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떠나온 지 30여 년~ 그래서 한국 문학서적은 접어두고 살았는데…. 오늘 선생님 블로그에서 글을 만나보게 되네요.’(잰이삐)
‘와~ 황석영 선생님 블로그도 하시네요? ㅎㅎ 멋져요~ 언제나 건강하시길!!!’(빨간약)
‘개밥바라기 별’(해지고 난 초저녁, 개들이 저녁밥 달라고 짖을 무렵 떠오르는 금성을 이르는 우리말)은 작가가 열여섯 살 때부터 군 입대 직전까지 겪었던 일을 뼈대로 청년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이란 그 시대의 문화적 ·인간적 환경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을 말한다. 감동적 요소는 있지만 대개 무겁고, 말초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이 연재 초기 ‘개밥바라기 별’에 이렇듯 열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작품 자체의 매력 때문일까, 아니면 블로그라는 매체의 흡인력 때문일까.
흥미로운 점은 문단에서도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 이제까지 인터넷 매체란 너무나 가벼워서 본격문학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다 지난해 중견작가로선 박범신씨가 처음으로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번에 황씨가 연재를 하면서 이런 관념은 완전히 부서지는 듯하다. 문학평론가인 서영채 한신대 교수는 “종이 매체는 20세기 초부터 국내 장편소설의 중요한 산실이었다. 박범신씨에 이어 최고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황석영씨도 인터넷 포털에 연재를 시작했다는 것은 종이 매체의 이런 기능을 인터넷 매체가 대신하게 됐음을 뜻한다”라고 했다.
이런 변화의 기운을 몰고 온 황씨는 사실 그간 새로운 시도나 모험 앞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화운동, 방북, 독일 망명, 수감생활, 런던과 파리 체류, ‘바리데기’ 등 근작의 실험적 작풍, 지난해 대선에서 손학규 지지 선언…. 그러나 이제 그도 우리 나이로 예순여섯이다. 그를 만나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그처럼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온 그가 나이 앞에, 속절없는 세월 앞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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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7일 오후 3시께 경기도 일산의 주택가 모퉁이에 자리 잡은 한적한 카페. 배우 알 파치노처럼 짧게 깎은 머리에 스타일리시한 재킷을 걸친 그가 성큼성큼 카페 안으로 들어서더니 방송인 이종환씨처럼 걸걸하고 분명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쩌면 “어허허허” 하는 웃음소리조차 이씨와 판박이다. 자리에 앉은 그가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 카페라테를 즐겨 드세요?
“아니, 뭐 정신 좀 차릴까 해서요. 조금 아까 일어났어요. 밤새 작업하고, 오전 11시에 잤나? 한 네 시간 잤네.”
▼ 요즘 대통령이 일찍 일어난다고 관가 사람들도 덩달아 부지런을 떠는 바람에 ‘얼리 버드(early bird)’가 되어간다는데, 황 선생은 거꾸로 사시는군요.
“얼리 버드? 벌레를 많이 잡아먹으려고 그러시나? 어허허.”
‘새도 일찍 일어나야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arm)’는 서양 속담을 떠올린 모양이었다.