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트럼피즘 2.0은 한국에 위협이자 기회”

[총력분석 | ‘성동격서’ 트럼프의 노림수] 軍 출신 국제전략전문가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입력2025-03-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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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우 전쟁 본질,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 우크라이나 = ‘러시아帝國’ 위한 필요조건

    • 도덕적 입장에서 러-우 전쟁 바라보는 서방과 한국

    • 미국우선주의, 美에 단기 이익, 장기 손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소장. 조영철 기자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소장. 조영철 기자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계!’ 올해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피즘 2.0’ 창궐 속에서 세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기존 국제질서 해체를 추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트럼프는 피해자 우크라이나가 아닌 가해자 러시아를 두둔하는 듯한 입장이다. 한국·일본·캐나다·멕시코 등 우방과의 관계에도 일방통행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유럽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해체라는 격동의 시대를 헤쳐갈 혜안(慧眼)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해체 시대

    주은식(68)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소장은 학구파 예비역 장교다. 육군사관학교 36기 졸업·임관 후 기갑병과 장교로 야전 지휘관과 참모, 전술 교관을 두루 경험했다.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략과 지상전략 담당,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 60기계화보병여단장, 육군 제1기갑여단장을 거쳐 준장(准將) 예편했다. 육군대학, 러시아총참모대학에서 수학했고 육군대학 전술학 전문교관·처장으로서 호국 간성(干城)들에게 전략·전술을 강의했다. 영국 군사 사상가 리델 하트(Sir Liddell Hart)의 ‘전략론’을 비롯해 ‘리델 하트의 군사사상 연구’ 등 리델 하트 관련 저서 다수를 번역·출간했다. 그가 이끄는 한국전략문제연구소는 1987년 설립된 안보·전략 분야 민간 싱크탱크다. 1991년 국방부 산하 제1호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국가안보·전략·국제정세를 다룬 ‘KRIS 레포트’를 매월 발간하는 등 국익을 위해 연구·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국전략문제연구소에서 주은식 소장을 만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급변하는 국제정세, 종전을 앞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 중 하나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가 꼽힌다. 이외 다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러시아 속담 중 이런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 없는 러시아는 국가(國家)다. 우크라이나와 함께하면 제국(帝國)이다.’ 이는 러시아 엘리트의 정체성을 적확하게 묘사한다. 러시아에 있어 우크라이나는 제국주의를 달성하는 수단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20세기 최대 비극을 소련 붕괴라고 정의했다. 러시아 역사에서 최대 비극은 제국 상실이다. 이를 러시아인들은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라고 정의한다. 서방세계가 애써 간과하는 사실도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 2022년 침공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4개 주는 원래 러시아 영토였다. 크림반도는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 흐루쇼프가, 4개 주는 1922년 레닌이 넘겨준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고토(故土) 수복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을 자초했다고 평가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것 아닌가.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한국은 도덕적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고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동정한다. 망명하지 않고 국민을 통합해서 저항해 온 젤렌스키를 위대한 지도자로 보기도 한다. 침략자 푸틴은 악마화하는 것이고. 현실주의 관점에서 젤렌스키의 책임도 적지 않다. 헨리 키신저와 책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쓴 존 미어샤이머의 입장이 그러하다. 이를 ‘공세적 현실주의’라고 정의한다.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에서 서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나토 가입국을 늘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만은 안 된다’고 지속 경고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안보 이익의 직접적 침해로 인식했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중립지대화해 나토 가입을 늦춘 후 유럽연합(EU) 가입을 먼저 추진해 경제를 부흥시켜야 했다. 한편으로 서방국가가 러시아를 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가.

    “한마디로 ‘루소포비아(Russophobia)’다. 혐(嫌)러시아 혹은 러시아 인종주의(anti-Russian racism)라고도 할 수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오늘날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푸틴 체제가 권위주의 체제인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다수 한국인은 ‘러시아=소련’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구 세계 시각도 다르지 않은데 한국은 이를 일방 수용한다. 이 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것은 편향된 시각이다. 개인적으로 독일이 러시아를 평가하는 시각이 객관적이라고 본다.”

    군수 지원하고 대가 요구, 미국으로서는 당연

    개전 시 러시아는 단기간 내 승리를 장담했지만 전쟁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한계를 드러낸 셈인데. “군 개혁 실패, 전쟁 준비 실패다. 러시아는 여단-대대전술단(BTG) 중심으로 군 편제를 변경했지만 실전에 적용할 정도로 숙달시키지 못했다. 정치·군사 지도자의 최우선 과업은 자국 군대가 어떠한 전쟁을 수행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환경·조건을 설정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푸틴은 ‘특별군사작전’으로 명명하면서 정치적 목적 달성을 군사적 목표 달성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했다. 작전에 제약이 많았다는 의미다. 실전에서는 ‘라스푸티차’라는 우크라이나 특유의 진창으로 전차 기동에 제약을 받았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해 기습·집중에 실패한 것도 한 요인이다.”

    북한군 파병도 전쟁의 변수다. 경제 급부 외 동인(動因)은 무엇일까.

    “주요 동인은 김정은의 통치 자금 확보다. 러시아가 북한 병사 1인당 3000달러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당면한 문제는 병력 부족인데 북한군으로 대신하려는 것이다. 군사기술, 첨단무기 확보도 원인이다. 북한은 핵탄두 운반 능력, 궤도 재진입 기술 확보, 정찰위성 기술 획득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상호 군사 지원 문제도 관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굴욕적이라 보는데.

