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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갈고 닦은 ‘극적 본능’으로 ‘시청률 괴물’과 맞짱

‘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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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률은 작가에 대한 ‘간섭’과 ‘자유’ 가르는 리트머스”
  • “내 작품과 맞붙은 작가, 배우들에게 미안”
  • 작가 30명 거느리고 미국 드라마 시스템 지향
  • 병원에서 2년 숙식하며 쓴 ‘종합병원’으로 화려한 데뷔
  • “천재 시인은 있어도 천재 작가는 없다”
‘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여의도 작업실 문을 밀치고 들어섰을 때 그는 통화 중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한 후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몸부림을 쳤다. 불과 20분 사이 그는 다섯 통의 전화를 받았고, 그중 두 통은 심각한 내용인지 내실로 들어가서 통화를 하고 나왔다. 올림픽대로를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들과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작업실 창가에 서서 그가 급한 불 끄기를 기다렸다. 방송작가에게 저렇게 급한 일이란 대본말고는 없을 터.

시청률은 ‘萬事’

한참을 여기저기 통화하고 나서 마주앉은 그는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묻지도 않은 말을 불쑥 꺼냈다.

“방송동네라는 곳이 시청률만 높으면 시비 거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시청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별의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공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작가에게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외부의 간섭 없이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담보가 됩니다. 시청자 불만이 많고 극의 개연성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많아도 시청률이 높으면 방송사 관계자나 연기자들도 작가에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죠.”

작가 최완규(崔完圭·43)가 시청률 얘기를 꺼낸 것은 MBC 드라마 ‘에어시티’와 관련한 전화를 받은 때문이었다. 출입제한구역이 많은 인천공항 내에서 주로 촬영되는 탓에 현장 진행속도가 더딘데다, 최지우와 이정재라는 특급배우들을 기용했지만 동시간대에 맞붙는 KBS1의 ‘대조영’에 밀려 10%대 초반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더 이상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그의 말 행간에서 ‘시청률이 만사’라는 방송판의 ‘진리’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라는 족쇄는 이쪽 밥을 먹는 사람에겐 피치 못할 숙명이다.

시청률 얘기를 하자면 그는 어느 작가 부럽지 않다. 4%로 시작해 50%로 종영한 ‘야망의 전설’을 시작으로, ‘국민 드라마’라 불리며 시청률 50%를 훌쩍 넘겨 롱런한 ‘허준’ ‘올인’ ‘주몽’이 그의 손끝에서 창조됐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다른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에 치여 애면글면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묘한 순환을 실감한다.

“네티즌들은 참 엉뚱한 통계를 잘 냅니다.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시청률 최하위 작품 목록을 발견했는데, 10개 중 9개가 ‘허준’ ‘올인’ ‘주몽’ 때 맞붙은 작품이었어요. 예전 같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겠지만, 이제 저도 제작자의 처지가 되고 보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그때 저와 맞붙은 작가나 제작사, 출연배우들이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에게 시청률은 상대 프로그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전쟁이다. 과거의 그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태도였겠지만 경륜이 쌓이고 회사의 대표가 되면서 최완규 작가는 확실히 변했다.

‘주몽’과 선배 작가의 죽음

무너져가던 ‘드라마 왕국’ MBC의 숨통을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틔워준 최근작 ‘주몽’은 그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케 했다.

“방영 2주 만에 시청률이 25%를 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30% 중반까지 가파르게 올라갔어요. 생각지 않게 시청률이 30%, 40%를 넘어갈 때마다 방송사에서 꽃바구니를 챙겨 보냈어요. 그런데 ‘주몽’을 시작하고 열흘도 안 돼 조소혜 선배가 세상을 떴습니다.”

2006년 5월24일 그는 참담하게 우울했다. ‘첫사랑’(1997년)으로 한국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65.8%)을 세운 선배작가 조소혜씨가 영면에 든 날이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양지’ ‘엄마야 누나야’ ‘회전목마’ 등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을 쓴 조씨는 고작 쉰 해를 채우고 세상을 떠났다.

드라마 작가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배이자 동료였던 조소혜 작가는 프랑스에 장기간 머물 계획으로 출국했다. 소화가 안 돼 현지 병원을 찾았다가 프랑스 의사의 권유로 급히 귀국해 종합검진을 받은 끝에 말기 간암 판정을 받았다. 이미 손쓸 도리가 없었고,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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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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