을 받아와서 그런지 부탁해야 할 처지에서 너무나 당당하기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카드가 하나도 없는 협상가가 창조적 제안은커녕 미국의 미래에 대한 훈계만 하고 있으니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냥 합의된 제안을 받으면 될 일을 루비오 국무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막후에서의 말과 공개된 장소에서의 말이 달라지는’ 거짓말을 한 것은 협상 상대로서 기본적 신뢰조차 잃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어떠한 의제로 어떠한 협상과 대화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제안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 및 안보적 이익과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1기 트럼프 대통령 때 미국이 제안한 북한의 부동산 개발안은 농담같이 들렸겠지만, 그 요체는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해법과 동일한 성격이다. 미국이 북한에 이권을 갖게 되고 이익이 나는 시장을 갖게 되면 미국이 북한과 잘 지낼 수밖에 없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부합하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가자지구 개발안도 황당한 면이 있지만 같은 성격이다.
미국 자유주의 언론 비판과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염두에 두고 외교적 해법을 찾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협상을 하기 위해 매우 파격적 조치를 취하기도 하지만, 이는 기존의 편승이익 (free-riding)만을 보려는 유럽국가와 이권 카르텔을 상대로 하는 블러핑이지, 하드파워를 가지고 제국주의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를 하는 순간 시장은 요동치고, 세계경제가 망가진다는 것은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유무역 질서 자체가 나쁘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또한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도 없다. 동맹의 비용과 역할 조정을 목표로 하지만, 동맹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단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형편이 어려워진 미국이 계속 돈과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은 정말 새겨들어야 한다. “아무리 독재자이고 나쁜 지도자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그를 욕하면서 어떻게 같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겠는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 것이 진정한 해결사가 아닐까. 설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정말로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나 친(親)트럼프적 칭찬 일색이어서 거부감을 갖는 독자도 있겠지만, 미국 자유주의 언론이 묘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나 심한 왜곡이기에 이를 바로잡고자 한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