    “백악관 회담이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파탄 났다. 젤렌스키와 트럼프 모두 감정이 격화해 공개 설전을 벌였다. 근본 이유는 우크라이나 기저의 굴욕감이라 본다. 미국의 일방 조치에 대한 저항이라고도 하겠다. 젤렌스키로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체 러시아와 선(先)종전 협상을 한 후 이제까지 지원의 대가로 자국 광물자원 50% 지분을 요구한 것과 안전보장 조치를 약속하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희토류 등 경제적 대가를 요구한다. 경제 식민지화 계획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식민지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무상 지원과 유상 지원으로 나뉜다. ‘무기대여법(Lend-Lease)’에 의거해 군수지원을 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건 미국으로서는 당연하다. 추후 중국과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희토류를 확보하는 문제도 관건이다. 젤렌스키 입장에서 자국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 약속 없이 실리만 챙기려드는 미국의 태도에 비애(悲哀)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고.”

    트럼프는 우방, 동맹보다는 단기 국익을 추구한다. 우크라이나 문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통칭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단기 국익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쇠락한 미국의 위상을 방증(傍證)한다. 진정한 무사는 칼 자랑을 하지 않는 법이다.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관세 등을 통해 상대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단기 국익 달성에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미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약화해 장기 국익을 해칠 것이라 전망한다.”

    미국우선주의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세계 각국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미국 내 일자리 회복이 대표적이다. 자국 이익 극대화 기조에서 보호무역정책으로 제조업 활성화와 고용 증대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다. 대외정책에서 중국 견제를 통한 기술 패권 유지도 추구한다. 관세 부과, 화웨이 등 특정 기업 선별 제재,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 제한을 통해 기술 우위를 지키려는 것이다. 군비 삭감, 동맹국 대상 지원 축소로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단점으로는 동맹·우방국과 유대 약화를 들 수 있다. 특히 대(對)유럽 관계에서 트럼프는 ‘유럽은 미국에 기생하는 존재다’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젤렌스키와 회담에서 트럼프가 ‘고마워할 줄 모른다’며 공개 면박을 준 것은 유럽 전체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는 유럽의 탈(脫)미국으로 이어진다. 관세 장벽의 부정적 측면도 있다. 원자재 가격상승, 물가상승 부담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전가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다자주의 약화도 부작용이다.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은 미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동맹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는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체제 국가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종전 후 형성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해체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국제질서가 미국 주도 단극(單極)체제에서 러시아·중국·인도 등 신흥 강국이 개입하는 다극(多極)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민주주의, 자유주의, 다자주의 등 기존 가치가 약화하고 자국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가 부상할 수밖에 없다.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갈등도 피해갈 수 없고…. 종전 국제질서 해체 원인은 미국에 있다. 미국 일방주의, 미국 우선주의, 미국 예외주의가 핵심이다. 트럼프 고유의 특성도 한 요인이다. ‘거래적 외교’를 추구하며 전통적·장기적 동맹관계보다 직접적·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한다.”

    美 대중국 포위 전략 핵심은 한미일 협력

    한국도 트럼피즘을 피해갈 수 없다. 경제 부문 타격 외에 한미동맹 관계 변화도 감지된다. 위협요인이자 동시에 기회요인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양날의 칼’이다. 위협요인은 방위비 증대다. 미국의 요구 불응 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이 있다. 2019년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은 5배 인상을 요구했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당선 시 10배 증액을 공언했다. 이는 선거용 발언이라 치부해도 5배 인상 정도는 관철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경제 부문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 보호무역 강화 기조 속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는 한국 외교 역량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기회요인도 있다. 현재 미국의 제조업 역량으로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한국 등 동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구를 중심으로 자국 방위력 증강이 불가피하다. 방위산업 시장이 확대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핵심은 한미일 협력이다. 이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여지를 인정하고 절충안을 제기해야 한다. 단계적·점진적 증액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미군기지 토지사용료 문제를 협상 항목에 포함하고, 군사협력·방위산업협력 등 대체 방안을 제시해 협상력을 제고해야 한다. 미군 철수 시 독자 전략무기 개발, 전략·전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것도 언급해야 하고, 핵 잠재력 분야에서는 일본 수준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수준을 보장받는 것도 방법이다. 주지할 점은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 국익에 심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은 어떻게 전개될까.

    “중국은 이른바 ‘100년의 마라톤’을 준비하며 미국을 능가할 궁리만 해오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전략은 △경제 △기술 △군사 △외교 등 4대 영역에서 추진된다. 경제 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심화하며 동시에 보호무역을 강화한다. 기술 분야에서는 첨단산업 기술 견제가 핵심이다. 군사 부문에서는 인도·태평양전략 강화와 대만 지원으로 구체화된다. 외교정책에서는 다자협력보다는 미국 일방주의를 지향한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부분적 성공을 가져올 수 있으나, 중국의 대응으로 결과적으로는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일방주의적·단기적 경제 이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장기 지속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3월 4일 트럼프의 미국 연방 상·하원 연설이 화제였다. 한국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자면.

    “‘한국과 같은 부자 나라가 방위비는 적게 부담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정책으로 구체화할 것을 시사한다. 한국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평균 4배 높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체제하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트럼프 특유의 과장 화법으로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수사(修辭)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량 증대를 압박했다. 대북한 정책에서는 봉쇄 위주의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 달리 협상 중심 접근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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