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여 한인이 모인 가운데 열린 포다이나믹스 공연은 호주 한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추억과 젊은 시절을 회상하게 해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사랑이란 정말 근사한 것이지요,
It’s the April rose
사랑은 4월의 장미
That only grows in the early Spring
오직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이랍니다
Love is natures way of giving,
사랑이란 소중한 걸 건네주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지요,
A reason to be living,
사랑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랍니다,
The golden crown that makes a man, a king
사랑은 평범한 사람을 왕으로 만드는 금관이지요
그들은 불 꺼진 타운홀의 구석진 객석에 앉아 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 남자의 무량한 부끄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엔 ‘친구야, 친구’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보게 친구, 웃어나 보게~”
그렇게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 3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불이 들어왔다. 한 명의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반주하느라 수고한 밴드멤버들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나누는 네 사람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두 시간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늘 이렇게 리허설을 하느냐?”고.
그러자 그날의 공연순서를 짜고 연습을 리드한 장우씨가 “이곳이 처음 서보는 무대라 꼼꼼하게 리허설을 했다”고 대답했다. 정확하게 공연 1시간30분 전이었다.
어둠이 내린 시드니 타운홀의 석조계단 앞쪽으로 이어진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한국의 어버이날을 이틀 앞두고 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 단위 청중이 주를 이뤘다. 호주는 5월 둘째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고, 11월 첫째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이다.
“김 선생님,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이네요. 노래 좋아하시니까 오늘 밤에 노래기운 좀 받으세요.”
“○○엄마, 김준 팬이라면서? 나는 장우의 묵직한 저음이 참 좋은데.”
“구 회장, 왜 오늘은 혼자야? 부인께서 서울 가셨나?”
구 회장의 부인은 올 초에 타계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시드니 동포들의 들뜬 음성들 사이로 그렇게 쓸쓸한 얘기도 함께 들려왔다. 어르신들과 중년 엄마 아빠의 가슴에는 붉은 카네이션이 한 송이씩 꽂혀 있었다. 공연을 주관한 시드니 소재 문화이벤트 업체 (주)소피아 스포렌 직원들과 문화를 사랑하는 한인동포단체인 ‘문사모’ 회원들이 마련한 카네이션이었다. 이날의 공연 타이틀도 ‘어버이를 위한 孝 · 팝재즈’였다.
포다이나믹스를 기억하나요?
고풍스러운 석조건물인 타운홀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홀 안쪽의 장식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시드니 타운홀의 파이프오르간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 독일 출신의 카를 하스 같은 세계 정상급 연주자가 이곳에서 녹음을 해 음반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가수 윤형주씨는 “미국의 카네기홀보다 더 좋다”며 극찬했다. 오페라하우스가 현대적 감각의 공연장이라면 타운홀은 18세기 식민지시대의 화려함과 정교함을 자랑하는, 호주에서도 손꼽는 공연장이다.
‘포다이나믹스(Four dynamics)’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포다이나믹스는 1969년 펄씨스터즈 공연에 함께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노래동아리를 결성, 오늘에 이른 한국 최장수 보컬 팀이다. 포다이나믹스라는 이름은 경음악평론가 이백천씨가 붙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